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서 반중 서적 샀더니 걸려온 수상한 전화
타이완에서 반중 서적을 샀더니 중국을 선전하는 수상한 전화가 걸려 오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14일(현지시간) 타이완뉴스에 따르면 이날 타이완 야당인 기진당(TSP)은 기자회견을 열고 현지 비영리 단체 '히어 아이 스탠드 프로젝트'(Here I Stand Project)의 부주석 양신쭈가 전날 받은 사기 전화 내용을 공개하며 당국의 조사를 촉구했습니다.
양신쭈에 따르면 그는 전날 오후 3시 30분쯤 국가번호 28이 찍힌 이상한 전화 두 통을 놓친 후 다시 오후 7시쯤 같은 번호로 전화가 걸려와 받았는데 에스라이트 서점의 직원이라고 주장하는 여성이었습니다.
해당 여성은 양신쭈가 에스라이트 서점에서 지난 2월 구매한 '중국이 공격한다면'이라는 책과 관련해 설문을 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당신이 구매한 책은 매우 민감한 내용을 담고 있다"며 "이 책의 내용은 부적절하다. 그래서 당신의 의견을 듣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양신쭈는 "그 여성은 처음부터 억양이 매우 달랐다. 타이완인과 비슷해 보였지만 진짜 타이완인은 아니라는 게 분명해졌다"며 "그 순간 나는 긴장도 되고 흥분도 됐다. 중국 공산주의자와 직접 대결할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그 여성에게 잠시 후에 다시 전화를 해달라고 요청한 후 통화 녹음 준비를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후 에스라이트 서점 마케팅부의 직원이라고 주장하는 남성이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설문을 시작하자 그 남성은 "중국은 군사력이 강하고 타이완이 승리할 리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미국은 돕지 않을 것이다", "타이완 병사들은 전쟁을 두려워한다", "국민당(타이완 제1야당)이 낫다" 등의 주장을 반복했습니다.
또 "타이완의 통일은 불가피하며 민진당(타이완 집권당)에 표를 주면 무력에 의한 통일을 낳을 것이고 국민당에 표를 주면 평화 통일과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 남성은 또한 타이완에서 나고 자랐어도 양신쭈는 중국인이라며 "타이완은 중국 영토의 양도할 수 없는 부분이며 타이완만이 당신의 조국이라는 의견은 좋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양신쭈는 이 남성과의 대화 내용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기자회견에서도 공개했습니다.
그는 보이스 피싱 전화가 만연한 것을 알지만 "이번에는 그들은 내 돈을 뜯어내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나를 상대로 인지전(cognitive warfare)을 펼친 것이다. 타이완 여론과 그 책에 대한 타이완인의 생각을 알아내려 한 것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부는 이 사건을 우스개로 치부하겠지만, 에스라이트 서점은 고객의 개인 정보가 어떻게 중국으로 유출됐는지 해명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인지전은 가짜 뉴스 등으로 정부에 대한 반감을 부추기고 민간과 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등 민심을 교란해 적을 무력화하는 방식입니다.
기진당 당원 우신타이는 이번 사건이 보이스 피싱이 아니라 세뇌라면서 "이번 사건에서는 '중국이 공격한다면'의 독자를 겨냥했다면 향후에 그들은 친중 서적 독자에게 전화를 걸 수 있으며 그러한 독자들에게 세뇌는 먹혀들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들 선전가의 방법이 성숙해지기 전에 이번 일의 배후와 중국의 관련성에 대해 타이완 정부가 조사를 하고 그들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타이완 디지털발전부(MODA)는 보도자료를 통해 오는 15일 에스라이트 서점 대표들을 소환해 이번 사이버 안보 문제와 관련해 해명을 들을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관련 정보를 검토한 후 해당 서점의 개인 정보 보호 조치가 공식적인 요건을 충족하고 있는지 판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타이완 당국은 중국 공산당이 최근 몇 년간 타이완을 겨냥한 인지전을 늘렸으며 내년 1월로 예정된 타이완 총통·입법원(의회) 선거에 개입하려 할 것이라고 누차 경고했습니다.
타이완 국가안전국(NSB) 차이밍옌 국장은 중국이 인지전을 통해 타이완인이 차기 총통 선거에서 '(타이완) 독립 반대'나 '융화 촉진', '외국 세력 개입 반대' 등을 지지해 차기 정부의 대중국 노선이 친중 노선으로 변경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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