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화된 줄 알았던 ‘정크 DNA’가 인체 노화·발암에 영향”

이종현 기자 2023. 5. 15.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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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정크 디옥시리보핵산(DNA)'으로 알려진 'L1 점핑 유전자'가 노화나 발암 과정에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주영석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는 "전장유전체 및 생명정보학의 광범위한 적용을 통해 그동안 규명하기 어려웠던 L1 점핑 유전자에 의한 생명현상을 확인한 대표적인 연구"라며 "이번 연구는 DNA 돌연변이가 암이나 질환을 갖고 있는 세포의 전유물이 아니며, 인간의 정상 세포의 노화과정에서 세포 자체의 불안정성에 의해 끊임없이 돌연변이가 생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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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정크 DNA가 인체의 노화와 발암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주영석(왼쪽)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 김민정 서울대학교병원 교수, 권현우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KAIST

국내 연구진이 ‘정크 디옥시리보핵산(DNA)’으로 알려진 ‘L1 점핑 유전자’가 노화나 발암 과정에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향후 인체 노화와 질환 발생을 제어하는 기술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의과학대학원 주영석 교수 연구팀이 서울대학교병원 외과 김민정 교수,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권현우 교수팀과의 공동연구로 ‘L1 점핑 유전자’가 활성화되면서 대장 상피 세포의 유전체가 파괴되는 현상을 규명해냈다고 15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지난 10일 게재됐다.

인간 유전체 중 일반적인 단백질 생성 유전자는 전체 염기서열의 1%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99%는 기능이 뚜렷하게 알려지지 않아 쓸모없다는 의미에서 ‘정크 DNA’로 불린다. ‘L1 점핑 유전자’는 정크 DNA의 6분의 1 정도를 차지하는데 활성화될 경우 세포의 유전정보를 파괴하거나 교란하는 역할을 할 수 있어서 진화 과정에서 화석화(불활성화) 됐다고 알려져 있다.

공동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그동안 알려진 것과 달리 ‘L1 점핑 유전자’ 일부는 아직도 특정 조직에서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노화 과정에서 이들이 유전체 돌연변이를 빈번하게 생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공동 연구진은 28명의 피부(섬유아세포), 혈액 및 대장 상피 조직에서 899개의 단일세포 전장 유전체 서열을 확보해 생명정보학 기법으로 분석했다. ‘L1 점핑 유전자’에 의한 돌연변이는 세포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었지만, 주로 노화된 대장 상피세포에서 발견됐다. 40세가 된 개인의 대장 상피 세포들은 평균적으로 1개 이상의 ‘L1 점핑 유전자’에 의한 돌연변이를 갖고 있었다.

공동 연구진은 ‘L1 점핑 유전자’의 활성화 기전을 찾기 위해 DNA 뿐만 아니라 후성 유전체 서열도 함께 확인했다. 후성 유전체는 태어날 때 물려받은 DNA 유전정보가 아니라 성장하면서 DNA의 구조적 변화로 유전자 기능이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 결과 ‘L1 점핑 유전자’가 활성화된 세포에서는 후성 유전체의 불안정성이 발견돼 후성 유전체의 변화가 ‘L1 점핑 유전자’의 활성을 조절하는 스위치 역할을 한다는 것도 확인했다. 후성 유전체의 불안정성은 대다수가 초기 배아 발생과정에서 형성됐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번 연구 결과를 발전시키면 향후 ‘L1 점핑 유전자’의 활성화에 따른 노화 및 발암 과정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활성화를 억제하면 인체의 노화와 질환 발생을 제어하는 기술 개발까지 이어질 수 있을 전망이다.

주영석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는 “전장유전체 및 생명정보학의 광범위한 적용을 통해 그동안 규명하기 어려웠던 L1 점핑 유전자에 의한 생명현상을 확인한 대표적인 연구”라며 “이번 연구는 DNA 돌연변이가 암이나 질환을 갖고 있는 세포의 전유물이 아니며, 인간의 정상 세포의 노화과정에서 세포 자체의 불안정성에 의해 끊임없이 돌연변이가 생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참고자료

Nature, DOI :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3-06046-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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