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살림 적자 1분기에만 54조...올해도 100조 넘을라
정부 연간 예상치 58.2조원 근접
세수 1년 전보다 24조원 급감 탓
하반기 경기 전망도 밝지 않아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소득세와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으면서 2월과 3월 두 달간 평균 30조원 이상의 나라 살림 적자를 기록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누적 재정적자 규모가 100조원 이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예상한 적자 규모(58조2000억원)의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올해 2·3월 평균 30조원 재정 적자
1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2월에 38조2000억원, 3월에 23조1000억원의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냈다. 최근 두 달간 나타난 월평균 재정수지 적자가 30조원을 넘었다. 그나마 1월에 7조3000억원 상당의 흑자를 낸 덕분에 1분기 재정적자 규모는 54조원대를 기록할 수 있었다.
관리재정수지는 나라 살림을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다. 국세수입 등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수치가 통합재정수지인데, 여기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 수지를 차감하면 관리재정수지가 나온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쉽게 말해 들어온 돈보다 쓴 돈이 많아 빚이 늘었다는 의미다.
정부의 수입과 지출이 계절성을 띠므로 재정수지 역시 월별로 일정한 흐름의 그래프를 그린다. 통상 2월부터 6월까지 가파르게 적자가 상승하다가, 6월에 1차 정점을 찍은 후 하반기에 등락을 거듭하다 6월과 비슷한 수치로 연간 수치가 결정된다. 작년 재정적자는 6월 101조9000억원까지 급속히 불어난 후, 하반기에 소폭 더 늘어 연말 117조원으로 마무리됐다.
이런 흐름을 봤을 때 올해 재정적자는 10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커보인다. 사실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3년간 재정적자가 100조원 안팎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를 벗어난 상황에서 100조원대 적자를 다시 내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세수 펑크에 상저하고 전망도 불투명
1분기 재정적자 규모는 당초 정부가 예상한 연간 재정적자 규모(58조2000억원)의 90%를 넘어서는 규모다. 석 달만에 연간 전망치 턱밑까지 온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경기 둔화로 세수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올 1분기 걷은 세금(87조 1000억 원)은 1년 전보다 24조원 급감했다. 부동산 거래가 줄고 기업 실적, 내수 경기가 나빠지며 소득세(-7조 1000억 원), 법인세(-6조 8000억 원), 부가가치세(-5조 6000억 원) 등 주요 세목이 일제히 타격을 받았다.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 등으로 교통세도 6000억 원이나 감소했다.
정부는 올 들어 3월까지 87조1000억원의 국세를 걷었다. 4월부터 연말까지 작년과 같은 규모의 세금(284조8000억원)을 걷는다고 해도 연말 기준 국세 수입은 371조9000억원으로 올해 세입 예산인 400조5000억원 대비 28조6000억원 정도 적다. 특히 3~5월은 법인세를 분납하는 달이지만 3월 법인세수가 이미 지난해보다 22.6%(6조1000억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4, 5월에도 비슷한 상황이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반기 경기 전망도 밝지 않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1.8%에서 1.5%로 하향 조정했다. 수출 위축으로 경기 부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당초 예상했던 ‘상저하고’의 경기 흐름이 힘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경우 상반기에 펑크난 세수를 하반기에 상당 부분 메울 수 있다는 기대도 점차 현실성을 잃게 된다.
강신우 (yeswh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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