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최저임금위원회가 가야 할 길

최훈길 2023. 5. 15.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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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송 인하대 초빙교수·일자리연대 운영위원장

[임무송 인하대 초빙교수·일자리연대 운영위원장] 최저임금 갈등이 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법정 심의 기간(90일) 절반이 지나서야 가까스로 첫 회의를 열었지만, 노동계의 25% 인상과 경영계의 동결이 격돌하며 역대급 난항이 예상된다. 시중의 관심은 최저임금 인상률에 집중되지만, 블랙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현 체제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최저임금은 고용노동부장관이 심의를 요청하고, 최임위가 90일 이내에 최저임금안을 의결해 제출하면, 장관이 매년 8월 5일까지 결정 고시하는 것에 의해 결정된다. 최임위 구성과 권한은 나라마다 차이가 있지만 노사공 3자 구성 방식은 국제적으로 보편적인 모델이다. 문제는 우리 최임위는 국제노동기구(ILO) 제131호 협약이 강조하듯이 증거에 기반한 대화와 협상이 아니라 노사의 일방적 주장이 부딪치며 갈등을 확대 재생산한다는 점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최임위 의결 과정을 보면 공익위원은 노사를 중재하지만, 입장이 좁혀지지 않으면 ‘최종제안중재(final offer arbitration)’ 방식에 따라 노사의 최종안 중 하나를 표결로 선택하고, 이때 공익위원이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된다. 따라서 공익위원을 지켜줄 방패는 정치적 중립성과 객관적 합리성이다. 지난 정부처럼 역대 최고와 역대 최저 인상률을 오락가락하면 공익위원과 정부에 대한 신뢰가 붕괴되고 정치적 공방만 남는다.

공익위원이 최저임금을 결정한다는 인식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우선 노사 위원도 동등한 표결권을 가지고, 의결할 때는 노사 각 3분의 1 이상의 출석이 있어야 한다. 노사가 2회 이상 출석요구를 받고도 어느 한쪽이 출석하지 않으면 표결할 수 있으나, 노사 모두 불출석하면 최저임금이 없는 사태가 발생한다. 노사 일방이 보이콧을 하는 경우에는 상대방이 주장하는 극히 낮거나 높은 인상률이 의결될 것이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문제는 이 같은 사례가 반복되면 최임위 체제가 파탄에 직면한다는 점이다. 이제까지는 간사 간 협의를 통해 노사 일방 또는 노사의 일부 위원이라도 표결에는 참석해 재적 위원 과반수라는 의결 정족수 요건을 충족시켰다. 그러나 동료인 공익위원 간사 사퇴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노사공익 조율이 언제까지 가능할지 의문이다. 이는 공익위원 못지않게 노사의 책임 있는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최근 최저임금 갈등 악화는 노사의 절박함도 있겠으나, 정치권과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수백만 노동자(2019년 25%, 5백만 명)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최임위에만 맡겨놓는 것은 민주적 책임정치라고 할 수 없다.

차제에 최임위의 소모적 갈등의 악순환을 끊고 대표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구조개혁이 불가피하다. 노동계 주장처럼 노사에게 공익위원 추천권을 부여하는 방안은 부작용이 불을 보듯 뻔하다. 공익위원들마저 편싸움에 휘말리고 갈등만 증폭될 것이다.

노동자 14% 대표가 자기 문제는 기업별로 교섭하면서 최저임금은 중앙교섭으로 결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최저임금이 노동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모른 채 매년 같은 논쟁을 반복하는 아둔함부터 개선해야 한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되면 필연적으로 최임위 개편 논의가 제기될 것인데, 노사정 모두 진정 개혁을 원한다면 영국을 벤치마킹하기 바란다. 영국 저임금위원회(Low Pay Commission)는 노동계, 경영계, 학계 배경을 가진 9명의 전문가로 구성하되, 이들은 출신 단체로부터 독립해 개인 자격으로 복무한다. 위원회는 실태조사, 의견 수렴, 영향 분석 등을 통해 최저임금안을 제출하고, 정부는 최저임금안을 수정할 수도 있다.

최저임금위원회, 이대로는 안 된다. 결정체제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개혁의 불씨를 살리려면, 정부는 법 개정 전이라도 최저임금 집행 결과를 최임위에 제출하고, 최임위는 최저임금 영향평가를 다음 심의에 반영하는 절차부터 제도화하기 바란다.

최훈길 (choigig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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