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간호법' 거부권 행사 건의에…대구 의료계 후폭풍 예상

대구·경북 의료연대 오늘 3차 부분파업…간호사협도 '단체행동'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로 총리공관에서 열린 '제9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5.14/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대구=뉴스1) 남승렬 기자 = 정부·여당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공식 건의하자, 대구 의료계에서도 간호법을 둘러싼 후폭풍이 예상되고 있다.

의사와 간호조무사 등 13개 단체로 구성된 대구경북 보건복지의료연대에 속한 일부 의료진이 15일 부분파업에 나선 가운데 간호사단체들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단체행동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대구 의료계와 경찰 등에 따르면 대구경북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이날 오후 5시부터 1시간30분 동안 중구 동성로 옛 중앙파출소 앞에서 '민주당 입법독재 규탄대회'를 연다.

이 집회는 간호법 국회 통과를 주도한 민주당을 겨냥한 성토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참석자들은 민주당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옛 중앙파출소를 출발해 중구 삼덕동 민주당 대구시당 인근까지 행진할 예정이다.

집회에 앞서 일부 의사들은 부분 파업을 강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지역 1500여명의 의사들은 이날 오전 또는 오후에만 진료하는 부분파업에 들어가며, 상당수 병의원은 오후 4시까지만 진료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의사회는 부분파업에 동참하는 동네 병·의원 수를 수백여곳로 파악하고 있으며, 일부는 전면 휴진에 나설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 북구 고성동의 50대 개원의 A씨는 "간호법이 아니더라도 간호사들의 처우 개선 등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을텐데, 무리하게 법을 통과시킨 저의가 의심된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더 큰 갈등과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간호협회 간호사들이 12일 오후 서울 동화면세점 앞 세종대로에서 열린 국제간호사의 날 기념 집회에서 피켓을 들고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2023.5.12/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간호법 공포를 요구하는 간호사단체도 단체행동을 예고했다.

대한간호협회는 지난 8일부터 대통령 거부권 행사시 투쟁 방법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설문조사는 이날(15일)까지 실시되는데, 지난 12일 중간집계 결과 7만5239명이 조사에 참여했으며 그 중 98.4％(7만4035명)가 '적극적인 단체 행동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조사 결과와 윤 대통령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가 유력하게 점쳐지는 상황 등을 종합했을 때 간호사들도 단체행동을 불사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의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22년차 간호사 B씨(45)는 "의사처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한 집단행동은 해서는 안되겠지만,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간호사들도) 어느 정도 단체행동은 해야하지 않겠느냐"며 "다만, 단체행동을 하더라도 캠페인 형식의 요구사항 표명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한간호협회는 간호사 면허증 반납 운동, 간호사 1인 1정당 가입 캠페인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4일 국민의힘과 정부는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윤 대통령에게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기로 했다.

정치권과 의료계는 윤 대통령이 오는 16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간호법 거부권을 심의·의결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5회 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서 간호법안(대안)에 대한 수정안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다. 2023.4.27/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한편 대구 동산의료원 간호사 출신의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은 여당 당론에 맞서 간호법 제정에 찬성했다.

국민의힘이 "의료계 직역간 갈등을 초래할 소지가 있다"며 간호법에 반대하는 당론을 정했지만, 최 의원은 국회 본회의 통과 과정에서 찬성 토론에 나섰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최 의원에 대해 "특수성이 있다"며 "당의 입장을 정하긴 했지만 개인적 입장이나 소신에 따라 표결에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pdnams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