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생산 2배↑, 불량 97%↓… 신성이엔지 스마트공장

최온정 기자 2023. 5. 1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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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실적 실시간 측정… 3D로 라인 시각화
자동화로 생산능력 늘고 불량률은 확 줄어

지난 11일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일대. 최근 삼성전자의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계획이 알려지면서 첨단 산업의 거점으로 급부상한 이 지역에는 반도체 클린룸 장비를 만드는 신성이엔지 용인공장이 자리잡고 있다. 클린룸이란 먼지가 없는 청정공간으로, 반도체·2차전지 등 나노미터(1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단위의 미세공정이 필요한 분야에서 불량률을 낮추기 위해 쓰인다.

1977년 설립된 신성이엔지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공장자동화 장비, 클린룸 설비, 태양광 모듈 등의 제품을 생산한다. 지난 1991년 국내 최초로 클린룸에 들어가는 공기정화설비(FFU)를 국산화하면서 국내 사업기반을 닦았고 중국과 베트남, 미국 등 해외 진출에 성공하면서 전세계에 12개의 법인을 두고 있다.

신성이엔지 용인공장에서는 모니터로 조립라인의 가동상황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최온정 기자

◇ 라인 가동상황·작업 부하 실시간 확인

2016년 준공된 용인공장은 신성이엔지의 성장에 도움이 된 클린룸 주요 장비 생산기지다. 설립 당시 인공지능(AI) 기반의 스마트공장을 표방하며 자율주행 로봇과 협동로봇 등을 도입해 생산라인을 자동화했다. 자원관리(ERP)와 생산관리프로그램(MES)을 도입하며 지능형 운영관리시스템도 구축했다.

공장 내부에 들어서자 조립라인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터치스크린이 눈에 들어왔다. 화면에는 3D 그래픽으로 각 조립라인을 구성하는 세부요소들이 구현돼있다. 가동 중인 기계는 녹색으로, 작업을 하지 않고 있는 기계는 노란색으로 표시된다. 화면 하단에는 라인별 생산계획과 실제 생산실적이 실시간으로 표기된다.

신성이엔지 용인공장에서는 모니터로 작업자의 동선에 따라 발생하는 부하나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최온정 기자

터치스크린 옆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에는 작업자의 동선에 따라 발생하는 부하(작업량)나 시간 등이 게임 화면처럼 표현돼있다. 화면 속 가상 작업자의 머리 위에 작업량이 표시된 막대와 숫자(1~5)가 떠 있다. 강도가 높은 업무를 수행하면 숫자가 오르고 막대도 길어지는 식이다. 용인 공장에 도입한 ‘가상물리시스템(CPS)’이 시뮬레이션을 통해 작업에 따른 부하를 예측한다.

박덕준 신성이엔지 용인공장장은 “현장상황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전체 부하에 비해 생산 물량이 많은지, 적은지를 판단할 수 있다”면서 “2016년에 이런 프로그램을 구축할 당시에는 다른 공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장비였다”고 말했다.

신성이엔지 용인공장에서 모바일로봇이 부품을 실어나르고 있다./신성이엔지 제공

◇ 제품 포장·적재 자동화… 공장 곳곳엔 자율주행 로봇

공장 안쪽에는 협동로봇과 자동조립라인이 가동되고 있었다. 용인공장에는 총 5개(A~E)의 라인이 구축돼있는데, 이 중 A·C 라인은 각각 60%, 100% 자동화가 이뤄졌다. 이곳에서 전체 물량의 60~70%가 생산된다. 나머지는 맞춤형 생산이 가능한 수작업 라인이다. 삼성전자 등 기업에 납품되는 물량은 주로 A·C 라인에서 생산된다.

라인 곳곳에는 적재된 물건을 실어나를 수 있는 모바일 로봇이 움직이고 있다. 조립라인에 필요한 부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기존에는 바닥에 깔린 선을 따라 이동하는 물류 로봇(AGV)을 사용했는데, 새로 도입된 모바일 로봇은 출발점과 도착점을 알려주면 알아서 장애물을 피해 이동한다.

신성이엔지 용인공장에서 노동자와 협동로봇이 함께 작업하고 있다./신성이엔지 제공

조립라인에는 볼트를 조이는 업무를 담당하는 협동로봇이 작업자와 함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 로봇에는 비전시스템(시각확인 시스템)이 장착돼 구멍의 위치를 찾아서 확인하고 볼트를 조인다. 사람이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자동으로 멈춰 사고 위험이 없다는 게 신성이엔지 측의 설명이다.

제품의 포장과 적재는 사람의 손을 전혀 거치지 않는 100% 자동화 공정으로 이뤄졌다. 과거 비닐 포장 업무에는 두 사람이 투입됐지만, 기계가 도입되면서 포장과 밀봉이 자동으로 진행된다. 포장된 물품은 자동물류라인으로 운송돼 로봇이 직접 팰릿(pallet·화물을 쌓는 틀)에 적재한다.

박 공장장은 “스마트공장을 도입한 이후 생산능력은 2.1배 늘었고 불량률은 97% 줄었다. 시간당 생산대수도 0.94대에서 1.51대로 증가했다”면서 “현재 공정의 78%가 자동화돼있는데, 올해 이를 80%로 높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신성이엔지 용인사업장 전경. 모든 건물의 옥상과 유휴부지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있다./신성이엔지 제공

◇ 공장 가동에 태양광 발전·ESS 활용

용인공장의 또 다른 특징은 국내 최초의 클린에너지 기반 스마트공장이라는 점이다. 용인공장은 모든 건물의 옥상과 유휴부지에 640킬로와트(kW) 용량의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했다. 여기서 생산되는 전기의 약 60%는 한국전력에 판매하고 나머지로 공장을 가동한다. 1000킬로와트시(kWh)를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도 갖췄다. 공장에 쓰인 태양광 모듈은 모두 신성이엔지가 자체 생산했다.

공장 입구에는 현재 사업장에서 사용중인 전력량을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가 설치돼있다. 태양광을 통해 조달하는 전력량을 파악하고, 이산화탄소와 에너지를 얼마나 절약했는지도 알 수 있다. 올해 용인공장에서는 이산화탄소 115톤(t)을 줄였고, 에너지 사용료는 총 5622만원을 줄였다.

용인공장 입구에는 현재 사업장에서 사용중인 전력량을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가 설치돼있다./최온정 기자

용인공장은 전기료가 저렴한 심야시간에 전기를 구입해 저장해두고 비싼 시간대에는 자체 생산한 전기로 충당해 에너지 사용료를 절감하고 있다. 한전에 전기를 판매해 얻는 수입까지 감안하면 비용 측면에서는 RE100(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을 달성했다는 게 신성이엔지 측의 설명이다. 올해는 전기요금을 거의 내지 않고 내년에는 오히려 이익이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공장장은 “사람과 로봇이 조화롭게 융화될 수 있는 공장을 운영해보자는 생각으로 스마트공장을 구축했다”면서 “지구 환경이나 에너지자원 자립 측면에서도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태양광 발전을 이용한 클린에너지 공장을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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