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래 그 사연] 아이돌 스타들이 겪는 ‘안티 바람’ 이젠 멈춰야

관리자 2023. 5. 15.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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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황사가 기승을 부려 불편을 호소하는 국민이 늘었다.

하루빨리 모래바람이 잦아들길 바라며 가수 이지연의 '바람아 멈추어다오'를 들어본다.

이지연은 방송계에 등장하자마자 주목을 받았고, 데뷔곡 '그 이유가 내겐 아픔이었네'가 인기를 얻으며 하이틴 스타로 떠올랐다.

그가 겪은 일은 오늘날 아이돌 가수가 겪는 급작스러운 인기와 안티, 가짜 뉴스 등과 같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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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바람아 멈추어다오’
원조 여고생 아이돌 가수로 꼽히는 이지연의 2집 앨범.

올해도 황사가 기승을 부려 불편을 호소하는 국민이 늘었다. 하루빨리 모래바람이 잦아들길 바라며 가수 이지연의 ‘바람아 멈추어다오’를 들어본다.

1987년 여고생 신분으로 가요계에 등장한 이지연은 아이돌 스타의 원조 격으로 당시 어마어마한 인기를 누렸다. 데뷔 이후 도미(渡美)로 퇴장할 때까지 그가 겪은 무성한 소문, 안티 사건은 오늘날 케이팝(K-Pop)이 가진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모두 보여준다.

이지연은 헤비메탈 밴드 ‘백두산’의 멤버 유현상이 발굴한 가수다. 유현상은 데뷔 전 경복여자상업고등학교 스쿨밴드 가수였던 이지연의 고교생답지 않은 큰 키와 성숙한 외모를 보고 성공을 예감해 음반 제작에 나섰고, 그의 생각은 적중했다.

이지연은 방송계에 등장하자마자 주목을 받았고, 데뷔곡 ‘그 이유가 내겐 아픔이었네’가 인기를 얻으며 하이틴 스타로 떠올랐다. 여세를 몰아 발표한 댄스곡 ‘바람아 멈추어다오’가 연달아 히트하면서 가요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특히 성숙하고 예쁜 여고생이다 보니 남학생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세월 가면 잊혀질까 그렇지만 다시 생각날걸 / 붙잡아도 소용없어 그대는 왜 멀어져가나 / 바람아 멈추어다오

하지만 가사처럼 이지연은 점차 대중과 멀어져야만 했다. 남학생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이유로 여고생들 사이에서 공공의 적이 됐기 때문이다. 여고생들은 이지연이 공개방송 무대에 오르면 갑자기 뒤로 돌아서서 등을 보이며 야유를 퍼부었다. 악성 소문도 잇따랐다. ‘배우 김희애가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욕설을 했다’ ‘라이벌 가수 이상은의 따귀를 때렸다’ ‘매니저 유현상과 동거한다’ 등의 소문이 떠돌았다.

지금이라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해명이라도 했겠지만 당시에는 그런 통로가 없었다. 일련의 사건은 고교생이 감당하기엔 너무나 벅찼다. 그가 겪은 일은 오늘날 아이돌 가수가 겪는 급작스러운 인기와 안티, 가짜 뉴스 등과 같은 것이었다.

이지연은 결국 아픔을 보듬어주던 밤무대 무명 가수와 사랑에 빠져 도미했다. 그는 세월이 흘러 미국에서 요식업계에 종사하며 미디어에 종종 얼굴을 비치고 있다.

‘소년등과 일불행(少年登科 一不幸)’이란 옛말이 있다. 일찍이 성공하면 훗날 불행한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요즘은 많은 사람이 ‘한방’을 꿈꾼다. 그러나 낙숫물이 오랫동안 떨어져 바위를 뚫듯 좌고우면하지 않고 각자 위치에서 묵묵히 자신의 책임을 다했던 사람이 결국 대한민국을 이끌어간 것이 아닌가 한다.

박성건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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