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한미동맹, ‘남침 저지’에서 ‘중국 견제’로 무대 넓히나

신형철 2023. 5. 15.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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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동맹의 근간이 되는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올해 10월1일로 체결 70주년을 맞는다.

그러나 조약이 체결될 당시와 지금, 한-미 동맹의 성격은 크게 변했다.

그는 "1953년 정전협정 및 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된 이후, 한국과 미국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보를 유지하기 위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며 "워싱턴 선언은 이 동맹과 유대관계의 가장 최근 사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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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창간기획-정전·한미동맹 70년①
끝나지 않은 전쟁, DMZ·험프리스에서 ‘평화’를 묻다
테일러 대변인 “주한미군, 동북아 전역에서 한-미 이익 수호”
아이작 테일러 주한미군 대변인. 주한미군 제공
올해로 한국전쟁 정전협정(7월27일)과 한-미 상호방위조약(10월1일)이 맺어진 지 70주년이 됐다. ‘정전’은 전쟁이 잠깐 멈춘 상태로, 전쟁이 끝난 게 아니다. 정전 뒤 북한의 재침에 대비한 강력한 군사동맹을 요구한 한국의 요구로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맺어졌다. 정전 70년을 맞아 강원도 홍천의 한국전쟁 전사자 유해 발굴 현장과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화천 7사단 비무장지대(DMZ)를 찾았다. 아직도 온 나라 곳곳의 언덕과 고지에는 10만구가 넘는 전사자 유해가 눈비를 맞으며 묻혀 있다. 이 유해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 전에는 한국전쟁은 ‘끝나지 않는 전쟁’이다.
70년 동맹의 현주소를 확인하러, 한-미 동맹의 상징으로 꼽히는 경기도 평택 주한미군 기지(캠프 험프리스)를 찾았다. 단일 기지로는 전세계 최대 규모라는 캠프 험프리스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컸다. 명실공히 대중국 견제 전초기지로 충분해 보였다. 미군이 떠난 서울 용산과 미군이 모인 평택에서 70년을 맞은 한-미 동맹이 그 자체가 목적인지, 우리 국익을 위한 수단인지 생각해봤다. 편집자

한-미 동맹의 근간이 되는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올해 10월1일로 체결 70주년을 맞는다. 이 조약은 한국이 외국과 맺은 군사동맹으로서는 최초이며, 지금까지도 유일한 동맹 조약이다. 그러나 조약이 체결될 당시와 지금, 한-미 동맹의 성격은 크게 변했다. 70년 전 한-미 동맹은 북한의 남침을 저지하기 위한 목적이 뚜렷했지만, 지금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경쟁 구도 속에 한-미 동맹의 역할도 바뀌고 있다.

아이작 테일러 주한미군 대변인은 14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한의 위협 고조 등 국제정세가 불안한 가운데 주한미군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주한미군은 억지력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한국과의 전투 방어 태세를 유지해야 한다”며 “(대북) 억지력이 실패할 경우 오늘 밤 싸울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일이 안보 협력 수준을 높이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한국과 일본은 지역의 평화와 안보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동맹국”이라며 “우리 모두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테일러 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핵협의그룹(NCG) 구성을 담은 ‘워싱턴 선언’을 채택한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1953년 정전협정 및 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된 이후, 한국과 미국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보를 유지하기 위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며 “워싱턴 선언은 이 동맹과 유대관계의 가장 최근 사례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중 경쟁 구도가 강해지면서 한-미 동맹이 중국 견제에 동원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06년 한-미 외무장관 전략대화 공동성명에서 발표된 ‘전략적 유연성’에 의해, 중국과 대만 간 전쟁이 발발하면 주한미군이 동원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에서다. 전략적 유연성은 미국의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 검토(GPR)에 따라 미군을 특정 지역에 고정 배치하지 않고 유연하게 배치한다는 개념이다. 이혜정 중앙대 교수(정치국제학)는 “한국은 북한의 위협 대처를 한-미 동맹의 목적으로 인식하지만, 미군은 한반도만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미국은 한국의 필요에 의해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는 이유를 앞세워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소장은 “그동안 한-미 동맹이 오롯이 북한의 남침과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기능에 충실했다면 지금은 중국의 도전이 워낙 거세기 때문에 한-미 동맹을 대중 동맹의 일부로 활용하고 싶은 미국의 생각이 대단히 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테일러 대변인은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주한미군이 동북아 전역에서 한국의 주권과 미국의 국가안보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높은 수준의 전투태세와 강력한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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