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는 징역 150년형에 벌금 1兆인데…‘뒷북’ 주가조작 처벌 강화 실효성 있을까 [투자360]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發) 주식 폭락 사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국민의힘과 정부가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의사·연예인 등의 다단계식 투자 일임과 주가 조작 시도, 기업 대주주의 제 몫 챙기기 등이 이미 벌어진 가운데, 이번에도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 투자자가 지게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해외 사례와 비교했을 때 강화한 처벌 규정마저 ‘솜방망이’라는 비판이 이어지는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난 9일 국회에서 개최한 당정협의회를 통해 대규모 주식 폭락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내놓았다.
당정은 ▷주가조작 범죄 시 기존 형사처벌 외 부당이득의 최고 2배 환수 ▷주가조작 적발자 자본시장 거래 10년간 제한 및 상장사 임원 선임 금지 등의 내용을 담도록 자본시장법을 조속히 개정하기로 했다.
여기에 당정은 포상금 한도도 2배(20억→40억원) 높이고, 자진 신고자 ‘감경 제도’를 도입해 국민들의 적극적인 신고와 제보를 독려키로 했다.
이상거래 감시 시스템 강화에도 나선다. 대표적으로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렸지만 지난 2020년 1월 폐지됐던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본부와 관련해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현재 파견 형태 임시직제로 운영하고 있으나, 이달 내 합수부로 상설화해 정식 직제로 전환, 운영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당정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의 조사·감시 조직과 인력을 확충할 계획이다.
다만, 당정의 이 같은 대책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에선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미 때가 지난 후 대책을 세운다)’이란 평가를 내놓는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내 증시가 이미 수차례 대형 주가 조작 파문을 경험해왔지만, 그때마다 ‘겉핥기식 수사’와 ‘꼬리자르기식 처벌’만 이어져왔다”며 “해외와 달리 관련 관련 처벌법 역시 ‘솜방망이’에 불과하단 평가가 나오다 보니 주가조작 세력의 시도가 끊이질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지난 2007년 주가조작 사태로 국내 증시를 뒤흔들었던 ‘루보 사태’ 주범 김모 씨에겐 징역 3년 6개월에 벌금 10억원이 선고됐고, 기획자는 집행유예 5년을 받는 데 그치기도 했다.
국내와 달리 주가 조작 범죄자에 대한 해외 주요 국가들의 처벌 수위는 국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수준이다.
미국의 경우 주가 조작 사범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고수 중이다.
대표적으로 경영진이 분식회계를 통해 주가를 올린 사실이 드러난 글로벌 에너지 기업 엔론의 케네스 레이 회장은 분식회계와 주가 조작 등의 혐의로 재판에 회부돼 징역 24년형을 선고받았고, 최고경영자(CEO)였던 제프리 스킬링도 14년을 복역하고 출소했다.
70조원에 이르는 사상 최대의 폰지 사기극을 벌인 버나드 메이도프는 지난 2009년 150년형을 선고받았고, 2021년 82세의 나이로 옥중 사망하기도 했다.
중국의 경우엔 기업의 근간을 뒤흔들 정도로 천문학적인 금액의 벌금을 부과한다. 중국 종합물류업체인 베이바다오(北八道)그룹은 주가 조작 사실이 적발돼 55억위안(약 1조586억원)의 벌금을 부과 받았다.
여기에 중국 금융 당국은 개인간대출(P2P) 업체인 상하이다륜실업(上海多倫實業)의 시안 얀 회장에 대해 주가 조작 혐의로 34억8000만위안(약 6698억원)의 벌금을 부과했으며 사건에 가담한 10여명은 영구적으로 중국 증권 거래 금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 밖에 주가 조작 관련 ‘수사 프로세스’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부패범죄 등 특정 사안에 대해선 피의자가 스스로 정상적인 금융거래인 점을 입증하도록 하는 프랑스의 ‘입증책임전환 규정’을 국내에도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주가 조작과 관련된 처벌 규정에 대해선 형량·과징금 등을 미국의 수준으로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특히, 과징금 대상을 정확히 범위를 규정하기 힘든 ‘부당이익’에 한정하기보단 ‘전 재산’의 5~6배 등으로 강화함으로써 피의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경제적 타격을 입히는 것이 형량 강화 등에 비해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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