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일방규제, 어린나무 가지 쳐서 못자라게 하는 꼴… 산업 활성화 먼저”[ICT]
G7 디지털·기술 장관 회의서
‘인권존중’ 등 AI개발원칙 제정
부작용 우려 규제 마련에 속도
국내선 섣부른 조치엔 우려감
‘先 활동 後 규제’ 필요성 지적
“자율적 리스크 관리체계 필요”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해외에서 마련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방적인 포지티브 규제보다는 혁신을 유도하는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섣부른 규제를 도입하면 부작용은 걷잡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AI 규제 여부 놓고 G7 격론 = 주요 7개국(G7)은 지난달 29∼30일 이틀간 일본 군마(群馬)현에서 디지털·기술 담당 장관 회의를 열고 AI에 대한 공통 규제를 내놓기로 합의했다. 교도(共同)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G7 디지털·기술 담당 각료들은 △법의 지배 △적정한 절차 △혁신 기회의 활용 △민주주의 △인권 존중 등 AI 개발의 5대 원칙을 제정했다. 5대 원칙에 따라 저마다의 규제 차이를 고려, AI의 기술과 위험성을 평가하는 공통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AI 서비스에 대한 정부의 사전 심사를 의무화한 중국을 염두에 두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며 인권을 위협하는 AI의 오·남용에 반대한다”는 문구도 넣었다.
AI를 얼마나 강하게 규제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G7 장관들이 AI 규제에 대한 입장이 달라 매우 격렬한 토론을 벌였다고 전했다. 유럽 국가들은 인권 보호를 위한 강력한 규제를 원했고, 미국과 일본은 상대적으로 유연한 대응을 요구했다. 디지털화 속도가 상대적으로 뒤처진 일본은 법적 규제에 신중하다. 저작권 규제도 느슨하다. 반면 유럽 국가들은 사생활과 저작권 침해, 가짜 정보 확산 등 AI 부작용을 강하게 우려한다. 이탈리아는 “챗GPT의 개인정보 수집에 불법적 요소가 있다”며 이용을 금지했다가 풀기도 했다.
◇“섣부른 규제 도입은 부작용 초래” = 국내 전문가들은 AI 산업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규제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홍준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산업정책실장은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섣부른 규제 도입이 초래하는 부작용은 과거 다양한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며 “산업 초기 단계에 규제가 깊게 들어가면 발전하기 힘들기에 ‘선 활동 후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 이후 세계적으로 급격히 확대됐지만 국내총생산(GDP) 상위 15개국 가운데 우리나라만이 유일하게 비대면 진료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관련 법안은 아직도 국회에 묶여 있다고 안 실장은 설명했다. 의료법 이외에도 개인정보보호법, 지식재산권(IP) 등 신기술 도입에 대한 각종 규제가 현재까지 국회에 계류돼 있거나 개선 과정을 밟고 있다고 안 실장은 지적했다.
안 실장은 “기업이 충분히 AI 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며 “선제적으로 규제를 도입하기보다는 후속 조치를 취하는 선진국 모델을 참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부터 AI를 국가 과제로 내세우고 정부와 기업의 협력으로 대규모 자금을 투자했다. 미국 정부의 국가인공지능연구자원(NAIRR) 태스크포스(TF)는 올해 초 향후 6년 동안 26억 달러(약 3조2410억 원)에 이르는 자금을 민간 컴퓨팅 인프라 보충 등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방적 규제는 어린나무 가지치기와 같다” = 전문가들은 법안이 과도해질 경우 이중 규제가 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장준영 변호사는 지난 9일 대한상공회의소와 테크앤트레이드 포럼이 공동 주최한 생성형 AI 세미나에서 “기존 현행 법률에 따라 처리해도 충분하다고 본다”며 “일방적 규제는 어린나무를 가지치기해 자라지 못하게 하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윤혜선 한양대 로스쿨 교수는 이 포럼에서 “해외를 보면 기존 룰 기반의 엄격한 사전 규제보다는 원칙에 기반한 규제로 흘러가고 있다”며 “국내도 이런 흐름을 반영해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국내 기업의 대응 방안에 대해선 “자율적으로 리스크 관리 체계를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데이터 거버넌스 문제를 잘 관리하고, AI 프로세스를 문서화하는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예린 기자 yr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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