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되는 중국경제]소도시 소비 축제에 열광하는 이유
여행지마다 인산인해를 이루고 대목을 잡으려는 전자상거래 업체의 각종 할인행사도 이때를 놓치지 않는다. 내수활성화를 통해 경제를 살리고 부족한 세수를 확보해야 하는 각지 지방정부도 마찬가지다.
올해의 화제는 산둥성의 소도시인 쯔보(淄博)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바비큐 행사다. 인구 470만 명인 이곳에 3월 이후 몰려든 관광객은 500만 명이 넘는다.
전국에서 몰려드는 관광객 특수로 쯔보시내 꼬치구이 가게의 경우 하루 평균 2만 위안에서 3만 위안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한 줄에 2.5위안 짜리 꼬치를 하루 만 개정도 판다는 소리다.
주변의 축산 농가나 사료업계는 물론 숙박 운송업계 모두 호황이다. 1인당 평균 소비액을 930위안으로 계산해도 소도시 입장에서는 대박 행사인 셈이다.
쯔보시의 1분기 공공 예산수입은 111억 위안으로 전년 같은 기간대비 4% 늘었다. 산둥성 도시 중에 3위 수준이다. 1월까지만 해도 마이너스였던 공공 예산수입이 3월 이후 32%나 증가한 덕이다.
물론 재정수지에 큰 도움을 줄 수준은 아니다. 이 도시의 핵심 산업은 탄광 철광석 유리 도자기 화학공업 등으로 70% 비중을 차지한다. 재정수입을 대형 공업 국유기업에 의존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중국의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도시개발공사 부채는 2021년 말 공식 잔액 기준으로 946억 위안이다. 장부에 없는 부채 1406억 위안은 별도다. 같은 해 공공 예산수입은 368억 위안이다.
부동산 개발을 위한 정부성 기금수입은 361억 위안이다. 중앙정부 교부금 등 이전수입을 모두 합친 종합재력은 850억 위안 정도다. 이를 기준으로 도시개발공사 채무까지 고려한 종합 부채율을 계산하면 276%다.
베이징 산둥 등 북방도시는 시장화 속도가 남방도시보다 느린 편이다. 여전히 국유기업과 자원개발형 성장에 의존하는 지역이다. 게다가 2018년 이후에는 인구 유출이 유입보다 많은 상태다.
지역경제에 드리워진 먹구름을 해소하려고 기획한 게 바로 외부인재 유치다. 지난 3월 베이징에서 열린 쯔보 인재유치 행사에 마샤오레이(马晓磊) 서기도 참석했을 정도다.
마서기는 베이징대학과 칭화대학을 방문한 자리에서 학생들에게 쯔보 시 무료현장 방문 기회 제공을 약속한다. 쯔보를 방문하는 학생들에게 무료 숙식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은 각종 SNS로 퍼져나간다.
이른바 ‘왕훙’이라는 대학생 셀럽들의 자체 마케팅으로 이어진 것이다. 늘어나는 방문객에 쯔보 시 정부도 공무원을 투입해가며 숙식 교통 편의를 제공하는 등 호응한 결과다.
쯔보의 성공 사례를 보면서 선전 등 28개 지방정부에서도 노점을 활성화하는 등 소비 늘리기에 나서고 있다. 고정자산 투자의 GDP 비중의 50%에 가까운 중국 경제 구조상 1분기 5.1% 증가한 고정자산 투자로는 경제살리기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노동절 연휴인 4월 29일부터 5월 3일까지 중국문화관광부 공식 여행객 수는 2억7400만 명에 이른다. 지난해 코로나 대유행 시기보다 70.83% 정도 늘어난 수치다. 관광지 매출액도 1480억 위안으로 128%나 증가했다. 2019년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도 여행자수로 119% 늘었고 매출도 100% 증가했다. 엔제믹으로 일상을 거의 회복했다는 증거다.
하지만 1인당 지출 규모를 보면 2019년에 비해 15%나 줄어든 상태다. 노동절 연휴 5일간 1인당 소비한 금액은 540위안이다. 대부분 숙식비와 교통비고 나머지 소비는 거의 없다.
그나마 저렴한 철로를 이용한 여행객이 9088만 명이다. 하루 평균 1817만 명 수준인데 지난해 코로나 봉쇄 당시보다 464% 늘어난 수치다. 물론 봉쇄 전인 2019년과 비교해도 22.1%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도로를 이용한 사람은 약 1억6000만 명이다. 일 평균 이용객으로 따지면 3261만 명으로 지난해보다 (99.1% 늘었고 2019년에 비하면 마이너스 29.4%다. 자동차가 기차보다 여행 비용이 더 들기 때문이다.
항공 여행객은 941만5000명으로 하루 평균 188만 3000명이 이용한 것으로 나온다. 지난해 보다 507%나 늘었고 2019년보다는 4.2% 증가한 수치다. 해외여행의 경우 수요는 늘었지만 여전히 요금이 비싸다. 그나마 항공 노선 수도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요즘 중국 경제의 최대 과제는 총수요를 회복시키는 일이다. 소비를 늘리기 위해서는 소득이 늘어야 하는데 오히려 일자리는 줄고 있다. 특히 2010년 이전까지 중국의 일자리를 해결해주던 외자기업의 감소가 뚜렷하다.
중국 통계연감 기준으로 외자기업 일자리는 2013년 2963만 명이다. 2017년에는 이게 2581만 명으로 줄어든다. 26만7000개이던 외자기업이 평균 96명을 고용한 셈이다. 여기서 4년간 줄어든 일자리가 382만 명다. 비율로 따지면 연간 4%다.
특히 중국의 청년 실업률은 20%다. 농촌까지 포함하면 이 수치는 더 올라간다. 지난 2021년 5월 인구조사 결과를 보면 도시인구는 9억200만 명이다. 농촌인구는 5억1000만 명으로 비중으로 따지면 36.11%다.
2010년 조사에 비하면 도시는 2억4000만 명 늘었고 농촌은 1억6000만 명 감소했다. 지난 20년간 신형 도시화 정책을 추진한 결과다. 하지만 농촌인구 중에 65세 이상 비중이 18%다. 전국 평균 12%보다 높다.
이를 해소하려고 벌이고 있는 게 바로 청년 인재유치다. 농촌으로 돌아가 창업을 하는 청년 수도 매년 100만 명에 달한다. 고향 창업 청년은 2019년 850만 명에서 지난해 1220만 명으로 늘었다. 마오쩌둥 통치 시절 농촌으로 보낸 지식 청년 2000만 명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이들은 2억9000만 명의 농민을 대신해 농업기술과 금융지원 판매를 돕는다. 알리바바가 만든 타오바오 촌도 지난해 기준 7780개다. 조금 규모가 큰 타오바오 진도 2429개다.
아무튼 농촌의 신유통을 활성화하는 방법도 소비확대뿐이다. 중앙은행이 11일 발표한 통계를 봐도 대출 수요가 시장 기태의 절반 수준이다. 4월 소비자물가(CPI)와 생산자 물가(PPI)도 디풀레이션 국면이다. 중국 전역에서 쯔보형 소비 마케팅에 열광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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