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림의 월가프리뷰]은행 불안 속에서 더 흔들리는 소형주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뉴욕 증시에서 은행 불안으로 소형주가 뒤처지며 투자자들이 향후 경제 혼란에 대비중이라는 신호를 발산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모인 간판지수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은 연초 대비 7% 상승한 데에 비해 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 지수는 올해 1% 정도 하락했다.
소형주의 부진은 투자들의 미국 경제전망에 대한 불안을 보여주는 징후 중 하나다. 중소 기업은 국내에서 주로 수익을 창출하고 경기 변화에 대해 대기업보다 더 취약한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소형주는 3월 초 소수의 지역은행들의 파산이 발생한 이후 어려움을 겪었는데 3월 8일 이후 러셀2000 지수는 7% 떨어졌다. 중소 기업들이 잠재적 대출 축소로 인해 큰 타격을 받고 이는 경제 전반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투자자들은 우려한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소형주 투자전문 노스스타 인베스트먼트의 에릭 쿠비 최고투자책임자는 로이터에 투자자들이 "경제에서 일어날 일에 대비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려고 노력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형주가 선호되지 않는 현실은 임박한 경기침체에 투자자들이 대비한다는 또 다른 신호"라고 덧붙였다.
로이터에 따르면 과거 경기 침체기에 앞서 소형주는 흔들리는 경향이 있었다. 금융정보업체 스트래티가스에 따르면 1980년 이후 러셀 2000 지수는 경기 사이클이 정점을 찍은 후 6개월 동안 경기 침체를 앞두고 S&P 500 지수보다 평균 약 4% 포인트 뒤쳐졌다.
인플레이션과 기타 중요한 지표를 보면 경기 과열이 다소 식었지만 데이터 전반을 보면 당장 급격한 성장률 하락의 징후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일부 시장 참여자들은 연준이 지난 1년 동안 기준금리를 500bp(1bp=0.01%p) 인상한 것이 이제 막 경제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마이클 아론 수석 투자 전략가는 "향후 12개월 이내에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며 "일반적으로 경기 침체기에는 소형주가 실적이 저조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투자자들은 미국의 중소 기업이 최근 위기의 중심에 있는 지역 은행의 대출에 의존하고 있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전미소상공인연합의 4월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소유주의 67%가 소규모 또는 지역 은행을, 17%가 중형 은행을, 14%가 대형 은행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형 은행 주식은 최근 몇 주 동안 특히 큰 타격을 받았으며, 금융업종은 소형주 지수에 더 많이 반영됐다.
웰스파고 인베스트먼트 인스티튜트(WFII)의 사미르 사마나 수석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은행 시스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특히 중소형 기업에 역풍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투자회사는 지난달 미국 소형주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우호적"에서 "가장 비우호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월마트, 홈디포, 시스코 시스템즈 등 기업의 월간 소매 판매 및 수익 보고서를 포함한 경제 데이터에 관심이 집중된다.
일각에서는 향후 몇 달을 내다보며 소형주 전망을 낙관하기도 한다. 이러한 낙관론의 배경 중 하나는 경기변동에 민감한 소형주가 시장 회복 초기에 빛을 발하는 경향이다. 브로커 에드워드 존스에 따르면 지난 6번의 약세장 중 러셀 2000 지수는 약세장 바닥 이후 6개월 동안 평균 44.8%의 총 수익률을 기록한 반면 S&P 500 지수는 32.2% 상승했다.
올해 S&P 500 지수의 랠리가 불확실한 실적 전망에 반하는 등 대형주가 비싸졌다는 점에서 소형주는 역사적 기준에서 저렴하다고 볼 수 있다.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소형주를 묶은 S&P 600의 주가수익비율은 10년 평균인 18.2배에 비해 낮은 13배로 다.
티로우프라이스의 팀 머레이 다중 자산 그룹 자본 시장 전략가는 회사가 다중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미국 소형주의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며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이미 "많은 고통"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많은 투자자들이 소형주에 투자하는 것에 대해 불안하겠지만 소형주에서 얻을 수 있는 상승 여력은 일반적으로 경기 침체가 가격에 반영된 후 매우 빠르게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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