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책’ 들고 출근합니다...LH 직원 때아닌 열공모드, 왜 [부동산 라운지]

김유신 기자(trust@mk.co.kr) 2023. 5. 15.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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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우선매수권’으로 주택 매입
앞서 미분양 고가매입 구설수
“또 비싸게 사면 어쩌나” 우려
[사진 = 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최근 때 아닌 경매 열공 모드에 돌입해 주목된다. 여당이 발의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특별법에 LH가 피해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면 매입해 피해자가 장기로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다만 LH는 최근 미분양 주택을 매입임대 용도로 고가에 매입해 논란을 빚은 바 있어 직원들이 경매 업무를 맡기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12일 국토교통부와 LH에 따르면 LH 매입임대 부서 직원들은 최근 경매 절차를 익히는데 분주하다. 이유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특별법에서 피해자들이 거주하는 주택의 ‘우선 매수권’을 행사하지 않고 이를 LH에 양도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여야는 피해자 지원 범위와 지원 방식 등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지만, LH의 ‘우선 매수권’과 관련해서는 의견차가 없어 현재 발의된 개정안 조항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특별법 통과 전부터 LH 직원들은 경매 관련 절차를 익히는데 진땀을 빼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해당 업무를 맡기 꺼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유는 앞서 LH가 매입임대 용도로 미분양 주택인 강북구 ‘수유 칸타빌’을 매입할 때 고가에 사들였다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번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과 관련해서도 ‘고가 매입’ 논란이 빚어질까 직원들의 우려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직원들은 “추후에 감사를 받을 때 고가 매입으로 ‘배임’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니냐”며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문제를 고려해 정부는 LH가 우선매수권 행사 시 매입가의 상한선을 두는 ‘가이드라인’을 적용할 방침이다.

LH가 경매에 전문적인 기관이 아니란 점도 직원들이 부담을 갖는 이유 중 하나다. LH는 통상 매입임대 용도로 주택을 매입할 때 특정 단지 주택을 통째로 다수 사들이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관련 전문가들이 주택의 품질, 주변 환경, 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매입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이번 전세피해 주택의 경우 경매에서 매입을 결정하게 되고, 주택의 권리관계, 품질이 모두 상이해 적정 가격 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막상 경매 절차가 진행되면 직원들의 고민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LH는 경매에서 결정된 최고 낙찰가액으로 주택을 매입할 권리를 갖는다. 하지만 과연 해당 가격이 ‘최적 가격’인지 여부를 현장에서 파악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경매 과정에서 다른 경매 참가자들과 치열한 ‘수 싸움’도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만약 최고 낙찰가액이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되면 LH는 우선 매수권 사용을 포기할 예정이다. 이 경우 피해자들은 LH가 보유한 다른 매입임대 주택으로 이주해 거주하게 된다. 다만 이 경우에도 거주중인 주택과 비교해 주변 환경과 주택 품질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어 주택 배정과 관련해 LH의 고민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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