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쟈니스 사장, 창업자 성착취에 이례적 사과 "존속 걸린 심각한 문제"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일본의 유명 연예기획사 쟈니스가 세상을 떠난 창업자 고 쟈니 키타가와의 성착취 문제에 공식 사과했다.
쟈니스는 사장인 후지시마 쥬리 K.가 15일 유튜브 등을 통해 영상 성명을 발표했다. 쟈니스는 설립 초기부터 경영진이 공식석상에 나선 일이 일절 없었던 터라 후지시마 쥬리 사장이 카메라 앞에서 사죄에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경우다.
후지시마 쥬리 사장은 "창업자인 고 쟈니 키타가와에 의한 성 가해 문제에 대해 큰 실망과 불안을 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며 "개인의 프라이버시와도 관련 있는 매우 민감한 문제라 피해자와 대면, 사내 조사, 구체적 대응에 대한 협의 등을 신중하고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여러분에게 전달하기까지 시간이 지나 버렸다. 대응이 늦어 사과드린다"라고 밝혔다.
BBC의 성 가해 보도, 쟈니스 주니어 출신 카우안 오카모토의 고발에 대해서는 "사실이라면 피해를 호소하고 계신 분들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지, 회사의 존속조차 추궁당하는 지극히 심각한 문제라고 받아들였다"라며 "사실 확인을 잘 하고 진지하게 대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했다.
카우안 오카모토 등 쟈니스 주니어 출신들의 피해 폭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후지시마 쥬리는 "당연히 문제가 없었다고는 일절 생각하지 않는다. 회사로서도 저 개인으로서도 그러한 행위 자체는 결코 용서 받을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면서도 "당사자인 쟈니 키타가와에게 확인할 수 없는 가운데, 저희 쪽에서 고발 내용에 대해 '사실로 인정한다', 혹은 '인정하지 않겠다'고 한 마디로 단언하기는 쉽지 않다"라고 했다.
이어 "(피해자에 대한) 억측에 의한 비방 등 2차 피해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배려해야 하기 때문에 이 점에 대해서는 부디 양해해달라"라며 "그렇다고 눈 앞에 피해를 당했다고 하는 분들이 계신 것을 저희는 매우 무겁고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라고 했다.
자신은 쟈니 키타가와 사장의 성 가해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후지시마 쥬리는 "1999년 시점, 저는 이사라는 입장이긴 했지만 오랫동안 쟈니스는 연예인의 프로듀싱을 쟈니 키타가와, 회사 운영의 전권을 메리 키타가와가 맡아 2명이 모든 것을 결정했다. 한심하게도 이 두 사람 외에는 저를 포함해 맡은 역할 외 회사 관리, 운영에 대한 발언은 할 수 없었다"라며 "관할 외 현장에서 일어난 일, 이에 대해 어떤 지시가 이뤄지고 있었는지는 원래 회사에서 공유되지 않았다. 본건(성 가해)을 포함해 회사 운영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는 두 사람 이외에는 알 수 없는 상태가 항상 이어지고 있었다"라고 쟈니스의 폐쇄적 운영으로 자신이 진실을 알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1999년 주간문춘이 쟈니 키타가와의 성 가해를 처음으로 보도했으나, 쟈니스는 "허위"라며 이에 강력하게 반발한 바 있다. 그러나 2003년 주간문춘과 재판에서 쟈니스가 패소해 사실상 성 가해 사실이 인정됐으나, 쟈니스는 끝까지 사과하거나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후지시마 쥬리는 "자세한 내용은 제게 일절 공유되지 않았고, 부끄럽지만 이번 사건으로 당시 재판을 담당한 고문 변호사에게 경위를 확인하기 전까지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다"라며 "어디까지나 제 추측이지만 메리 역시 쟈니의 문제적 행위에 대해 마음 속 깊이 '하고 있을 리 없다,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감쌌다.
피해를 호소하는 카우안 오카모토를 만나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눴다는 그는 "피해를 호소하는 분들,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에 대해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성실히 만나겠다. 그것을 하지 않고는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라며 "지금 이 문제에서 도망치지 않고 피해를 호소해 오신 분들을 마주하는 것, 나아가 앞으로 다시는 같은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이미 착수하기 시작한 경영 개혁, 사내 의식의 근본적 개선을 해낼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어 "모든 엄중한 의견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소속돼 있는 연예인들의 지금, 그리고 미래에 대한 생각을 존중하며 대화를 거듭해 나가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책임지는 방법"이라며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고 밝혔다.
쟈니 키타가와는 1962년 쟈니스 사무소를 설립, 일본의 국민 그룹이라 불리는 SMAP, 아라시를 비롯해 V6, 타키 앤 츠바사, 토키오, 칸쟈니 에잇, 캇툰, 헤이세이점프, 킹앤프린스 등 수많은 보이그룹을 탄생시켰다. 2012년에는 '차트 1위 가수를 가장 많이 프로듀싱한 인물'로 세계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2021년 세상을 떠났고, 별세 후 그가 스타를 꿈꾸는 어린 소년 연습생들의 성을 착취하고 학대했다는 폭로가 연이어 터져 나오면서 파문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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