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으로 여윳돈 쏠려…10억원 초과 예금잔액 800조원 육박

지난해 말 기준, 1년 전보다 26조원 이상 늘어
정기예금 규모…564조5460억원

(시사저널=김은정 디지털팀 기자)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으로 은행의 저축성 예금(정기예금, 정기적금, 기업 자유예금, 저축예금) 중 잔액이 10억원을 넘는 계좌의 총 금액은 796조3480억원이었다. ⓒ연합뉴스

개인 자산가와 기업들이 은행을 통해 보유하고 있는 고액 예금(10억원 초과)잔액이 총 8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분이 차례로 예금에 반영되면서 고액 예금 규모가 함께 증가했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은행의 저축성 예금(정기예금, 정기적금, 기업 자유예금, 저축예금) 가운데 10억원이 넘게 예치된 예금계좌의 잔액은 796조3480억원이었다. 지난해 6월 말(787조9150억원)과 비교해 1.1%(8조4330억원) 증가, 사상 최대 규모를 또다시 경신했다. 1년전 대비해서도 3.5%(26조6260억원) 확대됐다. 한국은행은 매년 반기별로 예금 규모 별 계좌수 및 금액을 집계해 상·하반기 한 차례씩 공표한다. 

10억원 초과 고액 예금 계좌수는 2021년 6월 말 8만4000개, 2021년말 8만9000개, 지난해 6월말 9만4000개에 이어 지난해말 기준으로 9만5000개까지 상승했다.

10억원 초과 저축성 예금 잔액은 2017년말 499조1890억원에서 2018년말 565조7940억원으로 500조원을 돌파했다. 이후 2019년 말(617조9610억원)에는 600조원을 넘어섰다. 2020년 말 676조1610억원에 이어 2021년 말(769조7220억원)에는 700조원을 뛰어넘었고, 지난해 말 800조원에 달했다.

저축성 예금 가운데 가장 많은 뭉칫돈을 모은 상품은 '정기예금'으로 잔액이 1년 전(509조8150억원) 대비 10.7%(54조7310억원) 증가한 564조546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기업 자유예금'은 234조7850억원에서 219조8900억원으로 6.3%(14조8950억원) 줄었다. '저축예금'도 24조4480억원에서 11조5250억원으로 52.9%(12조9230억원) 위축됐다. 이는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자금 경색 등으로 대출금리가 치솟자 이자 부담이 커진 기업들이 보유예금 중 일부를 대출상환에 썼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예금은행 기업대출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지난해 1분기 3.35%에서 2분기 3.63%, 3분기 4.41%에 이어 4분기 5.50%까지 급증했다.

'기업 자유예금'은 법인과 개인 사업자가 여유자금을 은행에 예치하는 상품이다. '저축예금'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결제성 예금이다. 지난해에는 입출금은 자유롭지만, 이자율이 낮은 '저축예금'이나 '기업 자유예금'보다는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예치 기간동안 받는 '정기예금'으로 개인과 기업들의 여윳돈이 쏠린 것이다.

저축성 예금 중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의 예금 잔액은 지난해말 기준 75조6660억원이었고, 1억원 초과∼5억원 이하는 211조1000억원으로 반년전 대비 각각 4.2%(3조220억원)와 5.4%(10조7590억원) 늘었다. 지난해 말 대비로는 9.4%(6조5210억원)와 8.8%(17조540억원)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