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군부정권' 바뀔 수 있을까? 총선, 야권 이기긴 했는데…

박가영 기자 2023. 5. 15.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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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치러진 태국 총선에서 표심은 군부 아닌 '민주 진영'인 야권으로 향했다.

야권 주요 2개 정당은 하원 500석 중 300석에 육박하는 의석을 확보했다.

품차이타이당이 재차 군부 주도 연정에 참여를 선언하면 군부 진영의 하원의석이 146석으로 늘어나 양대 야당의 집권을 저지할 수 있다.

피타 전진당 대표는 선거 결과를 두고 군부 정당이 정부를 구성할 가능성은 없다며 "이는 긍정적인 신호다. 태국이 변화해야 할 시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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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하원 과반 차지했지만 정권교체 필요한 의석수 미달…향후 연정 구성 협상이 관건
피타 림짜른랏 태국 전진당 대표가 14일 (현지시간) 총선서 제1당을 차지한 뒤 기자회견을 마치고 방콕 당사를 떠나고 있다./AFPBBNews=뉴스1

14일(현지시간) 치러진 태국 총선에서 표심은 군부 아닌 '민주 진영'인 야권으로 향했다. 야권 주요 2개 정당은 하원 500석 중 300석에 육박하는 의석을 확보했다. 다만 집권에 필요한 의석을 확보한 정당이 없어 연립정부 구성 결과에 따라 정권 교체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들에 따르면 태국 총선 개표가 99% 이뤄진 상황에서 젊은 층의 지지를 받아온 진보정당 전진당(MFP)은 하원 500석 가운데 비례대표 38석과 지역구 113석 합쳐서 151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피타 림짜른랏 대표가 이끄는 MFP은 군부와 대립하다 2019년 강제 해산된 퓨처포워드당(FFP)의 후신이다. 이번 총선에서 왕실 모독죄와 징병제 폐지 등 개혁적인 공약을 내놓으며 민심을 파고들었고, 피타 대표는 총리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총선 전부터 돌풍을 예고한 전진당은 결국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하면서 태국 정치 격변의 중심에 서게 됐다.

야권의 또 다른 축인 프아타이당의 예상 의석은 141석이다.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막내딸 패통탄 친나왓이 총리 후보로 나선 프아타이당은 이대로라면 2001년 이후 선거에서 1당 자리를 처음으로 빼앗기게 된다.

품차이타이당은 70석을 얻을 것으로 예측된다. 중립 성향으로 분류되는 품차이타이당은 향후 연정 구성을 위한 캐스팅 보드를 쥘 가능성이 크다. 이 당은 군부 중심의 현 연정에 참여한 바 있다.

친(親)군부 정당인 팔랑쁘라차랏당(PPRP)과 루엄타이쌍찻당(RTSC)은 각각 40석, 36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PPRP는 지난 총선에서 집권한 여당으로 쁘라윗 웡수완 부총리를 총리 후보로 세웠다. RTSC는 쁘라윳 짠오차 현 총리의 소속 정당이다. 쁘라윳 총리와 쁘라윗 부총리는 군 선후배 관계이며 2014년 쿠데타를 주도했다.

이번 선거는 2020년 군주제 개혁과 군부 개정 헌법 폐지 등을 요구하며 시작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이후 처음 치러지는 선거로, 변화를 바라는 유권자들의 열망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대 야당이 하원 정원 중 300석 가까이 획득했지만 정권 교체를 확신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2014년 쿠데타 이후 군부가 만든 의회 규칙이 군부에 유리하게 왜곡돼 있어서다. 이번 투표에서 선출된 500명의 하원의원은 군사정권이 임명한 250명의 상원 의원과 합동으로 새 총리를 선출한다. 상원이 군부 측에 몰표를 던진다고 가정하면 376명 이상(750명 전체 의원의 과반)의 반군부정권 인사가 국회의원이 돼야 총리를 바꾸고 정권을 교체할 수 있다.

반면 군부 진영은 126석만 확보하면 된다. 품차이타이당이 재차 군부 주도 연정에 참여를 선언하면 군부 진영의 하원의석이 146석으로 늘어나 양대 야당의 집권을 저지할 수 있다.

피타 전진당 대표는 선거 결과를 두고 군부 정당이 정부를 구성할 가능성은 없다며 "이는 긍정적인 신호다. 태국이 변화해야 할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야당 협력을 통해 태국이 직면한 어려움에 대처하겠다. 우리는 함께 태국을 바꿀 것"이라며 프아타이당과의 연정 구성을 낙관했다.

이번 투표의 공식 결과는 투표 60일 이내인 7월 초 발표된다. 총리 선출은 연정 구성 협상을 거친 뒤 7월 말 이뤄질 예정이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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