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출신 심사역의 'AI 투자 감별법' …"기술력보단 BM"
"이것만 기억하세요. AI(인공지능), AI, AI"
2019년 7월 문재인 정부 당시 한국을 방문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앞으로 한국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문 전 대통령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4년이 지난 현재 AI는 우리 일상 속에 성큼 다가왔다. AI챗봇으로 반품 날짜를 상담하고, 간단한 코딩은 AI로 해결한다. 업무에 AI를 접목시키려는 시도는 전 산업군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른바 'AI 시대의 서막'이다.
AI에 대한 벤처캐피탈(VC) 업계의 관심도 뜨겁다. 지난해 벤처투자 혹한기에도 수백억원대 투자유치가 성사되는 등 AI에 대한 투자만은 꺾이지 않았다. 그러나 유망 AI 스타트업을 선별하는 일은 쉽지 않다. 시장이 여물지 않아 객관적인 성과지표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017년 글로벌 영상 채팅앱 하이퍼커넥트(아자르) 프로덕트매니저(PM)로 자리를 옮겨 부적절한 영상 채팅을 잡아내는 AI 모델을 다뤘다. 2019년 반도체 팹리스 업체 파두에서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PM으로 근무하다 2021년 소프트뱅크벤처스에 합류했다. 생성형 AI부터 서비스형 AI, AI 반도체까지 다양한 AI 관련 사업을 경험하고, 운영한 바 있다.
AI를 투자하는데 있어 최 책임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원칙은 비즈니스모델(BM)이다. 최 책임은 "논문의 개수, 특허의 개수 등 기술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는 여러 개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좋은 기술이 반드시 좋은 서비스를 담보하진 못한다"며 "투자 대상 기업이 제시한 BM이 시장에서 얼마나 수요가 있을지를 가장 핵심적으로 들여다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말 투자한 AI 심장 진단 솔루션 스타트업 딥카디오다. 이 회사는 연간 500만개가 넘게 쌓이는 건강검진 심전도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심장 질환을 예측한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로 실시간 수집된 심전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기존과는 다른 방식이다.
최 책임이 딥블루닷에 투자를 결정한 이유도 딥카디오와 크게 다르지 않다. 딥블루닷은 2019년 미국 AI 머신비전 기업 코그넥스에 2300억원에 인수된 수아랩 공동창업자인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초기 멤버가 재창업한 회사다. 자연어 처리 AI를 다루고 있다.
딥블루닷의 BM은 명확하다. 다양한 채널에서 접수되는 고객의 피드백을 AI로 분석해 기업들의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여러 채널에 분산돼 있는피드백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시각화된 수치로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발굴할 기회를 제공한다.
최 책임은 "서비스형 AI 혹은 생성형 AI 할 것 없이 각 모델에 맞는 성공 방정식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생성형 AI의 경우 챗GPT 같이 일반적인 대형언어모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특정 세부영역에 초점을 맞춘 역량 확보는 스타트업이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소프트뱅크벤처스가 '이루다'를 개발한 스케터랩에 투자를 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 책임은 "스케터랩은 정보성 대화에 특화된 챗GPT와 달리 감성형 대화가 중심"이라며 "심리상담, 소셜케어 등 문제해결 영역에서 사업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AI 반도체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입장을 밝혔다. 현재 AI 반도체 업계는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시장을 신경망처리장치(NPU) 기업들이 가격경쟁력과 전문성을 앞세워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엔비디아 독점 체제를 깨기란 쉽지 않다. GPU를 NPU로 바꾸기 위해서는 그만한 소프트웨어 교체 작업이 필요하다.
최 책임은 "앞을 보고 성장을 위해 달려야 하는 AI 기업 입장에서 단순히 비용 절감을 이유로 현재 잘 구동되고 있는 GPU를 NPU로 바꾸긴 어렵다"며 "정부의 과감한 지원과 고객사와의 협업을 통한 생태계 구축 등 다양한 각도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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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thkim1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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