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소생]마흔살 짜파게티의 변신…'하얀' 짜장라면 맛은?

김아름 2023. 5. 15.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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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출시된 농심 짜파게티의 신제품 출시
'까만 소스' 버리고 해물맛 첨가로 감칠맛 늘려
농심의 '하얀 짜파게티 큰사발면'/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제품이 쏟아지는 소비의 시대. 뭐부터 만나볼지 고민되시죠. [슬기로운 소비생활]이 신제품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제품들을 직접 만나보고 가감없는 평가로 소비생활 가이드를 자처합니다. 아직 제품을 만나보기 전이시라면 [슬소생] '추천'을 참고 삼아 '슬기로운 소비생활' 하세요. [편집자]

일요일엔 내가 요리사

1984년 출시된 농심 짜파게티는 국내에 판매 중인 라면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제품 중 하나다. 짜파게티보다 먼저 나온 라면은 삼양식품의 삼양라면, 농심의 너구리·안성탕면·육개장 정도에 불과하다. 

80년대 초반 출시된 다른 라면들이 일부 맛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라면'의 기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과 비교하면, 짜파게티는 더 눈에 띈다. 이름부터 그렇다. 짜장면과 스파게티를 더한 '짜파게티'라는 이름은 파격적인 네이밍이었다.

짜장라면 시장의 절대 강자로 자리매김한 농심 짜파게티/사진제공=농심

짜파게티의 특징은 '짜장면'의 정체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중국집 짜장면과는 전혀 다른 맛을 구현했다는 점이다. 이후 출시된 짜장라면들 역시 짜장면 맛 라면이 아닌, 짜파게티 맛을 모방하게 되면서 새로운 장르가 구축됐다. 

국내에서 짜파게티의 인기는 확고하다. 국내 라면 시장에서 신라면의 뒤를 잇는 매출 2위 제품이 짜파게티다. 연매출이 2000억원에 달한다. 한 때 프리미엄 짜장라면이 인기를 얻으며 '짜왕'에 잠시 자리를 내주기도 했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소비자들이 원한 것은 '짜장면 맛 라면'이 아니라 '짜파게티'였기 때문이다.

변화무쌍

짜파게티가 다른 라면들과 차별화되는 또 한 가지 특징은 다양한 배리에이션이다. 기본에서 크게 벗어나는 세컨드 제품이 없었던 다른 라면들과 달리 짜파게티는 1984년 출시 이후 꾸준히 새로운 버전의 제품을 선보여 왔다.

80년대 카레맛 소스를 넣은 '카레게티', 새우를 넣은 '새우짜파게티'를 내놨고 90년대에는 소스를 고급화한 '유니 짜파게티'를 출시하며 프리미엄 라인업을 구축하기도 했다. 2000년대 들어서도 해물맛을 강화한 '오파게티'를 잠시 내놨다. 

농심이 2001년 출시한 '오파게티'/사진=농심 유튜브

가장 인기가 있었던 제품은 매운 소스를 넣은 사천 짜파게티였다. 2000년 '매콤한 사천짜장면'으로 처음 선보인 후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2004년 '사천 짜파게티'로 이름을 바꿔 지금까지 살아남아 사랑받고 있다. 지난 2020년엔 영화 '기생충'으로 히트를 쳤던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가 제품화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짜파게티가 또 한 번의 변신을 시도했다. 바로 '하얀 짜파게티'다. 짜장 소스는 검은색이라는 상식을 깨고 연갈색 춘장을 사용해 짜파게티의 맛을 구현한 제품이다. 일부 중국집에서 '하얀 짜장면'이 이색메뉴로 인기를 끈 데서 착안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슬기로운 소비 생활]에서는 바로 이 '하얀 짜파게티'를 맛보기로 했다.

해물맛 짜파게티?

하얀 짜파게티는 컵라면(큰사발)으로만 출시됐다. 전자레인지 조리를 통해 면과 소스가 더 잘 어우러지고 면발도 쫄깃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일반적인 짜파게티처럼 스프와 유성스프로 구성돼 있고 건더기는 기존 짜파게티의 건양배추·건당근·콩고기에 홍합볼을 더했다. 

하얀 짜파게티의 가장 큰 특징은 당연히 '까맣지 않은 스프'다. 사골곰탕면의 스프처럼 노란 빛을 띠는 스프가 들어 있다. 실제 조리 후 면과 비빈 후에도 면의 색깔이 그대로 살아있다. 짜파게티에 들어가는 카라멜색소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하얀 짜파게티의 분말스프(왼쪽)와 비빈 후(오른쪽)/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조리 후 맛을 보면 의외로 기존 짜파게티 컵라면과 거의 흡사한 맛이다. 사전 정보 없이 눈을 감고 먹으면 짜파게티 컵라면이라고 생각할 만하다. 조금 더 먹어 보면 기존 짜파게티에는 없는 해물 풍미가 느껴진다. 굴소스와 건더기 스프에 들어간 홍합볼의 영향이다.

굴소스는 해물 풍미 외 또다른 장점도 더해준다. 바로 감칠맛이다. 최근 소비자들이 짜파게티에 갖는 가장 큰 불만은 바로 감칠맛이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MSG를 넣지 않게 된 이후 맛이 밍밍하게 변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조리 중 굴소스나 액상 조미료, 간장 등을 더하는 레시피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농심이 출시한 하얀 짜파게티/사진제공=농심

하얀 짜파게티에 들어 있는 굴소스는 이런 아쉬움을 채워 준다. 확실히 기존 짜파게티보다 '꽉 찬 맛'이다. 개인적으로는 '해물 감칠맛'을 강화해 '해물 짜파게티'를 출시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다만, 겉으로 보이는 비주얼을 통해 맛도 기존 짜파게티와 확연히 다른 무엇인가를 기대한 소비자라면 짜파게티와 지나치게 비슷한 맛이 아쉬울 수 있다. '재미있는 라면'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평범하게 맛있는 라면'이 나왔달까.

*본 리뷰는 기자가 제품을 농심 측으로부터 제공받아 시식한 후 작성했습니다. 기자의 취향에 따른 주관적인 의견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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