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는 줄 알았던 '정크유전자' 알고보니 노화·발암에 관여

박정연 기자 2023. 5. 15.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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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진화 과정에서 불활성화된 것으로 알려진 '정크(쓰레기) 유전자'가 사실은 신체에서 활성화돼 있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진이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향후 더 많은 조직에서 L1 점핑유전자 활성화에 의한 노화 및 발암 과정을 확인하고 이 유전자의 활성화를 억제해 인체 노화 및 질환 발생을 제어하는 기술개발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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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연구진, 국제학술지 '네이처' 게재
주영석 KAIST 교수. KAIST 제공

사람의 진화 과정에서 불활성화된 것으로 알려진 '정크(쓰레기) 유전자'가 사실은 신체에서 활성화돼 있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진이 확인했다. 이 유전자가 노화와 발암 과정에 연관됐다는 사실도 규명됐다.

KAIST는 주영석 의과학대학원 교수 공동 연구팀이 ‘L1 점핑 유전자’의 활성화에 의한 사람 대장 상피 세포의 유전체 파괴 현상을 규명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10일(현지시간) 게재됐다.

인간 유전체 중 일반적인 단백질 생성 유전자는 전체 염기서열의 1% 정도에 불과하며 나머지 99%의 유전체 영역은 그 기능이 뚜렷하게 알려지지 않아 ‘쓸모없는 DNA’라는 뜻으로 정크 DNA라고 불린다. 정크 DNA 가운데 약 6분의 1을 차지하는 L1 점핑 유전자는 활성화될 경우 세포의 유전정보를 파괴하거나 교란하는 역할을 할 수 있어 사람의 진화 과정에서 불활성화(화석화) 됐다고 알려졌다. 

연구팀은 기존 학계에서 알려진 것과 달리 L1 점핑 유전자의 일부가 아직도 특정 조직에서 활성화될 수 있고 노화 과정에서 이들이 유전체 돌연변이를 빈번하게 생성하고 있음을 규명했다. 세포의 노화 및 암 발생 과정을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28명의 개인의 피부(섬유아세포)와 혈액 및 대장 상피 조직에서 확보한 총 899개 단일세포의 전장 유전체 서열을 생명정보학 기법으로 분석했다. L1 점핑 유전자에 의한 돌연변이의 빈도는 세포 종류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으며 노화된 대장 상피세포에서 주로 발견됐다.

연구팀은 L1 점핑 유전자 활성화에 의한 대장 상피세포의 유전체 돌연변이가 태어나기 전 배아 발생단계에서부터 평생에 걸쳐서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에 따르면 40세가 된 개인의 대장 상피 세포들은 평균적으로 1개 이상의 L1 점핑 유전자에 의한 돌연변이를 갖게 된다.

연구팀은 L1 점핑 유전자 활성화 기전을 추적하기 위해 DNA 뿐만 아니라 후성 유전체 (DNA 메틸레이션) 서열을 함께 확인했다. L1 점핑 유전자가 활성화된 세포에서는 후성 유전체의 불안정성이 발견돼 후성 유전체의 변화가 L1 점핑 유전자의 활성을 조절하는 스위치임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세포들의 배아발생과정을 추적해 이러한 후성 유전체 불안정성의 대다수가 초기 배아 발생과정에 형성됐음을 증명했다.

이번 연구는 향후 더 많은 조직에서 L1 점핑유전자 활성화에 의한 노화 및 발암 과정을 확인하고 이 유전자의 활성화를 억제해 인체 노화 및 질환 발생을 제어하는 기술개발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주영석 교수는 "전장유전체 및 생명정보학의 광범위한 적용을 통해 그동안 규명하기 어려웠던 L1 점핑 유전자에 의한 생명현상을 확인한 대표적인 연구ˮ라며 “이번 연구는 DNA 돌연변이가 암이나 질환을 갖고 있는 세포의 전유물이 아니며, 인간의 정상 세포의 노화과정에서 세포 자체의 불안정성에 의해 끊임없이 돌연변이가 생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김민정 서울대병원 외과 교수는 "임상현장에서 체계적으로 확보한 사람 유래 조직이 실제 인간에서 일어나는 질병 과정을 발견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ˮ라며 "향후 임상 및 기초의학의 밀접한 공동연구가 필요하다ˮ라고 말했다. 

L1 점핑 유전자가 활성화 상태와 신체에 미치는 역할을 규명한 연구 모식도. KAIST 제공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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