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원식 유방암학회 이사장 “임상시험·중개연구에 학회 차원 투자”

박효순 기자 2023. 5. 15.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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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 ‘스타 연구자’ 육성 노력할 것

■유방암 예방-정기검진 학회홍보 강화

“과거 유방암 연구가 미국과 유럽에서 활발히 이뤄지면서 한국은 유방암 연구의 변방이었으나, 한국유방암학회의 25년간의 노력으로 유방암 진단·치료·기초연구·임상시험 분야에서 선진국과 어깨를 견주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여성들의 건강을 최고의 가치로 아시아를 선도하고 세계를 움직이는 학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원식 서울대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53)가 최근 한국유방암학회 제11대 이사장에 취임했다. 임기는 2023년 5월부터 2년이다. 한 이사장은 경향신문과의 서면인터뷰에서 “유방암에 관한 연구·발표 및 지식 교환에 앞장설 계획”이라며 “동시에 GBCC(글로벌 유방암 컨퍼런스, 세계 유방암 학술대회) 조직위원장으로서 유방암 관련 각종 연구 수행 및 네트워킹을 활성화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유방암학회 이사, 대한암학회 이사, 한국유전체학회 부회장, 유방암중개연구회 회장 등을 역임한 한 이사장은 유방암 유전체 연구·중개연구·다기관 임상 연구들을 진행해 온 유방암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이다.

제11대 한국유방암학회 이사장에 취임한 한원식 서울대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 한 이사장은 유방암 유전체 연구·중개연구·다기관 임상 연구를 이끌고 있는 ‘글로벌 리더’ 의학자이다.

―이사장 취임 소감과 학회 운영 방향 및 계획을 소개해 주십시오.

“대단히 기쁘고 영광이지만 한편으로는 책임감으로 어깨가 무겁습니다. 전임 이사장님들이 훌륭하게 이끌고 발전시켜 온 우리 유방암학회를 더욱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최고로 열정 있고 능력 있는 분들을 이사진으로 모셔서 2년 동안 최선을 다해 일하겠습니다. 특히 더 많은 젊은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학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유방암이 계속 늘고 있고, 젊은 여성에서도 주의가 요망됩니다. 실태와 전망은 어떻습니까

“유방암은 전세계적으로 남녀 모두를 합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으로서, 그 빈도가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연령표준화사망률에서는 폐암에 이어서 두 번째로 높은 암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에서 발생빈도의 증가 속도가 가장 높습니다. 한국의 경우 지난 20년간 5배나 유방암 발생이 증가하였고 그 증가율이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유방암이 증가하면서 서구의 패턴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어서 과거엔 우리나라에 폐경 전 여성이 더 많았지만, 평균 발생 연령도 조금씩 높아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10년 이상 유방암 발생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유방암 예방과 조기발견, 그리고 올바른 정보 전달을 위한 학회 차원의 홍보활동 강화가 필요해 보입니다.

“그렇습니다. 유방암은 조기 발견을 위한 정기 검진으로 생존율이 높아질 수 있는 암 중에 하나입니다. 건강한 체중관리와 운동 식습관으로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암이기도 합니다. 며칠 전 USPSTF(미국 질병 예방 특별위원회)는 40-74세의 여성에서 격년으로 유방촬영술에 의한 검진을 권고하는 권고안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이전에는 50세 이상). 40대 유방암의 비율이 아직도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의 최근 늦은 결혼과 낮은 출산율 등이 또한 유방암의 위험을 높이는 인자입니다. 유방암학회에서는 홍보위원회를 중심으로 올바른 유방암 예방 생활습관과 정기검진의 필요성에 대해서 홍보활동을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유방암 분야 연구 및 학문 발전을 위해 어떤 점에 특히 심혈을 기울이실 계획인가요.

“우리나라의 유방암 환자 진단이나 치료 수준은 매우 높아 선진국에 뒤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기초연구는 많이 뒤쳐져 있고 기존 진료를 변경시킬 만한 임상 연구의 결과도 좀처럼 내기 어렵습니다. 제 임기 동안에 한국이 잠재력이 높은 임상시험과 중개연구 분야에 학회차원에서 더욱 투자하여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어 내려는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유방암 관련 보험제도 및 약가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적지 않은 것 같은데요.

“그 효용성이 입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보험인정을 받지 못하는 신약이나 치료법들이 많습니다. 좋은 치료들이 보험 수가를 받아 더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한원식 한국유방암학회 이사장이 최근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세계유방암학술대회 2023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유방암 진단과 치료(약물, 수술 등)의 최신 발전상을 어떠한가요.

“유방암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연구되고 발전속도가 빠른 암입니다. HER2 양성의 유방암 같은 경우 표적치료가 발전하면서 거의 ‘정복되고 있다’고 표현할 정도이고, 호르몬수용체 양성의 유방암도 전이된 경우에도 생존기간이 과거보다 두 배 이상 증가되었습니다. 엔허투와 같은 항체-약물 접합체(ADC)의 개발은 또 한번 큰 혁명적인 치료의 발전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마지막 남은 삼중음성유방암의 경우에도 최근 면역관문억제제 등이 효과를 보이고 있어서 생존율이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와 같은 결과로 환자의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어서 유전자 분석으로 항암치료를 안받아도 되는 환자들을 구별해 내고, 수술에서는 겨드랑이 림프절 수술을 안 하거나 심지어 특정 환자들에서는 유방 수술도 안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프로테오믹스 기반 조기진단 기술이 상용화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유용성과 전망은.

“적은 양의 혈액으로 단백질 분석이나 유전자 분석으로 유방암 등 여러 암을 조기진단 하려는 시도들은 매우 뜨거운 연구 분야입니다. 현재 상용화된 제품들도 있고 실제 건강검진에 사용되기도 하는데요. 이것들이 가이드라인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좀 더 민감도, 특이도를 향상시켜야 할 필요가 있고 대규모의 임상시험이 필요할 것입니다. 앞으로 이러한 액체생검을 통한 조기진단 검사가 대세가 될 것입니다.”

―유방암 예방 및 조기진단·치료·관리, 그리고 건강장수를 위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유방암에 대해서는 앞에서 많이 말씀 드려서 더 첨언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암을 예방하고 장수하는 법은 사실 거의 모두 잘 알지만 실천의 문제라고 봅니다. 건강한 체중을 유지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금연 절주 기타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피하고 등등. 몸에 좋지 않은 것은 입에 달고 좋은 것은 힘들기 때문이지요. 자궁경부암백신, B형간염 백신은 필수이고 헬리코박터의 치료도 필요합니다. 조기진단의 효과가 분명한 유방암, 자궁경부암, 대장암, 흡연자의 폐암 정기검진을 권장합니다.”

―아시아를 선도하고 세계를 움직이는 학회를 위한 방안 및 과제는.

“우리나라는 미국 유럽의 선진국에 비교하면 유방암의 연구나 치료의 역사가 짧습니다. 인구도 작아서 국내에서 독자적인 임상연구를 하기도 좋은 환경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강점은 전체적으로 임상진료의 수준이 높고 집약적이고 빠르다는데 있습니다. 가장 유방암이 많이 발생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의료가 뒤쳐진 아시아에서 우리가 리더가 되어 발전을 선도해야 하겠고, 특히 GBCC와 같은 한국에서 개최하는 국제학회에 더 많은 나라의 더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고 좋은 연구 결과를 발표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한국에서 주도하는 주요한 임상시험을 확대하고, 외국 학회와의 연대를 강화하며, 특히 국제적인 ‘스타 연구자’를 키워내는 것이 실질적인 국제화를 위한 주요 과제입니다.”

‘바꿀 수 없는 것,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하지 마라.’ ‘항상 평정심을 유지하되, 열린 마음을 가져라.’ 한 이사장이 소개한 자신의 좌우명이다.

한국유방암학회는 유방암 학술 활동을 위해 1999년 설립됐다. 외과뿐만 아니라 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성형외과, 간호학과 등이 정회원 및 이사진으로 활동하고 있는 다학제 학회이다. 또한 한국유방암학회는 30여 개국 2500명 이상의 유방암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글로벌 유방암 컨퍼런스(Global Breast Cancer Conference, GBCC)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국제학술지(Journal of Breast Cancer)를 정기적으로 발간한다.

*사진=서울대병원, 한국유방암학회 제공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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