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D집다] 심심해? 아니!

관리자 2023. 5. 15.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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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엔 놀이터라고 할 만한 곳이 거의 없다.

비단 아이들뿐만 아니라, 내가 20대에 귀농할 때도 심심해서 어떻게 사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을 만큼 농촌은 대중적인 놀이·문화 공간이 부족하다.

실로 도시든 시골이든 아이들이 꼭 해야만 하는 것이 있다면 아마도 놀이일 것이다.

시골이라면 더 쉽게 시도해볼 만한 놀이터 프로젝트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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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엔 놀이터라고 할 만한 곳이 거의 없다. 비단 아이들뿐만 아니라, 내가 20대에 귀농할 때도 심심해서 어떻게 사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을 만큼 농촌은 대중적인 놀이·문화 공간이 부족하다.

그렇지만 우리는 흙과 물, 나무 사이를 거닐며 날고 기고 헤엄치는 곤충을 찾아다녔다. 철마다 피고 지는 풀꽃을 포개어 찧고 잘게 만드는 소꿉장난은 시골 어디서든 늘 할 수 있었고, 다정한 재미가 있었다. 꽃을 따서 먹었고, 풀 반지를 만들었다. 벌레를 잡다가 벌레가 되다가, 벌레를 위해 기도하기도 했다. 그렇게 뜨거운 햇살 아래 뛰놀다가 과일이 주렁주렁 열리고 벼 이삭이 익어갈 때쯤이면 아이들도 어느새 쑥 자란 것을 느꼈다.

농사와 놀이는 한끗 차이였다. 첫째는 가끔 놀지 않고 농사에 손을 보탰다. 아이는 부직포를 고랑에 깔면서 감자 싹이 흙을 뚫고 올라오는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 땀날 만큼 일하고 힘들다고 하면 쉬라고 했다. 반복하는 고된 노동이지만 아이 스스로 왠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건 언제든 놀이가 될 수 있다. 곡우 무렵의 햇빛과 바람의 세기를 느끼고 핀을 꽂는 간격, 고무망치로 핀을 박는 힘을 조절하며 아이는 새로운 감각을 깨웠다.

실로 도시든 시골이든 아이들이 꼭 해야만 하는 것이 있다면 아마도 놀이일 것이다. 아이들은 놀면서 배우고 자랐다. 심지어 어느 작가는 놀이가 아이들에게 밥과 같다고 했다. 마땅히 아이들에게는 놀이가 전부였다.

우리 가족은 가끔 여행을 가면 생태 놀이터나 모험 놀이터, 숲 놀이터 등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밧줄놀이 지도자 과정도 수료했다. 숲밧줄놀이는 나무에 기대어 몸을 맡기는 경험이었다. 밧줄 하나로 짜릿한 몰입을 했고, 위험에 대처하는 안전 감각을 자연스럽게 깨쳤다. 나무만 있으면 금방 놀이터를 만들 수 있으니, 우리는 집 근처 솔숲에서 종종 밧줄 놀이터를 개장했다.

세계아동헌장만 보아도 ‘모든 아동이 방과 후에 놀 수 있는 놀이터를 제공할 것’이 명시돼 있다. 이렇듯 해외에서도 아동기의 놀이권을 보장하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영국의 한 아동놀이 지원단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어린이들이 자연생태 놀이를 할 때 더 큰 만족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 유럽의 ‘내셔널트러스트’는 12세 전에 꼭 경험해야 할 자연생태 놀이 50여개를 선포한 바 있다.

유럽의 경우 금속이나 플라스틱보다 주로 나무 놀이터가 많다고 한다. 한쪽에 유실수가 심겨 있어 놀이기구 옆으로 과일이 데굴데굴 굴러다니고, 공공의 텃밭과 꽃밭 사이에서 논다. 단번에 완공한 놀이터가 아니라, 매년 조금씩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돌보아지는 공간이라고 한다. 시골이라면 더 쉽게 시도해볼 만한 놀이터 프로젝트란 생각이 들었다.

가정의 달 5월,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어린이들을 위한 관심과 배려가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사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어린이 행복지수가 최하위권에 속한다. 과연 우리는 이 심각한 난제를 어떻게 풀어가고 있을까? 우리의 미래가 묻는다.

박효정 농부와 약초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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