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코인’ 난리인데···징계 ‘꿈쩍’ 안하는 국회 윤리특위

작년 2월 이후 징계회의 한번도 없어
신현영·태영호 등 줄줄이 계류중
윤리특위원장 野변재일 맡고 있어
“여야간 정쟁탓.. 자동상정 필요”
뒤늦게 소위위원 임명 등 특위 가동착수
美는 외부전문가 참여 윤리사무처 도입

코인 투기의혹으로 물의를 빚은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작년부터 올해까지 여야의원들의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건이 36건에 달하지만 징계논의는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날 열린 민주당 ‘쇄신의총’에서도 “빨리 소집해서 이 건만 처리하자”고 주장하는 등 국회의 자정기능 회복에 대한 요구가 쏟아진다.

14일 국회에 따르면, 21대 국회 들어 6번의 윤리특위 회의가 열리긴 했지만 의원 징계안 심사를 위한 회의는 작년 2월이 마지막이었다. 김 의원 이전에 제소됐던 의원으로는 대표적으로 신현영 민주당 의원과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등이 있다.

신 의원은 작년 10월 이태원 참사 때 번진 ‘닥터카 갑질’ 논란의 장본인이다. 그는 참사 당시 명지병원 재난의료지원팀(DMAT) 닥터카를 타고 현장에 합류하면서 논란이 커져 권력남용금지 위반, 품위유지 위반 등으로 작년 12월 윤리특위에 제소됐다. 태 의원은 지난 2월 ‘제주 4·3사건은 북한 김일성 일가의 지시로 일어났다’는 발언을 해 품위유지 위반 등 사유로 같은 달 윤리특위에 제소됐다.

하지만 두 의원 징계안은 회부된 후에도 회의가 전혀 열리지 않는 바람에 모두 처리되지 않았다. 당원권 정지 등 조치와 달리 국회 윤리특위의 징계에는 국회제명을 비롯해 감봉과 수당지급 정지 등의 경제적 불이익 따라 붙는다.

변재일 국회 윤리특위원장은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국민의힘은 민주당에서 고발한 자당 의원들이 징계를 받는 것을 선호하지 않고, 민주당 입장도 마찬가지라 회의가 성립이 잘 안 된다”고 설명했다.

각종 정쟁의 틈바구니에서 사실상 국회 자정기능이 정지된 셈이다. 변 위원장은 회의가 열리기 위해서는 징계안의 자동상정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코인사태의 당사자인 김남국 의원도 지난달 11일 국회 윤리특위 상설화법을 대표 발의하며 “국회가 자정기능을 상실했다”며 직격한 바 있다.

현행 국회법 제46조 제3항은 윤리특위가 의원 징계 사항을 심사하기 전에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리고 윤리특위는 그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또 자문위원회 위원들은 국회법 제46조의2에 따라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의 추천에 따라 의장이 위촉한다.

이러다 보니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윤리특위의 자문위원회는 여야가 추천한 인사들로 구성되기 때문에 당의 입장에 기속돼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계나 시민단체 등에서 추천한 전문가로, 심사‘자문’위원회가 아니라 국회의장 산하 ‘심사위원회’를 만들어 징계안을 윤리위원회에 통보하고, 상설화된 윤리위에서 징계안 수용 여부만 결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성득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도 “미국은 의회 윤리위원회 산하에 윤리 사무처(Office Of Congressional Ethics)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를 도입해야 한다”며 “미국의 윤리 사무처는 의원이 아니라 법률전문가 등 외부 인사로 구성된다. 철저하게 조사를 해서 윤리위원회에 그 결과를 보낸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회 자정기능 상실과 유명무실한 윤리특위에 비판이 커지자 이날 윤리특위는 제1·2 소위위원들을 임명하고 김 의원에 대한 본격적인 징계논의 준비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