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이용 중계기 수백 대 유통 · 관리한 국내 조직 검거

▲ 아파트 옥상 물탱크 옆에서 발견된 중계기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범죄를 위해 해외 발신 번호를 '010'으로 시작하는 국내 번호로 바꿔주는 중계기(게이트웨이) 수백 대를 국내에 공급하고 관리해 온 일당이 검거됐습니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관세법 및 전기통신법 위반 혐의로 중계기 공급 국내 총책인 30대 A 씨를 비롯해 일당 14명을 붙잡아 전원 구속했다고 오늘(15일) 밝혔습니다.

또 이들이 범행에 사용한 중계기 87대와 노트북 6대, 공유기 42대, 범행에 이용한 휴대전화 110대 등 750대를 압수했습니다.

A 씨는 지난 1월부터 중국 현지에서 주로 항공우편으로 중계기 부품을 건네받은 뒤 이를 조립해 국내에 유통하는 방식으로 모두 375대의 중계기를 제작하고 관리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그는 중국 현지에 머무르고 있는 40대 총책 B(중국 교포) 씨와 중국 SNS인 위챗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대당 15만 원을 받고 중계기를 조립했습니다.

이어 함께 구속된 운반책과 관리책들을 통해 중계기를 수도권 13곳, 충청권 6곳, 전라권 15곳, 경상권 10곳 등 모두 44곳으로 분산했습니다.

A 씨 등이 마치 통신망을 깔듯 중계기를 광범위하게 깔아 두면, B 씨는 이를 실제 전화금융사기 범죄를 저지르는 콜센터들에게 대가를 받고 제공해 이익을 챙겼습니다.

실제 이들이 설치한 중계기를 통해 발생한 전화금융사기 피해 금액은 경찰에 확인된 것만 46억 원 상당에 이르고, 피해자는 182명에 달합니다.

A 씨 등은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조립된 중계기를 고속도로 휴게소 내 차량 트렁크나 아파트 지하, 상가 옥상 등 인적이 드물어 적발이 어려운 위치에 설치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풀밭에서 태양열을 이용해 중계기를 운영하거나, 건물 옥상의 이동통신사 중계기 바로 옆에 통신사 부품을 가장해 설치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총책 B 씨는 정보가 새는 것을 막으려고 국내 총책 A 씨를 비롯한 조직 구성원들을 모두 지인들로 구성했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중국 교포들로 파악됐습니다.

또 중계기 속에 위치추적기를 함께 조립해 중국 현지에 있는 B 씨가 중계기 배치 현황과 단속 여부 등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압수한 중계기

경기남부청은 전화금융사기 전담팀을 구성해 전국의 불법 중계소를 단속하던 중 A 씨 조직에 대한 정보를 입수해 추적 끝에 지난 3월 중순 경기 파주시의 한 주택에서 A 씨를 검거했습니다.

이어 추가 수사를 통해 관리책 등 13명을 차례로 붙잡았습니다.

A 씨의 조직은 모두 30명으로 구성됐는데, 전담팀이 체포한 14명 외에 나머지 16명은 전국 각 경찰관서에서 차례로 체포돼 모두 구속됐습니다.

경찰은 아울러 중국에 있는 총책 B 씨의 신원을 특정해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했습니다.

또 A 씨가 받은 중계기 부품을 배송한 물류회사들에 대해서도 합동점검을 실시해 위법 행위가 발견될 경우 입건 여부를 검토할 계획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서민의 삶을 위협하는 전화금융사기에 대해선 엄정 대응하고 해외 총책 등 상선 추적에 계속 전념할 것"이라며 "최근 건물 옥상 분전함 또는 아파트 계단 등에 중계기를 위장 설치한 불법 중계소가 무인 운영되는 사례가 늘고 있으니 시민들의 적극적인 신고를 부탁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경기남부경찰청 제공,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sbsnewmedia@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