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절벽` 탈출한 서울 아파트, 이대로 회복?
강북권은 급매 소진 뒤 거래 정체도…'더블딥' 예상도 나와
서울 아파트 시장에 거래가 늘어나 일단 '거래절벽'에서는 탈출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주요 인기 단지나 재건축 호재가 있는 정비사업 아파트 위주로 급매물이 소진되고 호가를 올린 매물들이 나오면서 실거래가 상승 거래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집값이 바닥을 찍은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예년 대비 거래량이 여전히 적은 수준인데다 급매 가격대가 아니면 여전히 거래가 막힌 지역이 적지 않아 본격적인 상승세 전환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거래량 5개월 연속 증가…주요 단지 실거래가도 상승세
1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총 2980건을 기록해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연속 증가 추세를 보였다.
많게는 8000~9000건에 달하던 예년 3월 거래량에는 못 미치지만, 2020년 8월(4065건) 이후로는 1년 9개월 만에 최다 물량이다.
4월 거래량도 이달 13일까지 신고된 건수가 2671건으로 전월 거래량에 육박해 3월 거래량은 쉽게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주요 인기단지들의 경우 급매 소진 이후 가격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 올해 초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이 규제지역에서 풀린 데다, 시중은행 금리가 하향 안정되면서 매수세가 다소 유입되는 분위기다. 15억원 초과 아파트 대출 허용, 생애최초 주택대출 확대, 특례보금자리론 판매 등도 거래 침체에 숨통을 트이게 했다는 평가다.
반면 집주인들은 올해 공시가격이 크게 떨어져 보유세 부담이 줄었고, 정부가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도 추진하면서 급매로 급하게 팔겠다는 사람이 줄어들면서 급매 수준의 매물은 자취를 감췄다.
강남권 주요 단지는 최근 저점 대비 거래가가 2억~3억원가량 오른 곳이 많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트리지움 전용 84.83㎡는 3월과 4월에 각각 최고 21억원에 거래됐다. 작년 말과 올해 초 18억3000만~18억5000만원에 거래되던 것과 비교하면 2억원 이상 회복한 것.
잠실 리센츠 전용 84.99㎡ 로열층이 지난 3월 22억원, 지난달 최고 21억7000만원에 각각 거래됐고, 현재 22억~23억원 대를 바라보고 있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4㎡는 연초 16억~17억원대에서 팔리던 것이 현재 18억~19억원대로 상승했다.
정비사업 단지도 강세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연초 21억원대 거래되던 전용 84㎡의 호가가 이르면 오는 7월 조합설립인가를 앞두고 25억원까지 올랐다.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조합설립인가를 위해 현재 아파트 조합원의 90% 가까이 동의를 얻었고, 상가 조합원의 과반 동의만 남은 상태"라며 "조합설립인가 이후에는 조합원 지위 양도에 제약이 있어 그전까지 사고팔려는 조합원과 매수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급매물 소진 후 여전히 가격 상승세는 없다는 단지들도 적지 않다.
노원구 상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연초보다 2000만~3000만원 정도 오르는 듯했는데, 매수자는 여전히 가격을 깎아줄 것을 원하고 정상 물건보다 10%가량 싼 급매물만 찾는다"며 "가격대가 내려가지 않자 매수 문의도 적어진 데다, 매도자들도 급할 건 없다는 입장이어서 호가 조정이 안돼 거래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시장 불안 등 변수 여전…가격 오른다해도 '더블딥' 가능성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 거래가 늘고 가격이 일부 상승했지만, 집값 상승세 본격화까지는 아직 시기상조로 보고있다.
최근 한국부동산원 통계로 예상해본다면, 서울 아파트값이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쯤에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 -0.04%를 기록하며 5주 연속 낙폭이 둔화했고, 상승 지역도 강남4구와 용산구를 비롯해 7곳으로 늘었다. 실거래가 지수는 올해 1월과 2월 두 달 연속 상승했고 3월 통계도 상승이 유력하다.
그러나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해도 본격적인 상승세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의견도 많다.
예년에 비해 절대 거래량이 많지 않은 데다, 건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여전하고 미국·유럽 등 해외 금융시장 불안 요소도 큰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전세사기 피해 문제와 역전세난이 하반기에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국적으로 쌓이고 있는 미분양 우려 역시 부동산 시장의 주요 뇌관 중 하나다.
이 때문에 국지적 상승세에 단기적으로 집값이 바닥을 찍은 것처럼 보이더라도 다시 수요 감소로 인해 가격이 떨어지는 '더블딥'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가격이 상승기에 접어들려면 투자 수요가 가세해 거래가 크게 늘어야 하는데, 현재 상태는 일부 생애최초나 갈아타기 수요만 움직여 거래량 증가가 미미하다"며 "여기에다 금융시장 불안,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이 있어 올해는 전반적으로 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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