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논란에…의료단체 "총파업"·간호협회 "단체행동 불사"

보건복지의료연대 각 단체장이 11일 서울 여의대로에서 진행한 2차 연가 투쟁에서 '거짓말!'이란 피켓을 들며 간호법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간호법 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을 둘러싼 의료계의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의료단체는 총파업을 예고했고 간호협회는 단체 행동도 불사하겠단 입장이다.

15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의료연대는 간호법과 의료법 개정안을 반대하기 위해 오는 17일 의료 업무를 전면 중단하는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앞서 간호법 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은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윤석열 대통령의 결정에 운명이 맡겨졌다. 이번주 중 국무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경우 두 법안은 폐기 수순을 밟거나 여야의 합의를 거쳐 중재안이 마련될 가능성이 크다.

의료단체는 간호법와 의료업 개정안을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예정대로 오는 17일 총파업이 진행된다면 의료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면서 환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이에 앞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간호법 제정안과 의료인 면허 취소법(의료법 개정안)을 저지하기 위한 2차 연가 투쟁을 진행했다.

이들은 "간호사 처우 개선을 지지하지만, 전체 보건의료인의 처우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간호사만으로는 부모 건강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우발적인 교통사고로 의사 면허를 빼앗는 건 강탈이다"란 구호를 외치며 두 법안을 폐기하는 데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지난달 27일 더불어민주당의 강행 처리로 인한 간호법과 면허 박탈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로 대한민국 보건복지의료에 사망선고가 내려졌다"며 "400만 보건복지 의료인들의 분노와 참담함은 극에 달해, 본연의 임무를 잠시 멈추고 이렇게 길거리로 뛰쳐나왔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전국의 간호사 및 간호대학생들이 국제 간호사의 날인 12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국제 간호사의 날 기념집회에 참석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의 대통령 공포(公布)를 촉구하고 있다. 2023.05.12.

간호사들은 간호법 제정안을 원안대로 입법해야 한다며 중재를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적극적인 단체 행동까지 예고했다.

대한간호협회는 이달 8일부터 14일까지 협회에 등록된 전체 회원을 대상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 간호사 단체 행동 여부'에 대한 의견조사를 실시했다.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8시까지 조사에 참여한 7만5239명의 응답을 중간 집계한 결과, 응답자의 98.4%(7만4035명)가 '적극적인 단체 행동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 의견 조사는 간호계 내부에서 '윤 대통령이 간호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초강력 대응이 필요하다'는 결의에 따라 착수됐다. 간호협회는 "의견조사에서 적극적 단체 행동이 결의되면 간호협회는 구체적인 행동 방향을 정해 행동에 나설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간호협회는 이 의견조사에 앞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의사 집단처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한 집단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단체 행동에 나설 경우 수위가 어느 정도 선에서 이뤄질지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조사에서는 적극적 단체 행동에 대한 회원들의 의견뿐 아니라 '간호사 면허증 반납 운동'에 대한 참여 여부, '간호사 1명이 원하는 정당 한 곳에 가입'하자는 '클린정치 캠페인'에 참여할 뜻도 함께 물었다.

조사 중간 집계에선 간호사 면허증 반납 운동 참여에 대해 61.5%(4만6272명)가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간호사 1명이 원하는 정당 한 곳에 가입하는 '클린정치 캠페인'에는 78.1%(5만8762명)가 "참여할 뜻이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