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 CFD 내부통제 잘 지켰나...집단소송 쟁점될 듯
SG(소시에떼제네랄)증권 발(發) 주가 폭락 사태의 피해자들이 SG증권과 차액결제거래(CFD) 계약을 맺은 키움증권 등 모든 증권사에 대해 수십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를 할 계획인 가운데, 일각에서는 투자자들의 주장이 일부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증권사들은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의 일반적인 보호를 받지 않는 전문투자자만 CFD에 가입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책임을 미루고 있지만, 지배구조법과 자본시장법상 위법의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증권사의 내부 통제 준수 여부가 법정 다툼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의 원인을 제대로 밝히기 위해서는 각 증권사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가동됐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이 규정하는 내부통제기준은 금융사들이 파생상품 거래 고객의 거래 내용과 잠재 위험을 주기적으로 점검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피해 규모가 고위험 파생상품인 파생결제거래(CFD)로 인해 늘어난 만큼, 금융사들이 내부통제 규정을 정상적으로 지켰다면 피해 규모가 이 정도로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란 주장이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은 금융투자회사의 업무 전반에 적용되는 표준내부통제기준과 절차를 규정한다. 표준내부통제 기준 제38조는 파생상품 영업 및 매매에 관한 내부통제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르면 파생상품 영업관리자(주로 금융회사의 파생상품 영업 담당 임원)는 ▲거래내용이 투자자의 투자목적 등에 비추어 적합한지 ▲파생상품의 거래유형별 규모 및 빈도가 적절한지 ▲계좌의 실현·미실현 손익 규모 ▲포지션의 과도한 집중 여부 등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증권사를 포함한 금융사들은 이 규정을 바탕으로 세부 사항과 지침을 각 사의 사정에 맞게 조정해 운영해야 한다. 내부통제기준을 관리하는 금융투자협회 측은 “해당 사항들을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만 규정할 뿐, 구체적 점검 주기나 방식에 대해 따로 마련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국내 한 증권사 관계자도 “점검 주기, 방식에 대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안내받은 것은 없다”면서 “증권사마다 규정에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주가 폭락 사태를 촉발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CFD는 전문투자자만 가입할 수 있는 고위험 파생상품이다. 최대 2.5배의 레버리지를 일으킨 투자가 가능한데,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 계좌 잔고가 정해진 증거금률을 충족하지 못해 반대매매가 시행된다. 이 때문에 이번 사태에서 CFD가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거세졌고, 증권사들은 부랴부랴 CFD 신규 계좌 개설을 중단하고 관련 이벤트도 조기 종료하는 등 사태 진화에 나섰다. 그러면서도 전문투자자에게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의 일반 투자자 보호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책임을 슬쩍 미루는 모습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CFD 상품 구조 자체가 지닌 문제점을 감안하더라도, 증권사들이 내부통제 기준을 제대로 준수했다면 이번 사태가 수백명의 피해자, 수천억원의 피해금액을 낳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일부 피해자가 CFD 계좌를 통해 수억원 규모의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비상식적인 투자를 했다는 정황도 나오는 상황에서 증권사가 내부 규정을 잘 지켰는지를 의심하는 것이다. 증권사가 강조하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아닌, 표준내부통제기준의 기초가 되는 지배구조법을 어겼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상 문제가 될 소지도 있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CFD를 고난도 장외파생상품으로 분류하고, 이를 권유할 때 투자자가 상품의 내용과 투자에 따르는 위험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요약한 핵심상품설명서를 교부할 의무를 부여한다. 이번 사태의 피해자들이 CFD 계좌를 개설할 때 충분한 사전 정보를 증권사로부터 제공받았는지 여부도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증권사가 내부통제를 제대로 지켰다면 과연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증권사의 내부통제가 소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과도하게 포지션을 가져간 고객들의 손실 가능성에 대해 증권사가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면서 “증권사가 내부통제 규정에 따라 고객들의 위험 감내 수준, 과도한 손실 가능성을 주기적으로 점검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이번 주가 폭락 사태와 관련해 증권사들의 내부 통제가 미비했다는 점이 밝혀진다면, 증권사 대표이사(CEO)에게 최종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 금융사의 내부통제 제도 개선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로, 금융위원회는 지난해부터 중대한 금융사고 발생 시 대표이사에게 최종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지배구조법 개정을 추진해 왔다.
당초 금융위는 지난달 중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추가적인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달 중 발표하겠다고 미룬 상황이다. 개선안에는 금융사 CEO가 금융당국으로부터 면책 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성과급 삭감, 연임 제한 등을 두는 방안이 담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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