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 또는 죽음의 레이스…양면의 PGA 투어 챔피언스 [임정우의 스리 퍼트]
최경주·랑거 등 영구 시드권자
컷 탈락 없어 천국이라 불러
매 시즌 출전권 걱정해야 하는
양용은 등 일반적인 선수들은
PGA 투어·DP월드투어보다
치열한 경쟁서 살아남아야해
골프팬들의 관심도 엄청나다. 미국에서는 PGA 투어 다음으로 시청률이 높게 나올 정도로 인기가 높다. 최경주는 PGA 투어 챔피언스에 대한 질문에 “PGA 투어 챔피언스는 프로 골퍼들에게 천국이다. 대회에 출전하면 돈을 받는 만큼 ATM 투어라고 부르는 선수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모든 선수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최경주와 베른하르트 랑거(독일), 짐 퓨릭, 스티브 스트리커(이상 미국), 어니 엘스(남아프리카공화국) 등처럼 사실상 영구 시드를 받은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매년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다른 투어와 같다.
50세 이전에 PGA 투어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지 못한 선수가 PGA 투어 챔피언스를 누비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퀄리파잉 토너먼트를 통해 출전권을 받는 선수가 5명에 불과해서다. 좁은 문을 통과했다고 해서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매년 찰스 슈와브 포인트 36위 이내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면 다음 시즌 출전권을 잃는 만큼 몇몇 선수들은 “PGA 투어보다 살아남기 어려운 무대가 PGA 투어 챔피언스”라고 한다.
지난해 PGA 투어 챔피언스에서 첫 번째 시즌을 보낸 양용은은 “영구 출전권을 갖고 있는 선수들에게는 천국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다. 그러나 매년 출전권을 걱정해야 하는 나에게는 전쟁터”라며 “영구 시드가 있는 선수들을 보면 정말 부럽다. 다른 투어처럼 1승을 한다고 해서 2년 출전권 등이 보장되는 게 아닌 만큼 죽음의 레이스를 매년 치르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선수들이 모인 만큼 찰스 슈와브 포인트 36위 안에 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랑거와 퓨릭, 스트리커 등이 변함 없는 실력을 자랑하는 만큼 PGA 투어 챔피언스 신예들이 생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양용은은 “나이가 가장 어린 선수가 50세인데 성적이 좋은 선수들을 보면 대부분 50세 중후반이다. 나이가 어리다고 무조건 잘 치는 건 아닌 것 같다”며 “PGA투어와 DP월드투어 등을 누빌 때처럼 살아남기 위해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이곳에서 여러 번 우승해 영구 출전권을 받아야 다른 선수들처럼 천국에 온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PGA 투어 챔피언스를 누비는 선수들의 공통점도 하나 있다. 연습장보다는 체육관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 시즌을 부상 없이 보내기 위해서는 웨이트 트레이닝과 스트레칭 등이 필수여서다. 양용은은 “연습량은 줄어도 체육관에서 보내는 시간은 두 배 이상 늘었다. 랑거는 체육관에서 살다시피한다고 들었다”며 “운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회복 속도가 젊었을 때보다 느려진 만큼 휴식을 충분히 취하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죽음의 레이스에 도전하려는 최경주와 양용은의 후배들도 몇몇 있다. 대표적인 선수는 ‘낚시꾼 스윙’으로 유명한 최호성이다. 올해 49세의 나이로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를 누비고 있는 최호성은 내년에 PGA 투어 챔피언스를 누빌 자격을 얻는다. 최호성은 “지금의 몸 상태라면 PGA 투어 챔피언스에 도전할 생각을 갖고 있다. 경쟁이 치열하고 살아남기 힘든 투어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한 번쯤은 도전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며 “거리 하나 만큼은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퀄리파잉 토너먼트라는 바늘 구멍을 통과하고 죽음의 레이스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준비를 철저히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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