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이자 부모로서 본 아동학대

기고=정종훈 2023. 5. 15.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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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해요, 아동기본법] 3. 정종훈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전남아동보호전문기관 과장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아동권리 보장 및 보호를 위해 '시작해요, 아동기본법'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숙원과제인 아동기본법 제정을 통해 아동을 보호 대상이 아닌 권리 주체로 보는 인식은 더욱 높아져야 할 것입니다. 매주 월요일 아이들과 학부모, 전문가들과 함께 마련한 아동권리보장을 위한 글을 전해드립니다. -편집자 말

보는 관점에 따라 훈육의 대상이 될 수도, 칭찬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아동학대예방 포스터. 왼쪽 사진에서 빨간색 글씨만 보면 '마잤써요. 도와줘요.'가 된다. ⓒ광양시

필자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하 아보전) 상담원으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이자 두 자녀를 둔 아빠다. 각각의 역할에서 배우고 경험한 바를 다른 역할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보전 상담원이라는 직업은 일과 가정의 양립에 매우 큰 장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아보전 상담원의 시각에서 '매 순간 아동을 권리 주체로 대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제 자녀를 키우다 보면 생각과는 다르게 순간순간 '자녀의 권리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닌가' 고민되는 순간들이 있다. 아동복지 현장에서 일하는 필자도 이와 같은 고민을 하는데, '아동의 권리'에 대한 교육과 이해가 부족한 가정은 어떨까?

2022년 보건복지부에서 배포한 '2021년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연도별 아동학대사례 건수는 2017년 2만 2367건에서 2022년 3만 7605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2022년 발생한 아동학대 중 83.7%(3만 1486건)가 친부모, 양부모, 계부모 등 부모에 의해 발생했다. 물론 부모의 아동학대가 '자녀의 권리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만 발생했다고 볼 수는 없다. 아보전 상담원으로 일하다 보면 부부간의 갈등이 심하거나, 장애를 갖고 있거나, 가족 간 국적 혹은 언어가 다르거나, 가족 중 일부가 떨어져서 지내는 등 이루 설명하기 어려운 다양한 형태의 가족 체계를 마주하게 된다. 다양한 상황에 놓였다는 이유만으로 아동학대 행위에 대한 당위성을 부여할 수는 없지만, 본인들이 처한 환경과 양육 받았던 방식에 기초하여 자녀를 양육하다 보니 '자녀의 권리 침해'에 관한 민감도가 떨어진 경우가 많다.

실제로 아보전 상담원으로서 다양한 가족 구성원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아동 기본권'에 관한 부모교육 등을 진행하며, 아동을 대하는 양육자의 긍정적인 태도 변화를 확인하고는 했다. 아동이 보는 앞에서 부부싸움을 하는 것이 아동학대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반성하는 부모, 아이를 때린 것도 아니고 욕 한마디 했는데 이게 무슨 아동학대냐고 되묻는 부모부터, 아동의 늦은 귀가를 나무라며 삽자루가 부서지도록 아동의 머리를 때린 아빠와 같은 심각한 사례까지 아보전 상담원으로 일하며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아동학대 사례들을 접해왔다. 이들은 상황은 각기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교육을 통해 점차 자녀를 권리의 주체로 인식했다. 자녀는 부모의 결정에 따라야 하고 부모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매를 들어서라도 고쳐야 한다는 인식을 가졌던 부모도 아동을 중심에 두고 생각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부모의 양육 태도 및 방식은 교육 등을 통해 충분히 변화할 수 있음을 체감했다.

현행 제도상 아보전으로 연계된 가정은 법원 명령 등을 통해 강제성을 띤 부모교육이나 상담을 접할 기회가 주어진다. 하지만 자녀를 양육하는 모든 부모에게 '아동 생애주기에 맞는 교육'을 받을 기회가 제공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현재 입법 추진 중인 '아동기본법'에 아동 기본권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를 포함함과 동시에, 아동의 권리를 지켜주어야 하는 의무이행자 대상 보편적 교육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조항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아울러 교육을 이수한 부모 혹은 예비부모 대상 세금 감면, 지역 화폐 지급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예산 확보가 이뤄져야 한다.

기존 아동 관련 법들은 'OOO 사건' 등으로 명명된 아동학대 관련 주요 사건이 있을 때마다 후속 조치에 가까운 내용이 주를 이루어 아동을 시혜와 보호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았던 한계를 가졌다. 이를 넘어서 아동을 권리의 주체로 인식하고 아동권리보장을 위한 원리와 이념, 실천방안 등이 충실히 반영된 아동기본법이 제정되도록, 또 다른 의무이행자인 입법부 및 행정부의 적극적인 입법 추진과 정책 실행을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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