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총선, '군부 심판'으로 야권 선전했지만…정권교체는 안갯속

박재하 기자 2023. 5. 15.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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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군정 개헌 발목…다수당에도 군부 무시 못해
최대 쟁점 '왕실모독죄'…아직 연정협상 변수로 남아
피타 림짜른랏(42) 태국 전진당 대표가 14일 (현지시간) 총선서 제1당을 차지한 뒤 방콕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떠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14일(현지시간) 치러진 태국 총선에서 야권이 하원 과반을 차지하면서 변화를 열망하는 태국인들의 민심이 드러난 가운데 향후 연정 구성에 이목이 쏠린다.

야권이 압승을 거뒀지만 여전히 총리 선출에 필요한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고 제1·2 야당 간 정책 방향과 군부를 대하는 입장이 달라 연정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로이터통신과 방콕포스트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14분 기준 개표율이 97%를 넘긴 상황에서 피타 림짜른랏(42) 대표가 이끄는 전진당(MFP)이 151석을 확보하면서 제 1당이 될 전망이다.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막내딸 패통탄 친나왓(36)이 이끄는 프아타이당은 141석을 차지해 1위 자리를 내놓고 말았다.

아누틴 찬위라꾼 부총리 겸 보건장관이 이끄는 중도 성향의 품차이타이당은 이번 선거에서 70석을 확보했다.

반면에 정권 연장을 노렸던 군부계 정당들은 이에 훨씬 못 미치는 76석에 그쳤다.

14일(현지시간) 태국 총선이 치러진 가운데 방콕에서 개표 작업이 한창이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여전히 불리한 야당…'독이 든 성배' 마시나

이처럼 이번 총선에서 지난 2014년부터 계속된 군정에 지친 민심이 여실히 드러났지만 정권 교체까지는 아직 여러 걸림돌이 남아있다.

전진당과 프아타이당은 하원 과반을 차지했지만 총리 선출에 필요한 의석수에는 미치지 못했다.

2017년 군부 개정 헌법에 따라 총리는 군부가 임명한 상원의원 250명과 총선으로 뽑힌 하원의원 500명의 투표로 결정된다.

상원이 군부 측에 몰표를 던진다고 가정하면 야권은 하원 500석에서 75%에 달하는 376석을 얻어야 한다.

즉, 전진당과 프아타이당이 연정을 구성한다 해도 292석 밖에 확보하지 못했기 총리를 선출해 정부를 꾸리기는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이에 야권은 중도 성향으로 분류되는 품차이타이당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품차이타이당은 군부 중심의 현 연립정부에 참여한 바 있어 이들이 연정 구성에 합의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이들의 의석수를 모두 합해도 아직 362석에 불과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군부를 설득해야 정권 교체를 이룰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총리 선출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하원에서 최소 25석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정당들과 연정을 꾸리는 것은 의미가 없어 군부의 손을 잡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알자지라는 지난 2019년 총선 당시 쁘라윳 총리는 하원에서 군부가 적은 의석 수를 확보했음에도 상원에서 만장일치를 얻어 정권 연장에 성공했다고 지적하며 정권 교체를 보장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프아타이당은 일찌감치 군부와 어느 정도 합의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보낸 바 있지만 전진당은 '군부 정당들과 연정을 꾸릴 수는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여 치열한 협상이 예상된다.

탁신 친나왓 태국 전 총리 막내딸 패통탄 친나왓(36) 프아타이당 총리 후보가 총선 당일인 14일(현지시간) 방콕에서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2023.5.14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미 기자

◇끝까지 막판 변수로 남은 '왕실모독죄 폐지'

한편 전진당의 '왕실모독죄 폐지' 공약도 연정 구성 협상에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왕정 국가인 태국에서는 왕실에 대한 비판이 금기시돼 왔다. 태어날 때부터 군주를 경외하고 사랑하라는 가르침을 받고, 왕실을 비판하면 최대 15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이에 태국 군주제의 필요성에 공감하지 못한 젊은이들은 2020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나섰고 전진당은 왕실모독죄 폐지를 내세우며 이들의 표심을 사로잡았다.

다만 태국에서 왕실이 가지는 의미가 남달라 기득권층은 물론 프아타이당 역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피타 대표는 총선 결과 발표 이후에도 왕실모독죄 폐지가 "우선순위다"라는 입장을 고수해 이를 둘러싼 협상이 끝까지 치열하게 이어질 전망이다.

협상 난항으로 정계가 혼란에 빠질 시에는 쿠데타가 다시 일어날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나온다.

티티난 퐁슈디락 태국 쭐라롱껀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알자지라에 "투표 결과가 확실해지기 전까지는 이를 둘러싼 정부 구성 과정이 길어지고 교착 상태에 빠질 수 있다"며 "그동안의 쿠데타와 사법부 개입 등을 고려할 때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총선의 공식 결과는 7월 초 발표되며 총리 선출은 7월 말 이뤄질 예정이다.

14일(현지시간) 태국 총선을 맞이해 수도 방콕 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2023.5.14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미 기자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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