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장애 보육’이라는 명칭은 바뀌어야 한다
특수교육법에서는 만 9세 이하의 유아에게 장애명칭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본인은 장애통합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원장으로 보육현장에서 통합교육과 관련해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를 이야기 해 보고자 한다. 언어나 사회성 발달 등이 또래들보다 늦는 아이를 빨리 발견하고, 조기에 적절한 지원이 이뤄지도록 돕는 것은 효과와 예후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영유아기 조기개입을 위해 복지부에서 마련하고 있는 제도가 '장애통합 어린이집' 제도이다. 장애통합 어린이집으로 지정 받은 어린이집에는 장애보육교사가 특별한 지원이 요구되는 영유아 3명만을 위한 담임교사로 지정돼, 그 유아에 맞는 교육계획과 교실적응, 발달을 돕는다. 그렇기 때문에 유아기 또래들보다 발달이 다소 느릴 경우, 장애통합반으로 들어가 좀 더 세심한 지원을 받는다는 측면에서 발달이 느린 유아 부모님들에게 장애 통합반을 권유하기도 한다. 장애 통합반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영유아의 자격사항을 '일반보육'에서 '장애보육' 자격으로 바꿔야 통합반에 들어갈 수 있다.
아이에 대해 더 특별하고 집중적인 지원을 할 수 있는 장애통합반 지원을 왜 거부하세요?
"장애 통합반에서 좀 더 세심한 교사의 지원을 받으시는 건 어때요?"라고 권유했을 때 "우리 아이는 장애가 아닌데요?"라며 특별한 혜택을 거부한다. 왜 그럴까? 장애보육료 지원신청을 위해서는 의사의 소견서를 들고 주민센터에 가서 신청해야 하는데, 의사의 진단은 '특수교육적 지원이 필요하다거나, 발달이 지연돼 있다' 등의 문구만 들어가면 된다. 그런데 그 보육료 지원자격명이 '장애' 보육료 지원이라는 이름으로 분류되는데 이 명칭이 막상 부모들에게 부담이 된다. 아직 장애라고 인정할 수도 없는 나이이고, 약간 늦는다고 해서 태어난지 만 3년이 안 된 유아에게 장애라는 명칭을 부여한 보육자격은 부모에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장애보육' 자격은 장애인 복지카드를 만드는 것이 아니며, 이후에 다시 일반 보육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을 거듭 설명해도 지원을 거부하는 부모를 설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는 특수교육대상자의 분류에서 만 9세 이하의 유아들에게 장애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는다. 또래들보다 의사소통이나 인지 등의 발달이 늦는 영유아의 경우, 이들을 지적장애, 자폐성 장애, 의사소통 장애 등 장애라는 명칭을 붙여서 분류하는 것을 지양하자는 의미이다. '신체, 인지, 의사소통, 사회·정서, 적응행동 중 하나 이상의 발달이 또래에 비해 현저하게 지체돼 특별한 교육적 조치가 필요한 영아 및 9세 미만의 아동'을 특수교육법에서는 '발달지체'로 정의해 이 시기는 '발달이 지체되고 있다'는 정도로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어린이집으로 입소할 유아가 특수교육적 지원(통합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장애보육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장애통합반으로 이름 부르는 것은 아직 발달의 가소성이 많은 영유아를 행정 시스템에 의해 낙인 찍는 것이다. 또래들보다 발달이 지체돼 어린이집의 통합지원 시스템에서 지원받고자 하는 유아와 부모, 그 아이를 담당하는 교사가 '장애통합반', '장애 통합반 부모', '장애유아 보육교사'라고 불려 지며 계속해서 장애라는 명칭으로 이름 불려질 수밖에 없다.
영유아기 또래보다 발달이 늦다고 해서, '장애'라는 명칭을 최대한 자제해야 함을 특수교육법에서 명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육현장에서는 너무나도 쉽게 장애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용어를 쓰고 있다. 이 명칭 때문에, 현장에서는 특별한 지원이 필요한 유아도 그 부모가 명칭이 주는 거부감 때문에 통합반을 지원하지 않는 사례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즉, 장애보육이라는 명칭이 주는 거부감이, 최대한 빨리 지원이 이뤄져야 하는 영유아에 대한 혜택의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애보육자격'이라는 용어는 대체할 수 있는 용어로 바뀌어야 한다. 발달에 결정적인 시기에 약간이라도 특별한 지원이 필요한 유아가 좀 더 쉽게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장애'라는 용어로 특별한 지원의 테두리에 들어오는 것을 제한하게 되는 용어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같은 맥락에서 교육현장에서 자격 요건을 주고 있는 '장애영유아 보육교사' 자격증도 그 명칭은 바뀌어야 한다. 언어는 아무 것도 아닐 수도 있어 보이지만 실제로 언어는 그것을 규정하기도 하고, 낙인찍기도 한다. 비록 보육시설에서 장애보육지원은 장애복지카드 등 유아를 규정짓는 형태는 아닐 지라도 그 용어가 주는 심리적 불편함과 규정되는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복지부는 발달이 지체된 유아들의 대한 빠른 선별과 조기개입이 더욱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장애보육이라는 용어 대신 좀 더 유연한 용어를 사용해 많은 영유아들이 좀 더 쉽게 특별한 지원에 접근해 혜택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칼럼니스트 주혜영은 단국대학교 특수교육과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어린이집에서 본인의 교육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아동인권으로 박사학위 논문을 썼으며, 어린이집 운영 이후 숲생태유아교육과 유아교수방법 등으로 전공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아동발달심리연구회 창립멤버로서 12년째 연구모임을 통해, 교육현장의 사례를 발표하고 연구회에서 공부한 것을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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