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기차 앞세운 중국, 처음으로 1위 차 수출국 됐다

정한국 기자 2023. 5. 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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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국 다변화… 올 1분기 99만대로 일본 제쳐

중국이 올해 1분기(1~3월) 처음으로 세계 1위 자동차 수출국이 됐다.

14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중국이 1분기 자국에서 생산해 해외로 수출한 자동차는 99만4000대로, 같은 기간 95만4000대를 수출한 세계 1위 일본을 앞질렀다. 중국 자동차 수출은 승용차가 82만6000대, 버스나 트럭 등 상용차가 16만8000대이다. 이는 일본·독일·중국 등 각국 자동차협회가 발표한 1분기 수출 대수를 우리 협회가 집계한 결과다. 중국 자동차 수출은 2021년 한국을 처음으로 제쳤고 작년에는 독일에 앞서며 세계 2위 수출국에 올랐는데 올 1분기에 일본까지 넘어선 것이다. 업계에서는 중국 수출량 중 80% 안팎이 순수 중국 브랜드 제품인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차는 10여 년 전만 해도 싸기만 한 ‘짝퉁’ 자동차로 해외 소비자의 놀림감이 되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소형차는 물론 전기차 등을 앞세워 가격 경쟁력과 성능까지 갖췄다는 평가가 늘고 있다.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도입하면서 중국 차 견제에 나서고 있는데도 중국 자동차는 해외에서 잘 팔리는 것이다. 특히 앞으로 유럽 시장에서 현대차·기아 등 우리 업체들과 중국 자동차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란 등 개도국에서 벨기에, 호주 등으로 수출국 다변화 성공

중국 자동차 수출 굴기(崛起)의 원인 중 하나로 전문가들은 수출국 다변화에 성공한 점을 꼽는다.

자동차협회에 따르면 2016년만 해도 중국이 가장 많이 차를 수출한 국가는 이란·인도·베트남·미국순이었다. 하지만 지난해엔 벨기에·칠레·호주·영국 등 선진국으로 수출국 상위권이 바뀌었다. 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중국이 수출한 차들은 벨기에로 들어간 후 이곳을 거점으로 유럽 곳곳에서 팔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중국의 아시아·아프리카 수출은 절반 아래로 떨어진 반면, 10% 미만이었던 유럽 수출 비율은 20%를 웃돌고 있다”고 했다.

저가 차량 위주 수출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 중국의 자동차 대당 평균 수출 단가는 2018년 1만2900달러(약 1734만원)에서 2022년 1만6400달러(약 2204만원)로 27% 상승하는 등 부가가치도 높아졌다. 올해는 2만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현지에 투자한 외자 자동차 기업들의 수출도 한몫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에 공장이 있는 테슬라나 메르세데스 벤츠·볼보 등은 코로나 사태가 해소된 걸 계기로 최근 적극적으로 수출에 나서고 있다. 테슬라는 작년에 중국에서 27만대를 제작·수출해 중국 내 자동차 회사 중 수출 3위를 했다.

또 반도체 부족 사태 때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생산량이 줄어든 틈을 타 중국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수출을 늘렸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자동차딜러협회(CADA)는 지난달 낸 보고서에서 “부품 공급망이 상대적으로 더 탄탄한 중국 기업들이 반도체 부족 때 기회를 잡았던 것이 수출 실적이 좋아진 원인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전기차 중심 수출 강세 이어질 것”

중국의 자동차 수출 확대는 이제 시작이라는 전망도 많다. 중국 기업들이 미래차인 전기차 경쟁력을 앞세워 유럽 등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어서다.

중국은 지난해 2700만대를 생산한 세계 1위 자동차 생산국이다. 10년 전쯤까지는 넘쳐나는 내수 수요를 맞추느라 수출에는 크게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하지만 5~6년 전부터 내수 시장이 포화 상태에 가까워지자 정부 차원에서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독려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BYD다. 전기차만 파는 이 회사는 올해 1분기 글로벌 시장에 55만2076대를 판매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판매량을 93% 늘렸다. 연말부터 7만8000위안(약 1510만원)짜리 소형 전기차 ‘시걸’의 유럽 판매가 시작되면 판매량이 더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 수출 1·2위 자동차 기업인 상하이자동차와 체리자동차도 기존 주력 상품인 내연기관 승용차나 버스, 승합차뿐만 아니라 친환경차 분야에 적극적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Fitch)는 중국의 유럽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2023년 5%에서 2025년 15%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중국 차의 수출 강세가 지속될지는 각국의 규제 여부에 달렸다. 특히 프랑스 등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전기차와 관련해 미국 IRA와 같이 보조금 등으로 자국 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저가 전기차를 앞세운 중국 공세에 맞서 관세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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