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출산 후 '지젤'로 복귀하는 김리회 "무대 너무 간절했죠"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최주성 기자 = "집에 아이를 두고 나올 때는 정말 미안해요. 그런데 연습실 와서 (발레)바를 딱 잡으면 아이 생각이 하나도 안 나요. 춤출 때만큼은 오롯이 무용수가 되죠."
2019년 첫째 출산 후 무대로 복귀해 화제가 됐던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리회(36)가 이번에는 쌍둥이를 출산하고 6개월 만에 '지젤'로 다시 무대에 선다.
국립발레단에서 수석무용수가 출산 후 복귀한 사례는 2019년 김리회가 처음이었고, 둘째를 낳고 복귀하는 사례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김리회 이후 국립발레단 안팎에 워킹맘 무용수가 늘고 있지만, 출산 후 복귀는 여전히 드문 일이다.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만난 김리회는 "쌍둥이가 갑자기 열이 나서 병원에 들렀다 오느라 늦었다"며 헐레벌떡 뛰어왔다.
아이에 대한 걱정과 인터뷰에 늦은 미안함이 교차하는 표정에서 워킹맘의 고충이 단번에 느껴졌다. 숨을 돌린 그에게 출산 후 복귀하기까지의 험난했을 과정을 묻자 치밀한 계획이나 대단한 결심은 없었다고 했다.
김리회는 "첫째 때도 그랬지만 계획된 임신은 아니었다"며 "아이가 찾아온 것은 선물이지만, 작품 준비 중 임신 사실을 알고 너무 놀랐고, 쌍둥이라고 해서 더 놀랐다. 하지만 계획한 일이 아니었기에 이렇게 복귀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첫째 때 출산하고 복귀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았기 때문에 다시는 이 과정을 못 겪을 것 같았다"며 "그래서 사실 둘째를 생각한다면 발레를 그만두기로 남편과 이야기 했었다"고 털어놨다.
그도 그럴 것이 임신과 출산으로 변형된 골격과 줄어든 근육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데는 혹독한 대가가 따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번에는 쌍둥이를 임신했기에 체중이 30㎏ 가까이 불어났다.
"그냥 살이 찌는 것과 임신으로 인해 몸이 변하는 건 달라요. 첫째 때는 거울 앞에 섰을 때 제 몸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게 어려웠어요. 쌍둥이 때는 무게 때문에 몸을 지탱할 수 없어 운동할 수 없었죠. 아이가 생겨서 너무 좋은데 '내가 다시 발레를 할 수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김리회를 다시 무대에 세운 건 춤에 대한 열망과 가족의 지지였다.
그는 "춤이 너무 좋았고, 무대가 그립고 간절했다"며 "나는 엄마기도 하지만 발레리나로서 김리회가 없어진다면 나는 대체 누구인가란 생각도 들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틈틈이 운동하고, 아이를 두고 집을 나와 하루 종일 재활 운동을 하고 집에 들어가기도 했다. 아이한테 미안해서 매일 울었다"며 "포기하려고 했던 기간도 있었는데, 못하겠다고 할 때마다 남편이 옆에서 할 수 있다며 힘을 많이 보태줬다"고 말했다.
고된 몸보다 힘든 건 심적인 부분이었다. 첫째 때는 출산 후 복귀가 가능한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컸고, 둘째 때는 몸의 감각을 다시 깨우는 일이 얼마나 힘들지 알기에 '내 몸이 돌아와 줄까'란 두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지금도 후배들이 그에게 가장 많이 묻는 말은 '아이 낳고 정말 다시 춤출 수 있어요?'다. 출산 후 발레의 기본 동작인 '턴 아웃'이 가능한지, 다리를 들어 올릴 수 있는지 등을 묻는다고 했다.
김리회는 "내가 발레단에 입단할 당시에는 선배들이 결혼도 잘 안 했다. 결혼하면 아이를 가져야 하는 시기였으니 그랬던 것 같다. 결혼이나 출산을 기피하는 분위기였다"며 "지금은 내 사례가 있기 때문인지, 시대가 변해서인지 분위기가 바뀌었다. 출산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후배들도 있는데 막연한 공포감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후배들이 질문할 때마다 '완전히 된다', '가능하다'고 답한다"며 "외국에서는 발레리나들이 출산하고 복귀하는 일이 너무 흔한 일이다. 조금씩 우리도 변해가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김리회의 복귀작인 국립발레단 '지젤'은 오는 23일부터 27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오른다. 김리회는 24일 무대에 선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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