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총선, 야권 과반 차지로 '군부 심판'…연정 협상에 촉각(상보)
향후 연정 구성 협상이 관건…중도·군부 포용하나
(서울=뉴스1) 박재하 정윤미 기자 = 태국에서 14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 진영'인 제 1·2 야당이 하원 과반을 차지했다. 정권 연장을 노렸던 군부 정당에 태국 시민들이 분명한 거부의사를 보였지만 실제 정권교체 여부는 향후 연정 협상에 달렸다.
15일 로이터통신과 AFP통신 등에 따르면 개표율이 97%를 기록하면서 젊은이들의 지지로 막판 뒤집기에 성공한 피타 림짜른랏(42)이 이끄는 전진당(MFP)이 151석으로 대체적인 예상을 깨고 제1당이 될 전망이다.
전진당은 군부와 대립하다 2019년 강제 해산된 퓨처포워드당(FFP)의 후신으로 왕실모독죄 폐지 등 군주제 개혁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특히 2020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공감한 젊은 층의 힘을 얻어 지지 기반을 넓혔다.
그러다 총선 막바지에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돌풍을 일으켰고 이는 실제 선거 결과로 이어졌다.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막내딸 패통탄 친나왓(36)이 이끄는 제1 야당 프아타이당은 141석으로 투표 전 예상에 비해 주춤했다. 총선 초기부터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전진당의 선전으로 1위 자리를 내놓고 말았다.
이로써 프아타이당과 전진당을 합해 야권이 하원 과반수를 차지하면서 정권 교체의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됐다.
이어 중도 성향으로 분류되는 품차이타이당은 하원에서 70석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품차이타이당은 군부가 이끄는 현재의 연립정부에 참여한 이력이 있어 향후 연정 구성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지난 2014년 쿠데타를 이끌어 총리 자리에 올랐던 쁘라윳 짠오차(69) 총리의 루엄타이쌍찻당(RTSC)은 초라한 36석에 그쳐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게 됐다.
개표 결과가 나오자 쁘라윳 총리는 침울한 표정으로 당사를 떠나며 기자들에게 "결과와 상관없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쁘라윳 총리는 총선에 패배하면 정계에서 은퇴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현 정권의 2인자 쁘라윗 웡수완 부총리가 후보로 출마한 또 다른 친 군부 계열 팔랑쁘라차랏당(PPRP)은 40석을 확보했다.
피타 전진당 대표는 선거 결과를 두고 군부 정당이 정부를 구성할 가능성은 없다며 "이는 긍정적인 신호다. 태국이 변화해야 할 시간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프아타이당과의 연정 구성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피타 대표는 "야당의 협력을 통해 태국이 직면한 어려움에 대처하겠다. 우리는 함께 태국을 바꿀 것이다"며 조만간 연정 협상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또 품차이타이당과의 연정 구성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프아타이당의 패통탄 후보도 전진당의 선전을 축하하며 "우리는 함께 일할 수 있다"며 "전진당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야권은 총리 지명을 위한 의석 수는 확보하지 못했다.
2017년 군부 개정 헌법에 따라 총리는 군부가 임명한 상원의원 250명과 총선으로 뽑힌 하원의원 500명의 투표로 결정된다.
상원은 군부 측에 몰표를 던진다고 가정하면 하원 500석에서 75%에 달하는 376석을 얻어야 하지만 야권과 품차이타이당이 확보한 의석수를 합해도 362석에 그친다.
결국 어쩔 수 없이 군부의 손을 잡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지만 전진당이 '군부와는 절대로 연정을 꾸리지 않겠다'고 강조한 만큼 향후 연정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또한 제1당, 제2당이 된 두 야당 사이에는 정책 면에서 큰 차이가 있어 이에 대한 협상도 관건이다.
특히 전진당은 프아타이당이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왕실모독죄 폐지'라는 초강수와 함께 징병제 폐지, 독점 구조 철폐 등의 개혁적인 의제를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논의가 쉽지 않아 보인다.
한편 이번 총선의 공식 결과는 7월 초 발표되며 총리 선출은 7월 말 이뤄질 예정이다.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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