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야생사자 10마리 잇따라 '이례적' 사살... 왜?

세계 최장수 19살 사자 등 민가 침입 늘어
"40년 만의 최악 가뭄... 사냥터 잃은 탓"

세계에서 나이가 가장 많은 것으로 추정되는 19살의 수컷 사자 '로온키토'. 케냐 남부 암보셀리 공원에 있던 이 사자는 최근 먹이를 찾아 공원을 벗어났다가 마사이족 전사의 창에 찔려 죽은 것으로 전해진다. 라이온 가디언스 제공·AP 연합뉴스

케냐에서 사자 6마리가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한꺼번에 민가 지역을 침입했다가 결국 사살됐다. 같은 이유로 목숨을 잃은 사자는 최근에만 10마리에 달한다. 최악의 가뭄으로 야생 서식지마저 위태로워진 케냐에서 인간과 야생동물 간 갈등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4일(현지시간) 현지 일간지 데일리네이션과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전날 사자 6마리가 케냐의 한 민가로 들어가 가축우리에 있던 염소 10마리와 개 1마리를 공격한 뒤 주민들에 의해 모두 사살됐다. 케냐야생동물청(KWS)은 최근 들어 암보셀리 생태계에서만 총 10마리의 사자가 사살됐다고 밝혔다.

앞서 케냐 남부 암보셀리 공원에선 지난 12일 세계에서 나이가 가장 많은 것으로 추정되는 19살의 수컷 사자 '로온키토'가 먹이를 찾아 공원을 벗어났다가 마사이족 전사의 창에 찔려 죽은 일이 있었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은 로온키토에 대해 "10년 넘게 자신의 영역을 지켜 온 '전설적인 큰 고양잇과 전사'"로 묘사한 바 있다. KWS는 "사자 10마리가 거의 동시에 죽은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케냐 야생동물 단체들은 최근 야생동물이 인간 서식지에 침입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4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케냐에서 야생 서식지마저 위태로워지고 있다는 게 이유로 꼽힌다. 야생동물들이 전통적인 이동 경로 및 사냥터를 잃으면서 먹이 사냥에 어려움을 겪자 민가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2021년 케냐에서 최초로 실시된 야생동물 센서스에 따르면 케냐에는 약 2,500마리의 사자가 살고 있다.

야생사자 보호단체인 라이온가디언스(Lion Guardians)는 "가뭄이 야생동물들의 사냥터까지 빼앗은 결과, 인간과 사자의 갈등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KWS는 "인간의 생명과 야생동물을 모두 보호하면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지속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지역사회와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