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반전에 반전'…괴물신인 방신실의 스타탄생 전주곡인가
[골프한국] KPGA투어에 이어 KLPGA투어에서도 새로운 기류가 일고 있다. 지난 7일 남서울CC에서 끝난 KPGA투어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정찬민(24)이 호쾌한 장타로 갤러리들의 탄성 속에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하더니 14일 경기도 용인 수원CC에서 끝난 KLPGA투어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선 신인 방신실(19)이 데뷔 첫승의 기회는 놓쳤지만 무서운 장타로 골프팬들의 마음을 빼앗았다.
두 선수의 공통점은 거침없는 플레이와 세계무대에서도 통할 가공할 장타력. 정찬민을 따르던 갤러리들의 반응이 방신실에게도 그대로 재현되었다. 그만큼 골프팬들의 마음이 장타를 날리는 선수에 쏠려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KPGA와 KLPGA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런 기류 변화는 한국 골프투어의 풍속도에 대변화를 예고한다. 2~3년 전부터 PGA투어와 LPGA투어에 일기 시작한 '장타바람'이 한국골프에도 상륙한 느낌이다. 지금까지 우리 선수들의 플레이는 세필화에 가까웠다면 방신실의 플레이는 굵직하고 터프한 필법의 수묵화를 보는 듯했다.
방신실은 아직 골프팬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신인이다. 2021년 국가대표를 지냈지만 2부인 드림투어에서도 우승 경력이 없다. 지난해 10월 KLPGA투어 회원으로 가입했지만 정규투어 시드 순위 전에서 40위에 그쳐 올 시즌도 조건부 시드를 받아 KLPGA투어와 드림투어를 병행하고 있다. 한번 우승해야 2025년까지 KLPGA투어 시드를 확보할 수 있다. 지난달 말 열린 크리스에프엔지 KLPGA 챔피언십에서 1, 3라운드 선두에 오르며 우승 기회를 맞았지만 4위에 그쳤다. 이어 열린 교촌 레이디스오픈에선 컷 탈락했다.
공동 선두(임진희, 이예원)에 2타차 뒤진 공동 3위로 마지막 라운드를 맞은 방신실은 무섭게 타수를 줄여 공동 선두에 합류하더니 14번 홀부터 단독선두로 나섰다. 그러나 17번 홀(파5)에 이은 18번 홀(파4)에서의 미스 샷이 그의 '스타 탄생'을 뒤로 미뤘다.
17번 홀(파5) 티샷이 왼쪽 숲으로 빠지면서 OB가 됐다. 벌타를 받고 5번 만에 그린에 올렸고, 약 7m 보기 퍼팅을 성공시켜 선방, 임진희 박지영과 함께 14언더파 동타가 됐다.
마지막 18번 홀에서 방신실은 두 번째 샷을 그린을 넘기는 실수를 했다. 어프로치로 그린에 올렸지만 6m 파 퍼팅을 실패했다. 두 번째 샷을 홀 가까이 붙인 임진희가 버디 퍼팅에 성공, 우승을 차지했다. KLPGA 통산 3승째다. 방신실과 이예원은 공동 3위.
방신실에겐 아쉬움 많은 라운드였지만 갤러리들로선 호쾌한 샷을 구경하는 호사를 누렸다. 드라이브샷은 매번 동반 선수들보다 20~30미터 차이가 났다. 무엇보다 쉽게 장타를 때려냈다. 호쾌한 스윙에 머뭇거리지 않는 거침없는 플레이에 갤러리들은 탄성과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대회 출전 횟수가 적어 공식 통계에는 오르지 못하고 있지만 지난해 방신실의 드라이브 평균비거리는 264.57야드. 이번 대회 전까지 장타 1위는 258.36야드의 김수지지만 현재 KLPGA 투어 최장타자는 방신실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LPGA투어에서도 최상위권에 드는 비거리다.
풀 시드를 따려는 성급함에 너무 공격적으로 나선 감이 없지 않지만 173cm의 좋은 체격에서 품어져 나오는 장타력과 망설임 없는 경기스타일은 골프팬들이 기다리는 새로운 스타의 모습과 일치한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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