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자사우대 규제, 소비자 후생 고려하지 않은 것…행위 자체로 위법 판단 지양해야”
플랫폼 기업에 대한 일방적인 ‘자사우대 규제’는 혁신을 훼손하고 소비자 후생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법안을 폐기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 흐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주요 경쟁법 전문가들은 “자사우대 행위가 가져오는 소비자 후생 증대 효과는 보지 않고 무조건 ‘위법’이라는 접근법은 잘못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자국 플랫폼 육성 위해 빅테크 규제 폐기..EU 규제는 일부 대형 플랫폼 견제 차원
서울대 경쟁법센터는 지난 12일 ‘경쟁법상 플랫폼 자사우대: 무엇이 핵심인가?”란 주제의 정책 세미나를 가졌다. 자사우대는 플랫폼 기업이 자체 서비스나 브랜드를 경쟁관계에 있는 입점업체 등보다 먼저 노출하는 등의 행위를 말한다.
이 자리에서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플랫폼 규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경상국립대 박준영 교수는 “미국에서 플랫폼 규제는 ‘자사우대 금지’ 등 여러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회기 만료로 폐기됐다”며 “당초 미국 하원에서는 ‘플랫폼 특유의 이익충돌이 자사우대의 원인이다’는 전제를 만들었지만 법안을 폐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올 들어 미국의 ‘플랫폼 독점 종식 법률’, ‘미국 혁신 및 선택 온라인 법률’ 등 미국의 빅테크 규제 법안 6개 중 5개가 폐기됐다. 미국 정부가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등 자국 플랫폼 기업을 보호하고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조치라는 분석이다. 대신 미국 정부는 중국 플랫폼 ‘틱톡’ 사용금지 법안을 발의하는 등 빅테크 규제의 프레임을 전환한 상태다.
임용 서울대 교수는 “최근 미국에선 더 이상 대형 플랫폼에 대한 입법 규제가 불필요하고, 기존의 법으로도 규제가 가능하다는 여론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미국 뿐 아니라 중국과 대만도 자국 플랫폼 규제를 중단했거나 철회한 상태다.
유럽연합(EU)에서 추진하는 빅테크 규제인 ‘디지털 시장법’(DMA)에 대한 비판도 점점 거세지고 있으며, 우리나라가 이를 맹목적으로 벤치마킹하면 안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EU에서 추진하는 디지털 시장법은 구글과 메타, 애플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의 유럽시장 지배력을 억제하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빅테크 기업에 대한 자사우대와 차별취급 등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봉의 서울대 교수(경쟁법 센터장)는 “DMA는 일부 대형 플랫폼의 책임과 의무를 부과하기 위한 어떤 행위가 야기할 구체적인 효과와 상관없이 안전한 디지털 공간 마련 등 포괄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다”며 “자사우대의 효율성 증대와 상관없이 무조건 금지하기 때문에 입법 과정부터 현재까지 비판이 거세다”고 말했다. 이어 “자사우대 금지 조항은 플랫폼의 혁신 잠재력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상황”이라며 “EU가 무조건적인 금지를 내걸었지만, 금지 행위에 대한 해석상 불명확한 부분으로 신속한 집행이 가능할지는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자사우대, 무조건 ‘위법’으로 모는 것은 부적절”
전문가들은 자사우대의 위법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엄격하게 경쟁제한 효과를 입증하고 소비자 후생 증대 효과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동영상·알고리즘 자사우대 규제를 예로 들었다.
앞서 공정위는 네이버가 자사 스마트스토어 경쟁사에 불리하게 검색 알고리즘을 조정했다며 지난 2020년 과징금 265억원을 부과했다. 이에 네이버는 “소비자 효용 증진을 위한 것”이란 이유로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취소소송을 진행 중이다.
성균관대 손동환 교수는 “네이버 쇼핑 판결은 검색 시장의 지배력 문제를 오픈마켓 시장에 전이한 것만으로 경쟁을 제한한 것으로 해석했다”며 “그러나 오픈마켓으로 유입되는 트래픽 중 네이버를 통해 들어오는 트래픽이 얼마나 되는지, 스마트스토어에 대한 우대정책이 실제 얼마나 경쟁을 제한하는 ‘봉쇄효과’로 연결되는지, 오픈마켓 퇴출 우려가 있는지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강대 홍대식 교수도 “’검색서비스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단지 키워드 관련 내용만 보여주는 도구가 돼야 하는가”라며 “서비스의 품질, 이용자 경험 개선, 소비자 후생 증대 효과를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형법상 사기와 같은 행위는 금지 대상이지만, 공정거래법은 행위 자체를 바로 위법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공정거래를 저해한다는 판단을 내릴 때 소비자 후생 증대 효과를 보지 않는 접근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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