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뒤에 깊어가는 상실·불안감… 벚꽃 닮은 ‘희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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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이 오르면 투명 유리와 철제 구조물에 둘러싸인 무대가 보인다.
투명 유리 너머 꽃을 들고 무대에 입장하기 전 대기하는 배우의 모습, 퇴장하는 배우의 모습이 훤히 보인다.
인기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 드라마와 영화에서 활동하다 5년 만에 연극무대로 돌아온 백지원은 벚꽃동산을 향한 라네프스카야의 마음이 배우로서 불안하게 외발로 서 있는 듯한 자신의 감정과 닮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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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보 단장, 첫 ‘체호프’ 연출
막이 오르면 투명 유리와 철제 구조물에 둘러싸인 무대가 보인다. 투명 유리 너머 꽃을 들고 무대에 입장하기 전 대기하는 배우의 모습, 퇴장하는 배우의 모습이 훤히 보인다. 자칫 몰입감을 방해할 수 있지만, 오히려 연극에 더 집중하게 만드는 무대는 국립극단이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 ‘벚꽃동산’. 러시아 대문호 안톤 체호프의 작품으로 김광보 국립극단 단장이 체호프 작품을 연출하기는 연극인생 30여 년 만에 처음이다.
‘벚꽃동산’은 귀족 계급이 몰락하고 신흥 자본가가 성장하던 러시아 혁명기를 배경으로 귀족 라네프스카야가 자신이 소유한 벚꽃동산을 경매로 잃는 과정을 그린다. 한때 화려한 영광을 누린 귀족 가문의 라네프스카야는 모든 것을 잃고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으로 돌아온다. 막대한 빚에, 신흥사업가 로파힌은 벚꽃동산을 임대하는 방안을 제안하지만 라네프스카야는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결국 벚꽃동산은 팔리고 라네프스카야는 쓸쓸히 벚꽃동산을 떠난다. 떠나는 라네프스카야의 뒷모습에서 연민이 느껴진다. 김 단장은 “그동안 ‘벚꽃동산’은 라네프스카야의 허황된 모습을 많이 강조했다”며 “내겐 전혀 달라 보였다. 주인공의 정서를 따라가며 작품을 ‘희비극’으로 연출하려 했다”고 밝혔다.
‘라네프스카야’ 역은 배우 백지원, 신흥사업가 ‘로파힌’ 역은 배우 이승주 등이 맡았다. 인기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 드라마와 영화에서 활동하다 5년 만에 연극무대로 돌아온 백지원은 벚꽃동산을 향한 라네프스카야의 마음이 배우로서 불안하게 외발로 서 있는 듯한 자신의 감정과 닮았다고 했다. “극한의 상황에 몰린 인물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 했다”는 그는 “관객들이 웃음 뒤에 깊어가는 상실과 불안감을 느꼈다면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어린 아들이 강에 빠져 죽었다며 울먹이던 라네프스카야가 별안간 상대방의 콧수염을 보고 “당신은 정말 괴짜다”며 웃음을 터뜨리는, 순간적인 감정 전환의 연기는 소름을 돋게 한다.
배우들의 연기를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것은 특이한 무대다. 과거 턴테이블, 승·하강 리프트 등 독특한 무대장치를 연극에서 선보인 박상봉 무대 디자이너의 작품으로 거대한 투명 유리 구조물은 배우들이 연기하지 않을 때도 관객들에게 노출시킨다. 유리는 극 중 인물들이 무도회를 열어 춤을 추거나 마술쇼를 하며 웃는 장면에서도 불안을 가중시킨다. 극 후반부 로파힌이 유리를 두드리며 감정을 폭발시키는 장면에선 배우의 연기를 돋보이게 했다. 김 단장은 “유리가 상징하는 바가 크다. 약해 보여 집이 무너질 것 같고 위태로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공연은 28일까지. 모든 회차가 전석 매진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유민우 기자 yoom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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