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 취임 1년…尹정부 `공정과 상식` 아이콘
전례 없는 존재감...단숨에 검수원복, 출마설 '솔솔'
순발력있는 화법으로 주목…정치권 '역할론' 요구에 행보 관심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오는 17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다. 통상 법무부 장관 자리는 '실권'을 가진 검찰총장에 가려 존재감이 두드러지진 않는다. 하지만 한 장관은 강금실, 조국 전 장관만큼이나 세간의 주목을 받아왔다. 문재인 정권 이후 검찰총장이 범법자를 잡아내 벌주는 곳이 아니라 오히려 정치적으로 아주 민감한 자리가 됐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조 전 장관을 초대 민정수석으로 기용해 검찰개혁의 전면에 내세웠다면 한 장관은 그 대척점에 선 윤석열 정부의 시대정신인 '공정과 상식'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조 전 장관 수사를 기점으로 검찰에서 좌천당하고 자신이 수사받으면서 이른바 '살권수(살아있는 권력 수사) 무력화'의 피해자였던 그를 첫 법무부 장관으로 파격 발탁한 것은 전임 정부와 차별화하려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를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이에 부응하듯 한 장관은 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정부 막바지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며 추진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취임하자마자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시행령으로 맞섰다.
민주당에 1년 내내 십자포화를 받았지만 한 치도 양보하지 않고 순발력 있게 받아치며 공세의 허점을 파고드는 화법으로 시선을 끌었다.
야당 측엔 '밉상'이었으되 여당 측에선 '사이다'라고 호평받았고 자연스럽게 차기 여권 주자 1순위로 거론되는 대중적 지지로 이어졌다. 그의 '어록집'이 등장할 정도다.
1973년생으로 현 정부 장관 중 최연소지만 윤 대통령과의 오랜 검찰 인연까지 더해져 그에겐 '소통령', '왕(王)장관'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지난 1년간 그를 상징하는 키워드는 '검수원복'이다. 한 장관은 취임 직후 "국민이 원하는 진짜 검찰개혁은 사회적 강자도 엄정히 수사할 수 있는 공정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며 '검수완박'으로 쪼그라든 검찰의 수사 기능 회복에 착수했다.
시행령을 고쳐 검찰 직접 수사가 가능한 범위를 확대했고 검수완박법 무효를 주장하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고 직접 변론에 나서기도 했다.
헌재는 지난 3월 결정에서 검수완박 법안 처리 과정의 위헌·위법성은 인정하면서도 법률 가결 선포 행위는 유효하다고 판단하는 누가봐도 웃기는 '이상한 판결'을 내렸다. 또 검사의 수사권이 '헌법상 권한'은 아니라고 했다.
한 장관과 야권 모두 만족할 수 없는 결론이 나온 셈이다. 이후에도 '검수원복'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은 해소되지 못한 채 이어지고 있다.
한 장관은 '형사부'로 통일된 전문 부서명의 이름을 되찾아주는 등 수사력 강화를 위한 조직 개편에도 나섰다. 추미애 전 장관 시절 폐지된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도 정식 부활을 앞두고 있다. 사회문제로 떠오른 마약 범죄와 관련해서는 검찰 직접 수사 범위에 포함하고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부를 분리할 방침이다.
정권교체로 부활한 한 장관 등 '윤석열 사단'은 수사 요직에 기용돼 '야당을 죽이려는 정치 수사'라는 야권의 반발 속에서도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의혹,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 등 굵직한 사정 수사를 주도하고 있다.
한 장관은 저출생·고령화 문제 해결과 맞물린 이민·이주정책 체계화를 위해 출입국·이민관리청 설립을 추진하는 등 법무행정 분야에서도 사회 문제 해결 노력을 강조하고 있다. 검찰과 자신에 대한 공세에 '재치있는 역공'과 법적 대응으로 맞섰던 그가 딱 한 번 공식 사과한 사례가 있었다.
4월 경찰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된 검사 출신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의 학교폭력 사실이 드러나 낙마했을 때다. 권한 집중 논란 속에 신설한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의 부실 검증 책임이 불거지자 "알았다면 그냥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국민께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가 국무위원 가운데서도 눈에 띄는 이유는 윤 대통령과의 밀접한 관계뿐 아니라 장관으로선 드물게 야당을 직접 겨냥해 논리정연하게 곤경에 몰아넣는 '말솜씨'다. 야당의 과거 사례와 언급을 그대로 되돌려 주는 화법은 야당의 '내로남불'을 부각하곤 한다. 원래 법조인은 논리정연한 사고 구조를 갖고 있지만 한 장관처럼 '말솜씨'까지 갖춘 인물은 드물다.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김의겸 의원에게 "저는 다 걸겠다. 의원님은 무엇을 걸 것인가"라며 쏘아붙였다. 황운하 의원을 '직업적 음모론자'로 부르기도 했다.
국회에 출석하는 길에 야당의 비판에 한 마디도 지지않는 한 장관의 도어스테핑은 국회 출입 기자들이 중요하게 챙기는 일정이 됐다.
일각에서는 그가 행정가가 아닌 정치인 같은 인상을 주면서 조직보다 개인적 캐릭터가 더 돋보이고 국무위원이 야당과의 최전선에서 싸우면서 협치의 공간을 줄이는 역효과를 낸다는 우려도 있다.
반면 한 장관으로서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 철학을 가장 깊이 이해하는 국무위원이자 야권의 집중 공격을 받는 '스타 장관'으로서 야권의 정치 공세를 차단하는 방패 역할이 불가피하다는 옹호론도 있다.
이런 그를 향해 여권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미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 내 차기 주자 선두를 지키는 한 장관이 윤석열 정부 후반기의 명운이 달린 내년 총선에 출마해 캠페인을 이끌어야 한다는 논리다.
한 장관은 정계 진출설에 대해 "법무부 장관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강하게 선을 긋는다. 일각에서는 한 장관이 윤석열 정부 임기 후반 국무총리로 중용되거나 차기 서울시장에 출마해 체급을 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강현철기자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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