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등 해서는 먹고살기 힘들어”...승자독식 뚜렷해진 테크기업

이덕주 기자(mrdjlee@mk.co.kr) 2023. 5. 15.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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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기업 2023년 1분기 실적 정리
주가 크게 올랐지만 성장은 한자리 수
1위 쏠림 심해...2위 기업 어려워질 것
클라우드 선방에도 새로운 기술 안보여

미라클러님 이덕주 기자입니다! 오늘은 최근 테크기업들의 1분기 실적발표를 한번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왜냐면 테크 주식들에 대해 사람들의 달라진 시각이 이번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많이 드러났거든요!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 테크기업?
investors are watching a chart, renaissance style <달리2 생성>
지난 3주간 주요 테크기업들이 실적을 발표했어요. 단순히 매출만 비교해보면 전년도 1분기와 비교하면 아래와 같은 성적을 냈어요.

알파벳 3% 성장 / MS 7% 성장 / 애플 2.5% 감소 / 메타 3% 성장 / 아마존 9% 성장 / 스냅 7% 감소

테크기업들이 2019~2022년 매년 두자리 수 성장을 기록했다는 것을 감안해보면 이번 분기에는 한 자리 수 성장에 그치거나, 오히려 매출이 감소한 경우도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빅테크 기업들의 고속성장은 이제 끝났다는 것이 숫자로 확인된 셈이죠.

반면 빅테크 기업들의 놀라운 현금창출 능력이 부각되었습니다.

  • 애플 241억 달러(32조원)
  • 마이크로소프트 183억 달러(24.5조원)
  • 알파벳 164억 달러(22조원)
  • 메타 57억1000만 달러(7.5조원)
심지어 이익을 많이 내지 않기로 유명한 아마존도 32억달러(약 4조원)의 순이익을 냈어요. 이런 엄청난 현금으로 빅테크 기업들은 자사주를 매입하고 주가를 띄우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배당규모도 늘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테크기업들은 초고속 성장하는 기업이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이제는 안정적이고 높은 배당을 주는 ‘블루칩’으로 자리매김한 것입니다. 이들이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독점적인 지위와 현금창출 능력을 보면 미국의 그 어느 기업들보다도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죠!

2위도 위험하다, 승자독식 강화!
우버의 시장점유율은 70% 이상. <Bloomberg Second Measure>
미국 차량공유 시장 1위인 우버와 2위 리프트. 두 회사의 실적발표는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줬는데요. 우버는 주가가 크게 오른 반면, 리프트는 주가가 폭락했기 때문이죠.

우버는 1분기 29% 매출이 성장하고, 분기손실은 1억5700만달러를 기록.

리프트는 1분기 매출이 14% 성장하고 분기손실은 1억9690만달러를 기록.

리프트는 매출이 우버의 8분의 1밖에 되지 않아요. 그런데 성장속도는 느려지고, 손실규모는 더 컸습니다. 이는 우버와 경쟁에서 리프트가 밀리고 있다는 뜻. 즉, 플랫폼으로 우버의 자리가 더욱 공고해지고 리프트는 힘이 약해진다는 뜻이에요. 우버는 올해 분기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어요.

투자자들이 순익보다는 성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기에는 2위에게도 희망이 있었어요. 현금이 고갈되어도 계속 투자를 받을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성장이 정체되면서 이제는 2위 기업에 대한 불신이 커져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압도적인 1위이거나, 아니면 순이익을 내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시기가 온 것 같아요. 27일 실적을 발표한 스냅의 주가가 폭락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에요. 1위인 메타에 비하면 스냅의 초라한 성적이 비교될 수 밖에 없죠. 쇼피파이가 물류사업을 물류 유니콘 기업인 플렉스포트에 매각하기로 한 것은 의미있는 움직임. 아마존과 경쟁에서 상대가 안되는 것 같으니 이를 정리하기로 한 것!

1위 쏠림은 비상장 기업에서도 마찬가지인데요. 벤처붐이 끝나면서 벤처투자 규모가 크게 줄어들고 있어요. 그나마 투자를 받은 기업들은 대부분 이미 1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얻은 유니콘 기업들.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투자유치규모 상위 5개 기업 중 4개가 이미 유니콘 기업이었다고 해요. 즉, 벤처투자자들은 이미 입증된 기업에만 투자를 하려고하지 입증이 안된 기업에는 큰 돈을 넣기를 꺼려하고 있다는 것.

상위 5개 투자유치 기업중에는 챗GPT를 만든 오픈AI 도 포함되어 있어요. 오픈 AI는 270억달러~290억달러의 기업가치로 3억달러 투자를 유치했는데요. 세콰이아 캐피털, a16z, 스라이브캐피털, 파운더스펀드 같은 VC 들이 오픈AI 에 투자했습니다.

이같은 승자독식 상황이 심해지는 것을 보면 애플의 인도시장 공략에 눈길이 갑니다. 기존에는 선진국 시장에서 만족하던 1위 기업들이 성장을 위해 신흥국 시장에 힘을 쏟을 것 같거든요.

전체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애플은 북미나 유럽같은 선진국이 아닌 신흥국 시장을 집중공략하고 있어요. 팀 쿡 애플 CEO 는 인도를 직접 방문하는 등 인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인도 외에도 한국이나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높이려고 할 것 같아요.

믿을 건 클라우드 뿐? What‘s Next?
클라우드 3대장 AWS(아마존), 애저(MS), GCP(구글)의 실적을 보면 결국 효자가 클라우드라는 것이 입증되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의 경우 인텔리전트 클라우드의 매출이 16%나 성장했고, AWS도 16% 성장. 구글 클라우드는 매출이 28% 성장하고 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해서 광고매출 쏠림에서 탈출해야하는 구글에게 긍정적인 신호가 되었습니다. 전체 경기가 침체되어도 클라우드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다는 것이 확인된 것인데요. 특히, 챗GPT 로 부각된 생성형AI 가 많은 클라우드 자원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클라우드에게는 긍정적인 신호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성장도 상대적인 것. 과거 20~30% 씩 성장하던 것에 비하면 클라우드 시장의 성장도 점차 둔화되는 것으로 보일 수 밖에 없어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테크기업들은 이제 더 이상 성장주가 아니라 우량주가 되어버렸어요. AI 도 클라우드도 이제는 좀 진부해진 느낌. 🤔

무엇이 테크 기업들의 ‘Next’가 될까요? 이번 주 구글은 I/O 행사에서 ‘AI’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요. 그 다음 빅 이벤트는 다음달 열리는 애플의 WWDC. 애플은 리얼리티 MR 헤드셋으로 무엇을 하려는 걸까요? 테크 기업들의 Next 에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습니다.

개발자들이 보는 Next 신기술
구글의 퀀텀 프로세서 Sycamore <구글 퀀텀AI>
최근 해커뉴스(와이콤비네이터에서 운영하는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AI 외에 신기술로 무엇이 떠오를까라는 글이 올라온 적이 있어요. 한번 어떤 것들이 있나 정리해보았습니다.

<반도체/컴퓨팅>

RISC-V 반도체 : RISC-V 는 인텔, ARM 이 주도하는 ASIC, RISC 와 달리 오픈소스로 제공되는 반도체 설계 아키텍처. 기존의 반도체 설계방식은 다양한 특허가 걸려있기 때문에, RISC-V 반도체가 대중화될 경우 반도체 산업에 큰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 많아요.

Compute-In-Memory 반도체 : CPU 와 메모리가 분리되어있는 구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CPU 내에서 메모리를 넣어서 연산속도를 높이는 기술. 한국 기업들이 준비하는 Process-in-Memory 반도체는 큰 범주에서 여기에 속한다고 해요!

양자컴퓨터 : 양자컴퓨터는 양자역학을 이용한 계산기라고 보면 됩니다. 기존의 컴퓨터가 계산하는 속도보다 훨씬 빠른 계산이 양자컴퓨터로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요. IBM, 구글이 가장 앞서있지만 아직 지배적인 하드웨어는 없다고 해요.

<소프트웨어/클라우드>

웹GPU : 그래픽연산처리 장치인 GPU를 브라우저에 탑재해서 GPU 처럼 사용하는 기술. 구글이 최근 크롬에 탑재했어요. 2011년 세상에 등장해 많은 영향을 끼친 WebGL 기술의 후속 기술.

쿠버네티스 : 쿠버네티스는 2014년에 나온 클라우드 컴퓨팅 자원 관리 기술. 이미 보편화된 기술이지만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이 계속 커지면서 쿠버네티스의 중요성은 더욱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에요.

<에너지>

핵융합발전 : 기존의 원자력발전이 핵분열의 원리로 운영되지만 핵융합 발전은 핵을 융합시켜서 에너지를 생산해 내죠. 핵융합을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에너지보다 핵융합으로 나오는 에너지가 많아야 실용화가 가능해요. 범정부적인 프로젝트외에 민간 스타트업들이 뛰어들고 있는데요. 실리콘밸리의 부자들은 민간 에서 혁신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히트펌프 : 히트펌프는 에어컨의 원리를 이용해 저온의 열원을 고온으로 반대로 고온에서 저온으로 전달하는 장치에요.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조금의 에너지라도 줄이기 위해 히트펌프 기술이 전반적으로 부상하고 있어요.

배터리 기술 : 반도체 이상으로 모든 IT 세계의 발전을 뒷받침 한 것은 배터리 능력의 발전. 휴대용 배터리부터 자동차용 배터리까지 지금의 한계를 돌파하는 기술이 나올 경우 큰 혁신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

<기타>

로보틱스 : 딥러닝 AI 기술은 디지털 세계를 빠르게 바꾸고 있지만 물리적인 세계에 미치는 영향은 그보다는 덜해요. 딥러닝으로 학습된 로봇들이 실용화될 때 큰 혁신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 특히 언어모델에서처럼 다양한 영역에서 사용될 수 있는 로보틱스 파운데이션 모델의 등장에 대한 기대가 높아요.

역노화 기술 : 노화를 막는 것부터 세포를 재생시키는 역노화 기술까지. 바이오 공학에서 가장 도전적인 기술이지만 성공할 경우 한계에 도달한 인류의 건강수명을 비약적으로 늘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요.

지난해 11월 ‘테크의 시대는 끝난걸까요?’ 라는 제목의 레터를 보냈던 것 기억하시나요? 폭락하는 테크주가를 보면서 ‘테크의 시대’는 끝나가는 것 같았는데, 6개월 사이에 많은 빅테크 기업들이 주가를 회복했어요. 그때 말씀드렸던 ‘달라지지 않는 것’들은 결국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것 같아요.

물론 아직도 위기의 파고는 끝나지 않았어요. 하지만 달라지지 않는 것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다면 다음 위기가 닥쳐와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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