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폭등 아르헨, 쇼핑 천국으로…칠레 관광객 급증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중앙 시장[AFP]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이웃 나라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모든 걸 다 사 간다면, 그건 우리에겐 너무 비싸고 그들에겐 너무나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알도 아브람 경제학 교수는 현지 언론의 칠레 관광객 급증 기사를 개인 트위터에 리트윗하면서 살인적인 물가를 억제하지 못하는 정부를 비난했다.

아르헨티나의 연 100%를 상회하는 물가상승률과 달러 환율 급등은 페소로 벌면서 생활하는 아르헨티나 국민들에게는 재앙이지만, 달러로 쇼핑하러 오는 옆 나라 사람들에겐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14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칠레와 아르헨티나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멘도사주를 통해서 일일 평균 5000여명의 칠레인이 식료품 관광을 하러 아르헨티나에 입국하고 있다고 한다.

칠레인들은 국경에서 5시간 이상도 기다려야 하지만, 칠레 가격의 불과 30%에 밖에 되지 않는 식료품 가격에 이러한 불편함도 감수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이민국에 따르면 4월 한 달 내 멘도사주를 통해서 입국한 칠레인들은 총 19만4345명으로, 이는 일일 평균 6478명이다. 이 중 80%인 5180명 정도가 식료품, 개인 위생용품 및 청소용품을 저렴하게 구입하기 위해 입국하는 칠레인이라고 알려졌다.

팬데믹 전에는 칠레로 가전제품을 구입하러 가는 아르헨티나인들이 훨씬 많았으나, 아르헨티나 경제 위기로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식료품 투어를 오는 칠레인들은 대부분이 서민들이며 이들의 목적은 저렴한 가격의 생필품을 구입하는 것이다.

한 칠레 관광객은 현지 TV 인터뷰에서 “모든 물건이 다 저렴하다. 기름, 커피, 소스, 기저귀, 쌀, 우유 등 모든 게 칠레보다 2배에서 3배 정도 더 싼 것 같다”라고 말했다.

멘도사주에 위치한 대형마트와 창고식 도매 할인점은 몰려드는 칠레인들 때문에 현지 주민들의 불편이 가중되자, 칠레인들의 쇼핑 시간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칠레인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은 오전 7시부터 오후 2시까지만 창고식 도매 할인점에서의 물품 구입이 가능하다.

이는 칠레인들의 사재기로 계산대에 긴 줄이 형성됨에 따라 현지 아르헨티나 시민들이 2-시간 이상 계산대에서 기다리게 되자, 급증하는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업체가 내놓은 조치이다.

칠레 4월 물가상승률은 0.3%였으며, 연간 4.6%로 예측되는 반면, 아르헨티나 4월 물가상승률은 8.4%였으며, 연간 최소 124%를 전망하고 있어, 이에 동반되는 환율 변동을 감안하면, 칠레인들의 아르헨티나 식료품 투어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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