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은 '사후약방문'…전세사기 특효약은 '예방'"

김서온 2023. 5. 1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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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엄정숙 법도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사기유형에 따라 범죄단체 조직죄로 엄격한 법 규정 필요해"
"부동산 계약 시 필요한 조치와 권리분석 등 사전교육 있어야"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전세사기를 비롯해 임대차에서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가장 특효약은 '예방'입니다. 아무리 탄탄한 정책과 규제망이 구축된다 해도 이미 피해자들에게는 사후약방문에 불과한 거죠. 사회안전망을 만드 것도 중요하지만 사전에 지식을 쌓고 공부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엄정숙 법도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최근 아이누스24와 가진 인터뷰에서 피해가 속출하는 전세사기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와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아무리 전세사기를 막을 수 있는 좋은 정책이 나오더라도 이미 한 번 피해를 봐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운 처지에 놓인 세입자들에게는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즉, 사전에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대비책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엄 변호사는 지난 2006년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2010년 사법연수원 수료 후 법률실무를 할 때부터 부동산 관련 사건을 담당해 온 베테랑이다. 엄 변호사는 "부동산 시장의 다양한 문제와 법률적 쟁점들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자 하면서 부동산 전문 변호사의 길을 걷게 됐다"며 "부동산 거래, 분쟁, 계약서 작성 등 다양한 부동산 법률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왔다"고 말했다.

엄정숙 변호사가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법률사무소에서 아이뉴스24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엄 변호사는 최근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전세사기 피해가 속출하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사실상 전세사기와 관련된 문제는 해마다 끊이질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엄정숙 변호사는 "전세 사기 피해는 해마다 끊이지 않는 이슈다. 젊은 서민들이 전 재산을 잃고 이를 비관해 세상을 등지고 있는 비극적인 소식이 잇달아 전해지면서 더 주목받고 있다"며 "언론과 정부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했고, 국민도 이에 크게 공감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엄 변호사는 ▲전세사기 예방을 위한 법률 지식 부족 ▲사기를 사전에 차단하는 정부의 정책 부족 ▲피해자 구제 법률과 가해자의 처벌법 부족 등을 전세사기가 일어나는 배경으로 꼽았다.

엄 변호사는 "지금도 언급한 법률과 정책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구멍이 있어서 피해가 양산됐다는 지적을 피할 순 없다"며 "이 부족함을 방치한 것이 현재의 안타까운 사태를 낳은 것"이라 강조했다.

향후 이와 같은 사례가 더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선 예방이 가장 중요하며, 전월세 임대차 계약은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거쳐 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일찍부터 정보를 습득하고 부동산 관련 법률 지식을 공부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엄 변호사는 "법률지식 교육은 청소년기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성인이 되고 사회에 발을 내딛기 전에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언젠가는 독립된 상황에 놓이게 된다"며 "임대차를 비롯해 부동산과 관련된 정보와 법률지식은 꼭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엄정숙 변호사가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법률사무소에서 아이뉴스24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일반적인 계약 체결 방법과 사전 예방 조치를 조금이라도 공부하면 얼마든지 전세사기나 보증금 미반환 사태에 대처할 수 있지만 이를 당사자가 모른다면 손놓고 당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엄 변호사는 "고3 수능이 끝나고 또는 성인이 되기 전 교육이 꼭 필요한 부분"이라며 "확정일자, 전입신고뿐만 아니라 등기부등본 발급 방법과 간단한 권리분석을 한 번만이라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엄 변호사는 구체적으로 임대차 계약 시 유의해서 살펴봐야 할 핵심 부분들에 대한 설명도 이어갔다. 엄 변호사는 "부동산 임대차 계약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보는 것"이라며 "중개사의 말만 믿고 계약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계약당사자가 직접 등기부등본을 발급해서 권리분석을 해야 하며, 부동산 실거래가 조회시스템 등을 통해 확실하게 시세 확인을 하고, 전세가 대비 시세는 안전한지 사전 검증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부동산등기부상 소유자와 계약을 체결하는 사람이 같은지 신분증 확인 절차를 거치고, 대리인이 계약한다면, 본인의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를 체크하고 직접 확인전화를 한 뒤 녹음해야 한다"며 "권리분석과 관련해서는 소유권자 확인을 시작으로, 채권최고액 대비 부동산 시세가 얼마인지, 추가 담보대출 있는지를 꼼꼼하게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엄정숙 변호사가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법률사무소에서 열린 아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엄 변호사는 임대차 시장 수요자들이 사전 법률 지식과 사기와 관련된 문제점을 인식하는 것이 최우선시 돼야 하며, 정부 역시 이중 삼중으로 전세사기를 방지하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도 했다.

엄 변호사는 "'별일 없겠지…'하는 안일한 생각이 문제를 일으킨다. 경험이 많은 중장년층보다 기본적인 법률 지식이 부족한 사회 초년생들이 사기를 많이 당하는데, 사기꾼들은 이 점을 노리기도 한다"며 "스스로 임대차 관계에서 권리와 의무를 명확히 알고, 부족한 부분은 공인중개사를 통해 명확히 알고 확인할 때 90% 이상의 전세사기는 예방된다"고 말했다.

또한, 국민 대다수가 집을 마련할 때 공인중개사를 통하기 때문에 이들이 성실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도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엄 변호사는 "시간이 흘러 상황이 변함에 따라 부동산 관련 법들이 개정되기 때문에 국민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공인중개사들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며 "변호사협회와 공인중개사협회는 공익차원에서 협업할 필요가 있다. 공인중개사가 시시각각 변하는 제도 변화에 기민하게 적응해야 국민은 안전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정부 차원에서 전세사기를 사전 차단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과 전세보증금을 노리고 사기행위를 한 사람을 강력히 처벌하는 사회 분위기 조성도 필요하다고 했다.

엄 변호사는 "전세 사기유형을 사전에 파악하고 데이터화해 국민의 손마다 들려있는 스마트폰 앱으로 들어가는 식의 실효성 있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국민 누구나 손쉽게 해당 집이 문제가 있는 집인지 없는 집인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양형상 집행유예나, 가벼운 형벌을 최대한 배제하고 범죄수익에 대한 몰수, 추징과 징역형 등 엄격한 처벌을 통해 재발 방지 효과를 높여야 한다"며 "사기유형에 따라 범죄단체 등 조직죄로 형법상 제114조에 의한 엄격한 법 규정을 적용하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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