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진 덱스터 CSO "열악함 딛고 선 K-VFX, 정부 지원 필요" [인터뷰]①
김혜진 덱스터 사업전략기획이사(CSO)는 최근 덱스터 본사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OTT(인터넷 콘텐츠 기업)의 발달과 K-VFX의 발전, 덱스터의 사업 확장 전략과 정부 지원의 필요성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2011년 설립한 덱스터스튜디오(이하 ‘덱스터’)는 국내 영화계를 넘어 아시아, 북미 콘텐츠 업계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회사다. 뛰어난 VFX(시각특수효과) 기술과 음향 및 DI(색 보정) 기술을 갖춘 것은 물론 콘텐츠의 투자, 기획과 제작, 후반작업까지 원스톱으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원스톱 영상 스튜디오로 자리매김했다. 쌍천만 관객을 부른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를 비롯해 영화 ‘모가디슈’, ‘백두산’, 넷플릭스 영화 ‘정이’, ‘길복순’, ‘고요의 바다’, ‘승리호’ 등 국내에서 화제를 모은 작품 중 덱스터의 손길을 거치지 않은 경우가 거의 없다.
지난 2021년 하반기에는 글로벌 기업 럭스마키나와 국내 최초로 협업해 대형 LED Wall을 적용한 자체 버추얼 스튜디오를 개관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부터 버추얼 프로덕션, 메타버스 산업, AI 메타 휴먼, NFT, 미디어 아트, 광고 마케팅에 진출해 사업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덱스터는 코로나19를 계기로 글로벌 OTT인 넷플릭스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면서 함께 큰 주목을 받게 됐다. 이전에도 국내에서 VFX 업계 점유율이 32%가 넘는(2015년 기준) 1등 회사였지만, 코로나19 이후 시장 점유율이 절반 이상을 넘어섰다는 평가다. 국내는 물론 아시아 기준 최대 규모를 보유한 VFX 기업이기도 하다. 지난 2021년부터 넷플릭스와 후반 제작공정에 대한 장기 계약 및 파트너십을 체결해 협력을 더 강화했다. 넷플릭스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당시 한국에 4년간 3조 30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을 때 덱스터의 주가도 급격히 상승한 이유다.
김 이사는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기업과 협업한 작품들이 대체로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할리우드 등 해외 제작사들로부터 협업 프로젝트를 제안받는 경우가 급격히 늘어났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SF 장르물인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와 ‘정이’를 작업하면서 K-VFX 기술을 널리 알릴 수 있었다”라며 “수위에서 자유로운 OTT와 글로벌 OTT의 막대한 예산 등은 국내에서 다양한 장르물을 만들 수 있는 발판이 됐고 최근 OTT를 중심으로 많아진 SF, 판타지 장르물엔 VFX 비중이 높기에 덱스터의 매출 증대에도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인지도가 높아져서 최근 미국을 비롯해 유럽, 중국 등 다양한 국가로부터 협업 러브콜 및 미팅 제안이 더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국내 1위를 넘어 할리우드까지 탐내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던 비결은 무엇일까. 김혜진 이사는 오랜 기간 자체 연구개발과 뛰어난 가격 경쟁력을 꼽았다. 김 이사는 “2012년, 2016년 대대적으로 실행했던 연구개발을 큰 공으로 꼽고 싶다”며 “회사 초창기에 영화 ‘미스터 고’를 제작할 당시 ‘자체 소프트웨어 개발’이란 모험을 선택한 덕분이다. 특히 10여 년간 3D 디지털 아트 작업을 하며 축적된 디지털 어셋과 매니지먼트 및 파이프라인 운영 노하우들이 큰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할리우드에 비해 몸집이 작지만, 할리우드에서 수천억 원 이상 들이는 작업을 우리나라에서 단 200억~300억 원 수준으로 비슷하게 기술을 구현할 수 있다는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열악한 환경에서 유의미한 결과물을 도출해 온 포트폴리오를 강조해 실제로 글로벌 수주 프로젝트까지 이어진 경험도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부터는 ‘덱스터 픽처스’, ‘크레마’, ‘라이브톤’, ‘네스트이엔티’ 등 자회사들을 활용해 해외 등 사업 영역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고. 김혜진 이사는 “캐나다,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태국 등 다양한 국가 기업들과 관계를 넓혀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의 적극 협조와 지원으로 더 많은 예산이 따라붙는다면, 미래 기술을 위한 추가 연구개발에 노력을 쏟아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었을 것이란 소망과 아쉬움도 덧붙였다. 김 이사는 “캐나다나 미국, 프랑스의 경우 지자체나, 각 주 등 정부 차원의 VFX 기술 세제 지원 혜택이 콘텐츠를 만드는데 큰 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VFX 작업 비용이 1000만 달러를 넘거나 전체의 75%를 초과하면 추가로 5%를 공제해 주는 제도가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VFX 분야 인건비에서 18%를 환급해 준다. 한국에선 아직 VFX 제작 분야를 위한 별도의 환급 제도가 없는 실정. 김 이사는 “우리도 각 정부 부처에 이같은 의견을 제시 중이며 제도적 지원이 하루빨리 이루어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K콘텐츠 뒤에는 배우와 감독, 작가 외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약 중인 아티스트들이 많아요. 글로벌 브랜드로서 덱스터의 가치를 높임으로써 그들의 노력이 좀 더 많은 주목을 받을 수 있게 기여하고 싶습니다.”
김보영 (kby584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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