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취자 신고 늘고 있는데 ‘주취자 응급의료센터’ 강원도 0곳

▲ 술에 취해 길거리에서 잠든 시민을 깨우는 경찰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술에 취해 위험에 처할 우려가 있는 시민을 보호하고 범죄 연루를 막기 위해 전국에 설치되고 있는 ‘주취자 응급의료센터’가 병상 부족을 이유로 강원도에는 전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15일 본지 취재 결과 강원도 자치경찰위원회는 최근 주취자 전담 응급의료센터 마련을 위해 강원도내 병원과 협의했지만 병상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사실상 무산됐다. 자치경찰위 관계자는 “주취자 신고가 늘고 있지만 주취자 응급의료센터가 없는 상황이라 도내 병원과 협의를 시도했지만 병상 부족으로 부담을 느껴 거절당했다”고 답했다.

강원도내 치안현장에서 주취자 응급의료센터 확충은 시급한 사안이다. 지난해 강원경찰청에 접수된 주치자 관련 신고는 모두 1만8003건이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지난 2019년 1만7081건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등 조치가 이뤄진 이후 2020년 1만6964건, 2021년 1만5132건으로 하락세를 보이다 지난해부터 3000건 가량 증가한 수치다. 올해 4월까지 벌써 1000건 이상의 주취자 관련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일선 경찰관들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도내 한 파출소 팀장은 “현장에서 주취자들을 만나는데 만취 상태라 가족들과 연락이 닿지 않으면 보호할 곳도 마땅치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경찰이 주취자에 대응하는 법적근거가 되는 경찰 직무집행법에는 ‘술에 취해 자신 또는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재산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시민을 발견했을 경우, 경찰은 경찰서에 보호하는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만약 ‘주취자 응급의료센터’가 있는 경우 경찰은 주취자가 치료나 보호가 필요한지 현장에서 판단해 센터로 주취자를 인계하고 의료진이 주취자 보호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센터는 입원한 주취자에게 주취 해소 등 치료·보호조치를 취한 후 치료 상황에 따라 귀가 여부를 결정한다.

전문가들은 자치경찰제가 도입된 만큼 더 적극적으로 지역 행정·의료 기관들과 협의를 통해 ‘주취자 전담 응급의료센터’ 등 긴급의료체계를 마련해야한다는 주장이다.

남재성 한라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제주도의 경우 지난 2019년 주취자 보호센터를 확대 시범 실시하면서 성과가 좋아 다른 시·군도 경쟁적으로 도입을 했지만 강원도는 없는 상태”라며 “주취자 관리가 경찰 담당 업무가 맞느냐는 비판도 있지만 자치경찰제의 근본이 경찰행정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나 의료기관들과 연계해 하나의 종합행정으로 나타나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관련 협의가 시급하다”고 했다. 신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