'30년 통치' 술탄 꿈꿨던 에르도안, 최대 위기…野후보 초박빙 속 결선행
경제난·재난 늦장 대응에 민심 등돌려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튀르키예에서 대선 투표가 실시된 가운데 20년간 철권통치를 이어오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최대 고비를 맞이했다.
69세의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승기를 거머쥘 경우 사실상 '종신 집권'이 보장되지만, 50%에 달하는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에다 최악의 경제난과 지난 2월 대지진의 늦장 대응까지 지지층이 등을 돌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튀르키예 국영 TRT 방송 등을 종합하면 대선 개표가 97.23% 완료된 가운데, 집권 정의개발당(AKP)의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49.36%,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CHP) 대표는 44.96%의 득표율을 기록 중이다. 시난 오안 승리당 대표는 5.25%를, 무하람 인제 조국당 대표는 기권했다.
이날 선거에서 과반(50%) 이상 득표율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대선 결과는 오는 28일 결선에서 가려지게 됐다. 이번 선거에서 6400만명 이상 유권자 가운데 투표에 참여한 인원은 88%로 기록됐다.
이번 대선에서 에르도안의 발목을 잡은 주요 이슈는 경제난이다. 실제 튀르키예에서는 최근 몇년 사이 리라화 가치가 폭락했고 물가는 치솟았다.
튀르키예의 경제 성장률은 지난 2021년 11.4%에서 지난해 5.6%로 떨어졌고 올해는 2%를 간신히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데, 리라화는 2022년 초부터 달러 대비 약 70% 폭락해 있다. 여기에 지난 2월 튀르키예에 규모 7.8 대지진이 발생해 5만명 이상이 숨지자 비판의 화살은 에르도안 정권으로 향했다. 국민들은 정부의 늦장 대응에 더해 권위주의적 통치까지 문제삼으며 반발했다.
이에 에르도안 대통령은 민심을 되돌리고자 조기 연금 수령과 가정용 천연가스 무상 공급 등 민심 달래기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국제사회가 튀르키예의 대선 결과에 주목하는 이유는 에르도안 대통령과 클르츠다로을루 대표 중 누가 승기를 거머쥐느냐에 따라 국제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튀르키예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회원국이지만 그간 중립 입장을 견지하며 다른 회원국들과는 결을 달리했다. 실제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고,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훼방하기도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임기가 연장되면 그의 독재 체제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만일 에르도안이 재선에 성공하면 2028년까지 대통령직을 이어갈 수 있는데, 중임 중에 조기 대선을 실시해 승리할 경우 2033년까지 임기가 연장되기 때문이다.
외신에서는 결선투표에서 야당이 승기를 거머쥘 가능성에 대해 회의론을 보이고 있지만, 야당 입장에선 이번 대선이 튀르키예에서 민주주의를 회복시키고 경제를 안정화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한편, 튀르키예는 1923년 건국후 이슬람국가 가운데 정-교분리(세속주의)를 국정원칙으로 삼아온 나라였다. 그러나 이러한 군부의 세속주의 전통은 2003년 이스탄불 시장 출신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이 나타나 총리가 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터키의 아버지' 무스타파 케말 이후 가장 성공한 정치인으로 꼽히는 에르도안은 이슬람에 뿌리를 둔 현 집권 정의개발당(AKP)를 창당, 세 차례 총선 승리를 거두면서 2003~2014년 총리를 지내고 4연임을 제한한 당규에 막히자 2014년 첫 직선제 대통령이 됐다.
에르도안은 지난 2001년 위기를 겪었던 튀르키예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강력한 카리스마로 광범위한 지지층을 확보했다. 그는 총리로서 노동법을 크게 강화했고 쿠르드 영향력이 확산하는 것을 저지했다.
그러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016년 자신을 축출하려던 쿠데타가 실패로 돌아간 뒤 반대파를 탄압하면서 고위 장성들을 재판에 회부하는 등 군을 약화시켰다. 그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중심으로 권력을 축적하고, 현대 튀르키예 건국 이래 가장 영향력이 강한 지도자로 입지를 다졌지만, 20년 만에 최대 고비를 맞이하게 됐다.
yoong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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