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폰남이 9억 줬는데 증여세 5억 나왔어요”...법원 판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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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만남을 통해 만난 상대방과 오랫동안 교제하며 9억원에 가까운 돈을 받은 여성이 증여세로 5억원을 납부하게 됐다. 성매매 대가이므로 증여세 부과 대상이 아니라며 세무서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하면서다.

15일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신명희 부장판사)는 최근 A씨(37·여)가 서울반포세무서를 상대로 낸 증여세 등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미성년자였던 2005년 인터넷 채팅을 통해 전업주식투자자 B씨를 만나 원조교제를 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A씨가 성인이 된 이후로도 이어졌다. 특히 B씨는 A씨 명의의 증권계좌를 관리하며 주식 거래를 해 주기도 했다. A씨가 B씨로부터 받은 경제적 지원은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총 73회에 걸쳐 9억3703만원에 달한다.

A씨는 2011년 4300만원의 이자소득을 얻었다. 또 2014년부터 2017년에 걸쳐 3건의 부동산을 취득하는 등 재산을 쌓았다. 세무당국이 이를 의아하게 여겨 자금 출처 조사에 나섰다. 반포세무서는 A씨가 투자에 사용한 자금이 B씨에게서 나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2020년 5월 A씨에게 5억3087만원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증여세는 과세표준 1억원까지는 10%, 5억원까지 20%, 10억원까지 30%가 부과된다. 이를 내지 않고 버티거나 늦게 내면 무신고 가산세와 납부지연 가산세가 붙는다.

A씨는 이에 불복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의거하면 대가성이 있거나 합의금일 경우에는 증여세 부과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조건만남의 대가로 받은 돈이기 때문에 무상으로 받는 행위인 증여로 볼 수 없어 증여세 부과 대상이 아니다”며 “9억원 중 5억원은 위자료 명목으로 준 것이라 증여세 부과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 주지 않았다. 앞서 A씨와 B씨 간 벌어진 다른 소송에서 두 사람이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고 설명한 것이 근거가 됐다. B씨는 2017년 A씨에게 7억원을 돌려달라며 대여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했다. 당시 A씨는 수사 과정에서 B씨가 연인으로서 준 돈과 미성년자 성매수에 대한 사죄의 의미로 지급한 돈이라고 진술해 불기소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재판부는 “A씨가 B씨와 연인관계로 교제하며 경제적 지원을 받았다고 진술했으므로 단지 성매매 대가에 해당하는 것이라 할 수 없어 증여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며 “위자료 명목으로 거액을 지급한다는 것도 경험칙에 반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