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위가 당연하고 쉽나, 인천팬 누구도 지금 조성환에게 돌을 던질수 없다[초점]

김성수 기자 2023. 5.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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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인천 유나이티드 부임 후 팬들에게 매 시즌 새로운 기쁨을 안겨줬던 조성환(52) 감독이 올 시즌 개막 13라운드 만에 일부 서포터즈로부터 퇴진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받았다.

물론 감독이 성적 부진에 대해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경우는 축구계에서 희귀한 일이 아니며, 인천의 현재 성적이 좋다고 볼 수도 없다. 하지만 인천이 압도적으로 최하위에 처진 것도 아닌 지금, 직전 시즌에 구단 역사에 남을 업적을 쓴 감독에게 리그 13라운드 만에 나가라고 말할 만큼 고마움을 모를 수 있는 지는 의문이다.

인천 유나이티드 조성환 감독. ⓒ프로축구연맹

인천은 14일 오후 4시30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13라운드 전북 현대와의 홈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거뒀다. 이 결과로 승점 13점(3승4무6패)의 리그 10위에 머물렀다.

지난 시즌 K리그1 4위로 구단 역사상 첫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이뤄낸 인천이 올해는 좀처럼 치고 나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30일에 3위 포항 스틸러스를 2-0으로 잡으며 살아나는 듯했지만 최하위 수원 삼성, 반등에 성공한 제주 유나이티드에 2연패하며 무너졌다. 이날 경기 전까지 승점 12점(3승3무6패)의 강등권 10위에 머무른 인천이기에 승리가 간절했다.

인천의 이번 상대는 최근 1승1무로 반등에 성공했지만 이날 전까지 승점 14점의 8위에 위치했던 전북이었다. 지난달 9일 전북 원정에서 0-2로 패했던 인천은 패배를 갚아주는 것은 물론 전북을 꺾고 순위를 역전하고자 했다. 인천 조성환 감독은 신진호-이명주-문지환 등 주축 미드필더들을 모두 선발 출전시키며 필승의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치열한 공방전 끝에 0-0 무승부를 거두며 10위를 유지했다.

한편 이날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의 동쪽 스탠드 구석의 걸개가 눈에 들어왔다.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면 이별뿐이다'라는 내용이었다. 다소 의미심장한 말이었지만 남쪽 스탠드의 인천 서포터즈들은 변함없이 응원을 보내고 있었기에, 걸개는 팀 구성원들이 경각심을 갖도록 서포터즈가 전한 메시지 정도로 예상됐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하지만 경기 종료 후 일부 인천 서포터즈들이 꺼내든 걸개의 내용은 충격이었다. 'Cho용히 나가', '변하지 않는 성적과 고집'. 조성환 감독의 성씨인 '조'씨의 영문 표기가 'Cho'고 인천이 좀처럼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 등을 봤을 때 조 감독을 겨냥한 메시지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인천 구단 관계자는 "올 시즌 들어 처음 있는 일"이라며 놀랐다.

물론 팬이라면 응원하는 팀의 아쉬운 성적에 대해 감독의 의견을 물을 수도 있고, 프런트나 사령탑에 변화 의지가 전혀 없다고 생각했을 때 강한 비판을 전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매 시즌 강등권에서 힘겹게 잔류 경쟁을 하던 팀을 리그 대표로 아시아 무대에 나갈 수 있게 해준 감독에게 시즌 초반 부진의 책임을 물어 나가라고 하는 이들이 진정한 팬인지는 의문이다.

조성환 감독이 오기 전 인천은 늘 잔류만 걱정하던 하위권팀이었다. K리그가 승강제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2013년부터 2019년까지 7년간 인천은 7-10-8-10-9-9-10위에 머물렀다. 2013년은 14팀, 나머지는 12팀 중 기록한 순위였으며 그 중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르지 않고 K리그1에 잔류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순위인 10위만 3번을 기록했다. 매번 부진한 시즌을 보내다 강등만 겨우 면하니 '잔류왕'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도 붙었다.

하지만 조성환 감독 부임 이후 인천은 완전히 달라졌다. 2020시즌 개막 14경기 동안 1승도 없던 팀에 부임해 남은 13경기 동안 7승을 안기며 K리그 역사상 가장 극적인 강등 탈출을 해냈다. 2021시즌에도 조기에 잔류를 확정하는 '어색한' 상황을 만들어냈고 5년 만에 최고순위인 8위로 마쳤다. 그리고 2022시즌에는 9년 만에 파이널A(1~6위)에 오른 것은 물론, 승강제 도입 후 구단 최고 성적인 4위로 시즌을 마치며 인천의 창단 첫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진출까지 해냈다. 이것만으로도 인천 구단 역사에 남을 업적을 이뤘다고 볼 수 있는 조성환 감독이다.

ⓒ프로축구연맹

물론 지난해 성적을 생각하면 2023시즌 인천의 출발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얘기할 수 있다. 하지만 2013년부터 올해까지 11시즌을 인천이 13라운드까지 쌓은 승점 순으로 나열했을 때 승점 13점의 2023년은 11개 시즌 중 5위다. 인천 구단 역사를 기준으로 보면 결코 못하고 있는 시즌이 아니다.

심지어 인천은 이날도 골은 넣지 못했지만 전북을 상대로 중원 싸움에서 대등한 모습을 보이며 무실점 무승부를 거뒀다. 전북이 득점 1위 FC서울과 1-1로 비기고, '전술가' 김병수 감독이 새로 부임한 수원 삼성에 3-0 대승을 거두는 등 최근 흐름이 좋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인천의 이날 무승부가 나쁜 결과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일부 인천 서포터즈는 전북전 종료 후 '물에 빠진 사람 건져놓으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식'으로 팀에 큰 영광을 선사한 조성환 감독에게 올 시즌 초반 성적을 이유로 퇴진을 요구했다. 마치 매 시즌 K리그1 상위권을 유지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 나가는 것이 당연한 듯, 4위 이상의 성적을 맡겨놓은 듯한 태도였다. 그럼에도 조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많은 부분에서 감독의 실수와 패착이 있었다. 결과를 가져오지 못해 실망하셨을 팬 분들께 죄송하다"며 팬들을 먼저 생각했다.

제주 유나이티드 남기일 감독. ⓒ프로축구연맹

올 시즌 K리그1에서 부진에도 믿고 기다려준 팬들에게 제대로 보답한 사례가 이미 있다. 바로 제주의 남기일 감독이다. 제주는 2월26일 개막부터 4월2일 울산 현대전까지 2무3패로 리그 꼴찌까지 떨어졌었다. 하지만 4월9일 강원FC전 서진수의 결승골로 마수걸이 승리 이후 FA컵 포함 3연승을 내달렸고, 전북에 패하긴 했지만 4월26일 대전 하나시티즌전 승리 이후 14일 수원FC전 5-0 대승까지 무려 5연승을 질주했다. 13라운드를 마친 현재, 제주는 승점 23점의 리그 3위다.

남기일 감독도 K리그2로 강등된 제주를 1년 만에 승격시키고 이듬해 K리그1 4위로 올려놓는 등 대단한 업적을 이뤘고, 제주 팬들도 그걸 알기에 믿음을 갖고 지켜봐주며 지금의 상승세를 함께 만들었다. 같은 맥락에서 본다면 조성환 감독이 인천 팬들로부터 그 정도의 믿음을 받지 못할 이유가 없다.

조성환 감독이 인천에게 사상 처음으로 안겨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무대는 8월에야 일정이 시작된다. 물론 리그 후반부가 한창일 그 시기에 부진하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대업을 이룬 직후 새로 맞이한 시즌의 절반도 지나지 않은 지금 감독의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밥상을 차리게 하고 숟가락은 들지 못하게 하는 격이다.

인천 팬들이 조성환 감독 부임 후 잔류왕 탈피와 아시아 무대 진출의 기쁨을 느껴봤다면, 지금은 오히려 팬들이 조 감독의 축구를 믿고 기다려줄 시기다. 그 믿음이 구단에게 최고의 영광을 선사한 사령탑에게 보이는 최소한의 의리이자 예의일 것이다.

ⓒ프로축구연맹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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