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發 사태로 다 난리인데”...이제는 CFD·라임 피한 ‘리스크 관리 1등’ 회사
국내 다수의 증권사가 소시에떼제네랄(SG)증권 발 주가 폭락 사태와의 ‘거리 두기’에 분주한 가운데, ‘강 건너 불구경’ 중인 증권사가 있다. 국내 1위(자기자본 기준) 증권사 미래에셋증권이다.
주가 폭락 사태의 중심에서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는 키움증권이 아니더라도, 국내 대다수 증권사는 이번 사태의 불똥을 맞았다. SG증권의 차액결제거래(CFD) 계좌에서 반대매매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논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대 2.5배 레버리지를 일으켜 투자가 가능한 CFD가 주가 폭락 사태를 촉발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면서, 키움증권뿐 아니라 2015년 CFD를 국내 처음으로 도입한 교보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등 국내 유수의 증권사들이 일제히 CFD 신규 계좌 개설을 중단하고 관련 이벤트를 조기 종료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미래에셋증권은 ‘의외로’ CFD를 서비스하지 않는다. 한화투자증권, 현대차증권 등 몇몇 중소형 증권사에서도 CFD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지만, 대형 증권사 중 CFD 서비스를 미시행하는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이 유일하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CFD 사업을 검토하긴 했지만, 글로벌 경제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CFD와 같은 레버리지 상품을 신규 도입하기엔 리스크가 크다고 생각해 서두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약 십여년전 ‘인사이트 펀드 사태’로 크게 데였던 미래에셋증권이 절치부심하며 재단장한 리스크 관리의 결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한다. 인사이트 펀드 사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2007년 설정한 인사이트증권자투자신탁1호(인사이트펀드)가 출시 1년 만에 반토막 나면서 수많은 개인투자자를 울린 사건이다. 출시 한 달 만에 4조5000억원이 넘는 설정액을 모은 인사이트펀드는 출시 첫 해 마이너스(-) 4.75%의 수익률을 기록한 이후 2008년 -53.33%까지 수익률이 곤두박질쳤다. 이후 2012년까지 매년 최대 30%의 손실률을 기록했다. 심각한 부진에 2012년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주요 일간지 광고면에 ‘아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게재하기도 했다.
당시 인사이트 펀드 사태를 초래한 원인으로는 대부분의 자산을 한 곳에 집중해 투자했다는 점이 꼽힌다. 인사이트 펀드는 2009년 6월 말 기준 중국 투자 비중이 80%에 달할 정도로 중국 시장에 집중했다. 하지만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중국 증시가 급락하자 이 충격을 인사이트 펀드가 모조리 흡수하며 손실률이 극에 달한 것이다. 인사이트펀드는 시장 상황에 따라 주식, 채권 등 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과 자산 종목·국가 등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스윙펀드였던 탓에, 2000년대 들어 급등한 중국 증시에 자산 대부분을 투입했던 것이다. 다만, 이 펀드는 현재는 환골탈태에 성공했다. 7년 후인 2014년 11월 원금 회복에 성공했고 2023년 4월 기준으로는 76%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인사이트 펀드 사태 이후 미래에셋증권은 리스크 관리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원래 미래에셋증권은 분산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이미지가 있었지만, 최근 포트폴리오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금융위기 이후 변동성이 커진 주식 비중을 축소하고, 비교적 변동성이 낮은 부동산 비중을 높였다. 2017년부터는 주식 위탁매매(브로커리지)와 트레이딩(자체투자), 기업금융(IB)과 자산관리(WM), 해외 사업 등으로 사업 부문의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데 집중했다. 2018년에는 리스크관리와 내부통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 리스크관리부서와 준법감시부서를 각각 부문으로 격상시켰다.
미래에셋증권의 리스크 관리는 서서히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피해규모가 2000억원대에 달하는 라임사태와 옵티머스사태도 비껴갔다. 두 사건이 증권사의 펀드 불완전판매와 부실운용으로 촉발된 것인 만큼, 당시 미래에셋증권은 책임 판매 경영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에 나섰다. 상품 선정 가이드라인을 강화하면서 계열사 상품의 70%가 사라지는 것도 감수할 정도로 대대적인 변화였다.
탄탄한 자본력도 리스크 관리의 결실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증권사 중 부동의 자기자본 1위다. 2022년 말 기준 미래에셋증권의 자기자본은 9조995억원으로, 2위인 NH투자증권과 1조3000억원가량 차이가 난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부터 우려를 키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에서도 비교적 안전하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미래에셋 증권의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익스포저 비율은 17.40%로, 국내 25개 증권사 평균(28.7%)보다 낮다.
2022년 12월 말 기준 미래에셋증권의 순자본비율(NCR)도 1871.1%다. 순자본비율은 증권사가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인 영업용 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눈 값이다. 예컨대 증권사가 갚아야 할 부채가 1억원이라고 할 때, 부동산 등의 자산을 제하고 증권사가 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 18억원이라는 뜻이다. NCR이 높을수록 회사의 재무 상태가 안정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증권사 규모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미래에셋증권의 NCR은 업계 최상위 수준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CFD도 서비스하고 있지 않고, 금융상품의 문제가 생겼을 때 증권사가 유동성 공급이나 원리금 상환을 해야 하는 채무보증 잔고도 낮은 편”이라면서 “시장의 오해와는 다르게 리스크 관리가 잘 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철저한 리스크 관리로 과거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에 이어 이번 CFD 관련 사태 논란에 휘말리지 않았다”면서 “앞으로도 리스크관리와 고객 동맹 정신을 바탕으로 퇴직연금, 해외사업 등에 힘쓰며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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