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노 군무부터 오색찬란한 용궁까지…K-발레 '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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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무용수들의 힘 있는 점프와 역동적인 군무, 물고기 비늘이 물결에 반짝이는 것처럼 하늘거리는 색색의 의상 등 화려한 볼거리에 한시도 시선을 떼기 어렵다.
1986년 초연한 이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유니버설발레단의 대표 레퍼토리 '심청'이 4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랐다.
2막은 연꽃에 실려 궁궐에 당도한 심청이 왕과 사랑에 빠지고, 아버지인 심봉사가 눈을 뜨게 되는 이야기로 한국적인 미와 발레의 결합이 절정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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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남성 무용수들의 힘 있는 점프와 역동적인 군무, 물고기 비늘이 물결에 반짝이는 것처럼 하늘거리는 색색의 의상 등 화려한 볼거리에 한시도 시선을 떼기 어렵다.
1986년 초연한 이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유니버설발레단의 대표 레퍼토리 '심청'이 4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랐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고전 심청전에 서양의 무용인 발레를 입힌 'K-발레'로 세계에서도 동서양 문화의 절묘한 조화로 환호받는 작품이다.
지난 12∼1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 '심청'은 37년간 왜 이 작품이 스테디셀러로 사랑받는지 증명하듯 꽉 찬 무대 구성으로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를 끌어냈다.
2019년 이후 4년 만에 무대에 오르는 이번 공연은 기존 3막(휴식시간 2회)을 2막(휴식시간 1회)으로 변경하면서 공연 시간을 단축했다. 원래 2막에 있던 용궁 장면을 1막으로 옮기고, 3막 궁궐 장면을 2막으로 가져왔다.
1막은 어린 관객도 흥미를 가질 만큼 다채로운 이야기 속에 발레를 녹여냈다. 초반 심청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어린이 발레리나가 등장해 귀여움을 샀고, 심청이 거친 바다를 잠재우기 위한 재물로 팔려 간 배 위에서는 선원들로 변신한 발레리노들이 힘 있는 춤으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심청'의 남성 군무는 여성 무용수의 춤이 중심이 되는 전통 발레에서는 보기 드문 장면이다. 선원들이 기다란 노를 바닥에 찍으며 내는 쿵쿵 소리나, 노를 겹쳐 놓고 그 위에 선 심청을 들어 올리는 안무는 창작 발레만의 참신함이 돋보였다. 고난도 안무를 일사불란하게 춰야 하다 보니 작은 실수가 전체 호흡을 깨는 아쉬움도 있었다.
1막의 백미는 용궁 장면으로 분위기가 이국적으로 확 바뀌었다. 한복을 개량한 차분한 색상의 의상들은 반짝이는 오색찬란한 물고기 의상으로 바뀌어 마치 다른 작품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관객들 사이에서는 놀이동산에 온 것 같다는 탄성도 나왔다. 다만 처연함이 서린 앞뒤 장면들과 괴리가 크다는 반응도 있다.
용왕과 심청의 춤은 물속을 헤엄치는 듯한 가벼운 몸짓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12일 무대에 오른 실제 부부이기도 한 심청 역의 강미선과 용왕 역의 콘스탄틴 노보셀로프는 완벽한 호흡으로 황홀한 분위기를 살려냈다.
2막은 연꽃에 실려 궁궐에 당도한 심청이 왕과 사랑에 빠지고, 아버지인 심봉사가 눈을 뜨게 되는 이야기로 한국적인 미와 발레의 결합이 절정에 달했다. 심청은 춤 선을 드러내기 위한 의상이 아닌 한국 전통 혼례복을 입고 치맛단 아래 토슈즈를 빼꼼히 내보였고, 궁궐 연회에 탈을 뒤집어쓰고 나온 무용수들은 한국무용용과 발레를 결합한 춤사위로 흥을 돋웠다.
'심청'은 몇 안 되는 창작 발레 중 오랫동안 조금씩 다듬어 완성도를 높인 작품이다. 한복과 토슈즈의 결합뿐 아니라 이야기 속에 처연함과 강인함, 효, 공동체 의식 등 한국적인 정서가 녹아있다. 익숙한 이야기로 발레 입문자에게는 흥미를, 고전 발레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이색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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