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다 여론뭇매에 탈당→잊히면 슬쩍 복당…위기의 '李 리더십'
돈봉투에 코인사태까지 "다 죽게 생겼다" "대표직 내려놔야" 성토 봇물
(서울=뉴스1) 이서영 김경민 강수련 기자 = 거액의 코인 투자 의혹에 휘말린 김남국 의원이 결국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이에 따라 당 차원의 진상조사나 윤리감찰단 활동도 중단되면서 당 안팎의 비판 여론이 들끊고 있다.
그간 민주당은 '잠시 탈당' 후 여론이 잠잠해지면 '슬쩍 복당'하는 식으로 위기를 모면해왔는데 김남국 의원도 그중 하나라는 인식이 팽팽한 상황이다. 민주당 내부에선 "이번에는 안 된다"는 강경한 입장이 많아,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오후 비공개 쇄신의총을 진행한 민주당에선 의원 다수가 김남국 의원의 '잠시 탈당'은 옳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쇄신 의총에 참석한 다수 의원들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30명가량의 의원들이 의총회에서 발언했고 대다수가 김 의원 탈당이 부적절하다는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이소영 원내대변인도 의총 도중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까지 당의 대응에 대한 비판적인 지적이 많았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며 "김남국 사건에 대해 진상조사단이 조사를 멈춰선 안 되고, 비록 본인이 탈당한다 하더라도 협조를 구해 당이 이 사안에 대해 정확하게 더 파악해야 된다는 요청과 문제제기가 많이 나왔다"고 밝혔다.
오후 쇄신 의총에 앞서 김 의원은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오늘 사랑하는 민주당을 잠시 떠난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그는 "민생 위기 속에 공직자로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다"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암호화폐 투자 관련 의혹이 터진 지 9일만의 사과다.
하지만 그 즉시 민주당 내에서 공개적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비명계 이원욱 의원이 포문을 열었다. 이 의원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당원에 대한 사과 운운하며 국민에 대한 책임은 피해가는 꼼수탈당"이라고 일갈했다.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의 꼬리자르기는 공당으로서 책무를 저버린 행위"라며 "'잠시' 민주당을 떠나 있겠다니, 누구 마음대로 들락날락하겠다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인식을 민주당 다수 의원들도 공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의총을 통해 확인됐다.
이번 김남국 의원의 '잠시 탈당'을 통한 상황 모면이 특히나 입길에 오른 건 민주당의 '잠시 탈당→슬쩍 복당' 과정이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6월 국민원익위원회는 민주당 의원 12명의 부동산 투기가 의심된다고 발표했는데, 당시 송영길 대표는 '탈당 권유'를 했다. 5명은 거부, 5명은 탈당계를 제출했지만 당에서 수리되지 않았다. 비례대표인 윤미향·양이원영 의원의 경우 자진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기에 출당조치 됐다. 양이원영 의원은 이후 4개월 뒤 복당됐다.
비례대표인 김홍걸 의원도 2020년 9월 부동산 축소 신고, 투기 논란으로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자 출당됐다. 그러나 민주당은 현재 김 의원 복당 절차를 진행 중이다.
지난 2021년 전당대회 당시 돈봉투 의혹으로 인해 최근 송영길 전 대표와 윤관석·이성만 의원도 탈당했다. 두 의원 모두 "선당후사 정신으로 탈당하고, 법적 투쟁으로 진실을 밝혀나가겠다"고 말하며 명예회복 뒤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4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강행 처리 과정에서 탈당했다가 복당한 민형배 의원 사례도 있다. 민 의원은 '김건희 특검법' 등에 앞장서는 등 탈당 이후에도 민주당과 궤를 같이했다. 민 의원은 내년 총선 공천에 불이익을 받지 않는 '특별 복당'으로 민주당에 복귀했다.
이같은 '잠시 탈당→슬쩍 복당'이 일종의 위기 모면 방식으로 사용된 배경에는 민주당 지도부의 늑장대응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더욱이 이재명 대표 체제하에서 터진 전당대회 당시 돈봉투 의혹에 대해 민주당 지도부는 '당사자 부인→지도부 침묵→여론 악화→탈당'의 절차를 밟았다.
이로 인해 민주당 지도부의 늑장 대응으로 대국민 사과도 늦어졌고, 결국 윤관석·이성만 의원은 눈물의 탈당을 해야만 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그 상황에서 김 의원도 같은 방식으로 탈당해 규탄의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박용진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지도부가) 돈봉투 사태든 코인 사태든 다 늑장대응에 뒷북대응이 비판받고 있는 것"이라며 "김 의원 탈당으로 손 놔버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 끝나는 거라 생각해서, 지도부에게 자세 고쳐 잡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처럼 좌고우면하고 늑장대응하면 민주당이 다 죽게 생겼으니, 당 대표가 쇄신의 칼날 들고 칼을 휘두르라고 했다"며 "김 의원의 무책임 탈당에 구성원들이 분노하고 있는 만큼 진상조사단도 계속하고 국회 윤리위원회에도 제소하고 즉각 처리하라고 주장했다"고 덧붙였다. 또 민주당 한 다선의원은 이 대표가 이를 계기로 사퇴할 것을 요구했고, 한 초선 의원은 이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건의하기도 했다고 알려졌다.
이처럼 돈봉투와 암호화폐 사태까지 연이은 악재와 악화하는 여론에 지도부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법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잠시나마 잠자면서 안정을 되찾고 있던 이재명 리더십에 다시금 흠집이 나고 있어서다.
이에 이 대표는 "민주당을 대표해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김 의원의 '잠시 탈당'에 어떠한 방식으로 대처할지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민주당은 6시간 30분간 진행된 쇄신의총을 통해 △김 의원에 대한 추가조사 진행 △당 윤리기구 강화 △암호화폐 공직자 재산신고 내역에 포함 △당 차원 혁신기구 설치 및 정치혁신 방안 마련 등이 담긴 결의문을 발표했다.
seo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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