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행정 장벽 높은 공공형 계절근로제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올해 첫발을 뗀 공공형 계절근로제를 향한 농가들의 기대가 크다.
지역농협이 외국인 근로자를 직접 고용해 농가가 요청한 날에만 파견하는 제도다.
하루 인건비가 8만원인 근로자 1명을 한달의 20일 농가에 파견하면, 농협은 농가로부터 약 160만원을 받는다.
더욱이 현재 정부 지침상 개별 농가가 아닌 농협이 운영하는 경제사업 시설에는 근로자를 파견할 수 없어, 비가 오는 날 등에 일손을 놀려야 하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올해 첫발을 뗀 공공형 계절근로제를 향한 농가들의 기대가 크다. 지역농협이 외국인 근로자를 직접 고용해 농가가 요청한 날에만 파견하는 제도다. 농가는 외국인 근로자를 직접 관리할 필요가 없는 데다 원하는 날에만 일손을 쓸 수 있어 부담이 적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참여 지역농협이 예산을 나눠 부담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외국 현지 지자체와 업무협약을 맺어 근로자를 확보하는 구조다. 이미 지역농협 10여곳이 사업에 참여했다.
하지만 최근 각기 다른 지역에 있는 농협 두곳에서 정확히 같은 내용의 불만을 들었다. 외국인등록증 발급과 산재보험 가입 과정에서 마주한 ‘행정 장벽’ 얘기다.
사연은 이렇다. 외국인 근로자를 농가에 파견하려면 외국인 등록이 필수다. 건강보험, 계좌 개설 등 각종 후속 작업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지역농협 직원들이 외국인등록증 발급을 위해 찾은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들은 말은 ‘산재보험 가입 증명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산재보험 가입을 위해 근로복지공단으로 발길을 돌리자 이번엔 ‘외국인등록증을 가져오라’는 말이 돌아왔다. 출입국관리사무소·근로복지공단은 작은 시·군 단위에는 흔치 않아 인근 대도시로 이동하기를 수시간. 결국 예외 서류를 발급받아 문제를 해결했으나, 이 기본 행정업무에만 3일이 걸렸다. “농가들은 일손이 부족해 발을 동동 구르는데, 이런 ‘행정 모순’에 시간을 허비했다”며 쓴웃음 짓던 직원들의 표정이 생생하다. 이뿐 아니다. 근로자 건강보험 가입, 마약 검사, 농작업 교육 등 관련 업무 대부분이 지역농협에 떠넘겨진 실정이다.
지역농협들은 인건비 보전에도 골머리를 앓는다. 외국인 근로자를 계약직으로 고용하는 농협은 근로자 한명당 월 급여로 약 201만원의 고정비가 발생한다. 하루 인건비가 8만원인 근로자 1명을 한달의 20일 농가에 파견하면, 농협은 농가로부터 약 160만원을 받는다. 차액 약 40만원은 고스란히 농협 부담이다. 일부 농협들이 각 지자체에 예산 지원을 요청했으나 돌아온 답변은 “지원할 예산 항목이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현재 정부 지침상 개별 농가가 아닌 농협이 운영하는 경제사업 시설에는 근로자를 파견할 수 없어, 비가 오는 날 등에 일손을 놀려야 하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공공형 계절근로제는 지역농협이 ‘손발’ 역할을 하지 않으면 결코 성공할 수 없는 제도다. 지역농협은 근로자 관리, 일자리 매칭 등 본래 역할만으로도 힘에 부친다. 여기에 ‘행정’이 ‘장벽’으로 작용하면 안된다. 제도가 농촌 일손부족의 새로운 대안으로 안착하려면 ‘원스톱 행정 지원’이 필수다.
김해대 정경부 차장 hdae@nongmin.com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